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이 지나도 피해자들에게 평생 씻을 수 없는 상처가 된 '학교폭력'. 곪은 부위는 결국 터졌다. 가해자들은 과거 사실에 대해 인정, 사과문을 게재하고 미안함을 호소했지만 유년시절 끔찍한 신체적·정신적 고통을 받은 피해자들의 마음은 좀처럼 치유되지 않고 있다. 이같은 대응으로 회복될 문제였다면 이미 개인적으로 접근했을 것이다. 사건은 일파만파다. 다른 피해자들도 나서고 있다.
학교폭력에 연루된 선수들이 있는 프로배구 여자부 흥국생명과 남자부 OK금융그룹은 발빠르게 구단 자체 징계를 내렸다. 무기한 출전정지와 잔여경기 출전정지. 이 상황에서 구단이 할 수 있는 조치는 다 취했다는 입장이다.
한국배구연맹(KOVO)과 대한민국배구협회도 사건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자 방지대책을 논의하기로 했다. 특히 협회는 "사안의 심각성을 고려하여 학교폭력 가해자는 국가대표 선발 및 운영규정에 의거해 2021년 발리볼네이션스리그, 2020년 도쿄올림픽 등 향후 모든 국제대회에 무기한 국가대표 선수선발에서 제외하겠다"며 철퇴를 가했다. 뿐만 아니라 협회는 지난해 2월 도쿄올림픽 출전권을 획득하는데 공을 세운 이재영-이다영의 모친이자 전 여자배구국가대표 세터 김경희씨에게 준 '장한 어버이상' 수상을 취소하기로 결정했다.
한국 배구계는 '학폭'으로 스타들을 잃었다. 이유를 막론하고 학폭'은 정당화될 수 없는 문제다. 무엇보다 이재영-이다영이 범한 '학폭'에는 흉기까지 사용됐다는 이야기까지 나온다. 피해자들의 분노는 더 크다.
한국 남녀 배구계는 스타들을 잃었다. '학폭'을 자행한 선수들이 문제의 장본인이긴 하지만, 당시 그것을 관리·감독하지 못한 코칭스태프와 부모들도 비난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선수도 선수이기 이전에 인성 함양에 힘써야할 한 인간이다. 그 인성 형성은 코칭스태프와 부모가 도와줘야 한다. 헌데 이번 '학폭'에 연루된 선수들은 기량이 뛰어나다는 이유로 인해 인성교육은 소홀했다는 지적이 많다. 피해자들은 한둘이 아니다. 이는 당시 선수들을 지도했던 지도자들에게도 책임이 있다.
사실 '학폭'은 피해자의 신고나 증언없이는 알려지기 쉽지 않다. 그리고 '학폭'의 기준도 애매하다. 상대방의 행동이나 언어가 상황이나 개인에 따라 변할 수 있다. 학폭을 검증할 수 있는 시스템이 배구계, 스포츠계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대부분 '학폭'이 대학교에 오기 전 초·중·고교 시절 합숙생활에서 벌어지는데 여과되는 시스템이 없다보니 그 여파가 프로구단까지 미치는 모양새다. 때문에 복수의 구단 관계자들은 "학폭과 연루된 선수들은 드래프트에도 신청할 수 없게 하는 강력한 시스템이 필요하다. 가령 걸러지지 않고 프로 팀에 입단해 과거 학폭 사실이 밝혀질 경우 해당학교에 지급되는 학교지원금을 회수하는 등 중·고교에서도 자각심을 갖게 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신고할 수 있는 통로를 선수들에게 주지시키는 것과 지도자 교육도 필요하다. 자격증 제도를 강화시켜 선수들의 기량 뿐만 아니라 인성까지 책임질 수 있는 지도자를 만드는 것도 필요하다"고 전했다. 스포츠콘텐츠팀 기자 manu35@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