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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족쇄를 채워놨다" 김남일과 정경호, 어디서도 볼 수 없는 감독-코치의 '브로맨스'[전훈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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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윤진만 기자]수석코치는 보통 감독의 '오른팔'로 불린다. 그만큼 중요한 존재란 의미겠다. 김남일 성남 FC 감독(42)에게 있어 정경호 수석코치(39)의 존재는 '오른팔' 그 이상이다.

지난 9일 성남의 전지훈련지인 부산 모처에서 본지와 만난 김남일 감독은 "내 옆에 정경호란 친구가 있어서 다행"이라고 숨김없이 사랑을 고백했다.

감독과 수석코치는 벤치에서 바로 옆에 앉는 사이지만, 심리적인 거리는 꽤 멀다. 감독이 선장이라면 수석코치는 조타수 또는 항해사 쯤 된다. 한 배에 선장이 둘일 수 없다는 인식이 강하다.

하지만 김 감독은 정 코치를 '아랫사람' '보좌관'으로 여기지 않는다. 수석코치에게 내어줄 수 있는 최대한도의 권한을 내어준다. 김 감독이 정 코치에게 팀 전술을 일임한다는 건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김 감독이 날카로운 눈매로 경기장을 바라보다 벤치 쪽으로 몸을 돌려 정 코치와 전술, 선수 교체 등에 관해 대화를 나누는 장면을 자주 목격할 수 있다.

김 감독은 "나는 정경호 수석코치뿐 아니라 다른 코치의 의견을 듣고 반영하려고 노력한다. 코치들 모두 나보다 경험 많은 선배들이다. 도움을 많이 받고 있다. 이 인터뷰를 빌려서 감사하다고 말하고 싶다"고 했다.

김 감독은 정 코치에 대해선 "경호는 전술적 능력과 사람의 매력을 모두 지녔다"며 "전남 드래곤즈를 떠난 시점에 경호와 우연히 만나 축구 얘기를 나눴다. 놀랍게도 나와 비슷한 축구 철학을 지녔단 걸 알게 됐다. 공간을 어떻게 활용할지, 포지셔닝을 어떻게 가져갈지, 오프 더 볼 움직임을 어떻게 해야하는지 등에 대해서"라고 말했다.

둘은 대표팀 시절 선후배로 만나 전혀 모르는 사이는 아니었다. 하지만 감독을 꿈꾸던 김 감독에게 '지도자 정경호'는 또 다른 매력으로 다가온 모양. 이때 '내가 감독이 되면 정 코치를 수석으로 데려오겠다' 마음먹었으리라.

과정이 순탄치는 않았다. 2020년 시즌을 앞두고 성남 지휘봉을 잡았을 즈음, 정 코치를 향한 러브콜이 여기저기서 쇄도했다. 정 코치가 상주 상무(현 김천 상무)에서 선보인 전술적 능력이 축구판에 널리 알려지면서다. 김 감독은 "다른 팀에서 러브콜이 있다고 들었다. 내가 족쇄를 채워놨다(웃음). 나와 경호는 끈끈한 무언가가 있다. 조금 더 경호를 일찍 만나면 더 좋았을 텐데…"라고 말했다.

성남은 지난시즌 힘겹게 강등 싸움을 했다. 김남일 2년차를 맞이한 올해 대반전을 노린다. 시즌을 앞두고 정경호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상주 시절 정 코치의 지도를 받은 선수들이 성남행을 강력히 원했다. 부산에서 뛰던 미드필더 이규성은 울산으로 이적한 뒤, 한시즌 임대로 성남에 합류했다. 박용지는 대전 하나 시티즌에서 성남으로 이적했다.

'선수들이 코치를 바라보고 팀에 합류하는 상황'이 감독 입장에선 불편할 법도 한데, 그 말을 들은 김 감독은 고개를 절레절레 젓는다. 그는 "(상주 출신을)더 데려오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며 "정경호 코치와 함께 해본 선수들은 우리 스타일을 잘 알 것이기 때문에 적응이 빠를 수밖에 없다. 리스크를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김 감독은 코치진과 협의를 통해 팀에 필요한 선수를 속속 영입했다. 부쉬, 뮬리치, 이종성, 박정수, 리차드 등이다. 복수의 관계자들은 성남 전력이 작년 대비 업그레이드 되었다고 입을 모은다. 김 감독은 "구단이 경제적으로 힘든데 선수를 영입해주려고 노력했다"며 "외인들이 영입된 만큼 지난시즌 부족했던 득점력이 나아지길 기대하고 있다. 올해 목표는 현실적으로 '작년보단 잘하자'로 잡았다"고 말했다.

성남은 오는 19일 부산 기장 2차 전지훈련을 마치고 성남으로 복귀해 마지막 담금질에 돌입한다. 3월 1일 오후 4시30분 탄천종합운동장에서 승격팀 제주 유나이티드를 상대로 2021시즌 개막전을 치른다. 윤진만 기자 yoonjin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