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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룡영화상] "잘 차려진 밥상→'기생충' 받을 줄"…청룡 D-1, 울고 웃긴 레전드 소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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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조지영 기자] 국내 최고의 권위를 자랑하는 제41회 청룡영화상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그동안 수많은 스타가 청룡영화상을 거치며 눈물과 웃음, 감동과 기쁨을 만끽했다. 한 작품에 쏟은 피, 땀, 눈물을 보상받는 순간, 영혼을 울리는 레전드 소감은 수많은 선·후배, 동료 영화인은 물론 대중에게 귀감이 되며 오랫동안 깊은 여운을 남겼다.

▶ "60여명 정도 되는 스태프와 배우들이 멋진 밥상을 차려놓고 저는 맛있게 먹기만 하면 되는 거든요." - 어록 레전드, 황정민

황정민의 밥상 소감은 역대급으로 여전히 회자되고 있다. 황정민은 2005년 열린 제26회 청룡영화상에서 '너는 내 운명'으로 데뷔 이래 첫 남우주연상을 수상했다. 10여년의 긴 무명 시간을 견디고 첫 주연상의 영예를 안은 그는 자신의 노력을 치하하는 것보다 스태프, 동료 배우의 공을 높게 사며 감사의 마음을 담은 수상 소감을 밥상으로 표현해 공감을 자아냈다. 황정민은 최근 JTBC 금토드라마 '허쉬'에서 자신의 '밥상 소감'을 패러디한 대사로 재미를 더하기도 했다.

▶"유명하지도 않은 제가 이렇게 큰 상을 받다니…, 저에게 이 상은 포기하지 말라는 뜻으로 주시는 것 같아요." - 작지만 큰 울림, 천우희

예상치 못한 수상으로 눈물을 왈칵 쏟은 천우희의 수상 소감 역시 청룡영화상의 역대 수상 소감 중 톱5로 꼽힌다. 천우희는 2014년 열린 제35회 청룡영화상에서 '한공주'로 인생 첫 여우주연상의 영예를 안았다. 당시 내로라하는 선배 전도연, 손예진 등이 함께 후보로 올랐지만 천우희가 대선배들을 제치고 여우주연상을 수상해 파란을 일으킨 것. 특히 천우희가 열연을 펼친 '한공주'는 총제작비 2억원 4만명이 관람한 독립영화다. 오직 연기력, 작품성만으로 공정하게 수상자를 선정하는 청룡영화상만의 공신력이 다시 한번 빛난 순간이기도 했다.

▶"저 조선족, 중국에서 온 사람 아니고요. 대한민국 국민입니다." - 눈물 소감의 끝판왕, 진선규

2017년 극장가를 뒤흔든 '신 스틸러' 진선규 역시 그해 청룡영화상 최고의 수상 소감을 남기며 역사의 한 페이지를 썼다. '범죄도시'에서 극악무도한 조선족을 연기해 제38회 청룡영화상 남우조연상을 수상한 진선규는 영화 속 이미지와 180도 다른 모습으로 등장해 모두를 웃게 만들었다. 수상 호명이 이어진 직후부터 손등으로 연신 눈물을 닦으며 무대 위에 오른 그는 영화 속 강렬한 인상으로 오해를 받은 것부터 고향 친구들에 대한 우정까지 밝히며 인간적이고 친근한 모습으로 보는 이들을 울고 웃게 만들었다.

▶"친정어머니의 하나님께 감사드리고 나문희의 부처님께 감사드립니다." - 종교 대통합까지, 나문희

만 76세, 최고령 여우주연상으로 청룡영화상에 새로운 기록을 세운 '대배우' 나문희의 수상소감도 인상적이었다. 제38회 청룡영화상에서 '아이 캔 스피크'로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나문희는 고운 한복을 차려입고 수줍은 미소와 함께 고령의 모친과 동료 배우들에게 수상의 영광을 돌렸다. 특히 나문희의 노련한 내공은 수상 소감에서도 빛이 났다. 어머니가 믿는 종교와 자신이 믿는 종교를 공평히 언급, 예상치 못한 종교 대통합으로 보는 이들의 웃음을 이끌었다.

▶"정말 '기생충'이 받을 줄 알고 준비를 아무것도 안 했어요. '기생충' 감사합니다." - '기생충' 소감 릴레이, 이안나 안나푸르나필름 대표

제40회 청룡영화상의 화두는 한국 영화 최초 칸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과 미국 아카데미 4관왕의 역사를 쓴 '기생충'이었다. 하지만 그해 한국 영화는 '기생충' 외에도 작품성을 자랑하는 웰메이드 작품과 명품 배우들이 상당했고 실제로 청룡영화상은 '기생충' 외에도 다양한 작품을 수상작(자)으로 선정하며 공정하고 투명한 심사를 증명했다. 이 과정에서 김지용, 조규영 감독을 대신해 촬영조명상을 대리 수상하게 된 '스윙키즈'의 이안나 안나푸르나필름 대표는 수상을 예상하지 못한 나머지 "'기생충'이 받을 줄 알았다"라는 수상 소감으로 유쾌한 시상식의 한 페이지를 썼다. 이후 조우진, 정우성 등이 릴레이로 이 대표의 수상 소감을 센스있게 패러디하며, 유행어를 만들었다. 또 이들과 달리 정작 '기생충'으로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조여정은 "나만 '기생충'이 받을 줄 몰랐던 것 같다"고 말해 모두의 박수를 받기도 했다. 조지영 기자 soulhn1220@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