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최만식 기자] "연습경기 오디션에, 눈빛이 달라졌어요."
동계훈련 마무리 단계에 들어간 K리그팀들이 최근 들어 바짝 활기를 띠고 있다. "선수들 눈빛이 달라지고 있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2021시즌 개막이 2주 앞으로 다가왔으니 '베스트11'에 들기 위한 내부 경쟁이 치열해지는 것은 당연한 수순. 여기에 외적인 동기부여 요인이 생겼다. '그분들(A대표팀 코칭스태프)의 행차'다.
파울루 벤투 A대표팀 감독을 보좌하는 코치진이 국가대표 차출을 위한 선수 정보 수집을 위해 현장 점검에 본격 나서기 시작한 것.
사실 다음달 예정된 카타르월드컵 2차예선은 아직 불투명한 상황이다.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코로나19 재확산으로 인해 연기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일단 예정된 일정으로는 H조의 한국은 투르크메니스탄과의 홈경기(3월 25일), 스리랑카와의 원정경기(30일)를 치러야 한다.
여기에 국제축구연맹(FIFA)이 최근 코로나19로 인해 대표팀 선수 차출에 유연성을 제공하기로 해 해외파 차출도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예정대로 3월 A매치를 치른다 해도 국내파로 대표팀을 꾸려야 한다는 의미다.
상황이 이렇다고 해서 손놓고 있을 수는 없는 법. 월드컵 예선 통과의 중대 과제가 걸린 만큼 대비는 해야 한다. 벤투 감독은 지난 9일 입국한 뒤 자가격리 기간을 거치는 중이라 코치들이 먼저 본격 행보에 나섰다.
그러자 동계훈련 연습경기의 위상이 달라졌다. 현재로서는 대표팀 코치진이 국내 선수들을 점검할 수 있는 유일한 실전 무대가 연습경기다. 종전의 그냥 연습경기가 아닌 것이 됐다. 으레 동계훈련 연습경기의 긴장감이나 집중도는 실전에 비해 떨어지기 마련. 하지만 이번 만큼은 태극마크의 꿈을 품고 있는 선수들에겐 스스로 홍보할 수 있는, 놓칠 수 없는 기회가 됐다.
이 과정에서 부산 아이파크와 강원FC의 연습경기가 먼저 시험대에 오를 전망이다. 부산은 오는 19일 부산 강서구 클럽하우스에서 강원과 연습경기를 가질 예정이다. 강원이 4일부터 20일까지 경남 양산에서 2차 전지훈련을 진행중인데 가까운 부산을 찾아 서로 실력 점검을 하기로 한 것. 그동안 대학-실업팀과의 연습경기를 치르다가 K리그 팀끼리 맞붙게 됐으니 대표팀 코치진의 시선을 끌게 됐다.
부산 구단은 최근 대한축구협회로부터 대표팀 코치진이 연습경기 점검차 방문할 것이라는 연락을 받았고 '손님맞이'에 분주해졌다. 부산이 동계훈련 중에 대표팀 코치진의 관찰을 받는 것은 처음이다. 특히 2부리그로 강등된 부산 입장에서는 가볍게 넘길 수 없는 대표팀의 방문이다. 부산은 작년까지만 해도 국가대표 3총사(이정협 김문환 이동준)를 보유한 자긍심이 높았지만 이들 모두 이적하는 바람에 '국대 제로'팀이 됐다. 새로운 국가대표를 배출하고 싶은 마음 간절하다. 젊은 선수 위주로 새판짜기를 한 터라 당장 소득을 기대하기 어렵지만 '눈도장'을 받아두고 싶은 간절함은 선수나 구단이나 매한가지다.
강원도 비슷한 처지다. 지난해 10월 국내파 소집때 A대표팀에 차출됐던 김지현 이현식 이영재 김영빈을 보유하고 있었지만 김영빈을 제외한 3명은 다른 팀으로 이적했다. 한국 축구 레전드 이영표 대표이사가 부임한 이후 새롭게 개편한 만큼 어떤 후계자를 배출할지 관심사가 되고 있다.
부산 구단 관계자는 "대표팀 코치진이 온다고 하니 선수들 분위기가 달라진 느낌이다. 게다가 상대는 1부리그의 강원이 아닌가. 이번 연습경기는 제법 볼 만할 것 같다"며 웃었다.
'연습경기 순회 오디션'이 코로나19에 지쳐있던 K리그에 색다른 자극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