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FA를 앞둔 선수들의 경쟁심은 종종 놀랄만한 성적 향상을 이끌어낸다. 'FA 로이드'라는 별칭에는 팬들의 바람과 경외심이 함께 담겨있다.
2021~2022년, KBO리그 안방을 책임져온 8명의 주전 포수가 한꺼번에 FA 시장에 나온다. 사실상 이지영(키움 히어로즈)을 제외한 주전급 포수 전원이 풀리는 모양새다.
그 선두에 한화 이글스 최재훈이 있다. 2017년 한화 입단 당시 최재훈의 연봉은 6500만원에 불과했다. 올해 연봉은 4배 가까이 오른 2억 6000만원. '쇄신' 폭풍이 몰아친 지난 겨울에도 작년 대비 30% 상승했다.
정평이 난 수비력은 물론 타격에서도 장족의 발전을 보인 덕분이다. 지난해 야수 고과 1위, 3할 타율과 4할 출루율을 넘보는 선수로 성장했다. 유강남(LG 트윈스)와 더불어 '리그 넘버원' 양의지(NC 다이노스)의 뒤를 다투는 포수다. 최재훈은 2021시즌 후 FA가 된다. 크게 오른 연봉으로 인해 A등급이 유력하다.
최재훈과 함께 FA가 되는 선수는 장성우(KT 위즈)와 강민호(삼성 라이온즈)다. 두번째 FA인 강민호는 B등급이 확정이고, 장성우 역시 B등급이 유력하다. 세 선수 모두 포수의 기본인 수비력만큼은 확고하게 인정받는 선수들이다.
강민호는 2019년의 부진을 딛고 2020년 타율 2할8푼7리 19홈런 61타점으로 건재를 증명했다. 다만 올해 36세의 나이가 걸림돌이다. 장성우는 다르다. 창창한 나이에 탄탄한 수비력, 투수를 이끄는 힘을 지녔다. B등급이 유력한 만큼 이적도 용이하다.
2022년은 더욱 뜨겁다. 양의지를 비롯해 유강남, 박세혁(두산 베어스) 박동원(키움) 이재원(SK 와이번스)이 한꺼번에 FA가 된다.
양의지는 포수 뿐 아니라 시즌 MVP 투표에서도 순위권에 들 만큼 최고의 야수로 인정받는다. 지난해 타율 3할2푼8리 33홈런 124타점 OPS(출루율+장타율) 1.003을 기록했다. 지난 10년간 6번의 골든글러브를 수상했고, 여전히 전성기다. 두번째 FA인 만큼 B등급 확정. 어느 팀이나 탐낼만하다. 두산 뿐 아니라 NC에서도 또다시 '우승 포수'의 명예를 거머쥐었다.
유강남 역시 마찬가지. 8명의 포수 중 가장 어린 1992년생의 나이에다 벌써 주전 포수로 6시즌을 소화했다. 그 사이 최근 4년간 68홈런을 쏘아올린 장타력이 돋보인다. 같은기간 OPS도 0.8에 달한다(0.796). 수비력도 나무랄데 없다는 평가. 미래를 맡길 만한 A등급 FA다.
어느덧 베테랑이 된 박세혁의 기량도 무르익었다. 양의지가 떠난 뒤에도 두산 왕조를 3년 연속 한국시리즈로 이끈 주역이다. 아버지 박철우를 어느덧 '박세혁 아버지'로 만들어버린지 오래다. 설령 A등급을 받아도 영입할만한 가치가 충분하다.
박동원 역시 장타력을 겸비한 포수다. 팀내 연봉 순위를 감안하면 B등급이 유력하다. 이재원은 두번째 FA인 만큼 B등급은 확정. 생애 최악의 시즌을 보냈지만, 이미 보여준 기량이 있는데다 1988년생의 나이 역시 반전의 여지가 있다.
워낙 한꺼번에 여러 명의 포수가 FA로 풀리다보니 서로에게 어지러운 영향을 끼칠 수 있다. 무엇보다 이들의 향상심과 경쟁심은 리그 판도가 바꿔놓을지 모를 변수다.
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