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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축구계 흔든 '가짜선수'소동…"명문클럽 입단할 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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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최만식 기자] 유럽 축구계가 '가짜뉴스'가 아닌 '가짜선수' 소동으로 술렁이고 있다.

주도면밀하게 자신의 이력을 속인 뒤 유명 프로클럽 입단 직전까지 갔던 것으로 밝혀진 것.

문제의 '가짜선수'는 프랑스의 전 아마추어 축구선수 그레구르 악셀로드(39). 그는 최근 발간한 자서전을 통해 이같은 사실을 고백해 유럽 축구계를 놀라게 했다.

25일(한국시각) 데일리스타 등 영국 매체들에 따르면 아마추어팀에서 그저 그런 선수로 평가받던 악셀로드가 유명 선수인 것처럼 이력을 조작해 수차례 도전한 끝에 유럽챔피언스리그 출전 기회를 얻을 뻔 했다가 막판에 들통나는 등 영화같은 인생을 고백했다.

악셀로드는 유년 시절부터 유럽챔피언스리그 출전하는 꿈을 안고 있었다. 하지만 10세때 아버지의 한 마디에 상처를 받았다. 유소년클럽 선수로 아버지 앞에서 첫 경기를 했다가 "너는 축구에 소질이 없다. 축구를 그만 두라"는 핀잔을 들은 것. 이후 18세가 될 때까지 클럽 선수 생활을 하지 못했다. 그럼에도 축구선수의 꿈을 버리지 않았고 집 마당이나 동네 그라운드에서 꾸준히 공을 찼다.



그랬던 그는 자신을 무시하는 아버지가 잘못되었음을 증명하고 싶어졌다. '가짜선수'는 이때부터 시작됐다. 그가 떠올린 아이디어는 '위조 셀프마케팅'. 먼저 파리 생제르맹(PSG)에서 뛰는 프로선수로 위장한 가짜 웹사이트를 만들었다. 새빨간 거짓말은 아니었다. 악셀로드는 당시 PSG 산하 아마추어팀의 최하위 리그에서 뛰기는 했다.

신문의 축구기사를 복사해 붙이기를 하면서 니콜라스 아넬케같은 스타 플레이어의 이름에 자신의 이름을 덧씌우기도 했다. 그런가 하면 집 근처인 PSG 경기장에 몰래 들어가 위조 유니폼을 입고 사진을 찍어 게재하는 등 PSG 선수 행세를 했다.

그의 지인을 제외한 사람들은 진짜 PSG 선수로 생각하기 시작했다. 이에 힘을 얻은 악셀로드는 위조 이력서와 웹사이트를 첼시, 맨체스터시티, 아스널, 본머스, 스윈던타운, CSKA 소피아 등 유럽의 각 유명 클럽에 보내 구직 활동을 했다. 2003년 여름 첫 성과가 나왔다. 영국 2부리그 스윈던타운으로부터 테스트 기회를 얻은 것. 하지만 기량 미달로 불합격했다. 이후 2007년 본머스의 프리시즌 캠프에서 1주일간 테스트 기회를 얻은 그는 연습경기에서 골을 넣기도 했지만 최종 평가는 역시 '함량 미달'이었다.





2009년 절호의 기회가 왔다. 불가리아의 CSKA 소피아가 2008∼2009시즌 챔피언스리그 본선에 진출한 뒤 악셀로드에게 입단 제안을 했다. PSG의 선수라 믿었던 CSKA는 월봉 1만5000파운드(약 2365만원)에 3년 조건으로 계약서에 서명하고, '옷피셜'까지 마쳤다. 하지만 '네티즌 수사대'에 딱 걸렸다. CSKA의 팬이 PSG의 온라인 포럼에 접속해 악셀로드에 대해 문의한 것이 발단. 축구팬들이 신입 선수가 오면 전 소속팀 팬들에게 문의하는 것은 통상적인 일이었다. 이에 PSG 팬들이 악셀로드의 정체를 확인해주면서 계약은 전면 취소됐다.

명문 리그를 향한 가짜 행각은 이렇게 끝났지만 이후 그는 그리스, 쿠웨이트, 캐나다 등의 하위 리그에서 선수 생활을 한 뒤 2012년 은퇴했다. 축구 이적시장 전문사이트 '트랜스퍼마켓'에도 그의 프로필이 등록돼 있다.

지금은 유스클럽 아카데미 전문 에이전트로 일하고 있는 악셀로드는 지난 1월 자서전 'Pro At All Costs(Professionalism Regardless of Cost)'를 출간했다. 그는 "나는 구단 테스트를 받을 때마다 호텔과 항공비를 자비로 해결했지 구단의 돈을 축내지는 않았다. 구단이 나때문에 시간 낭비를 한 것은 미안하다"면서 "내 경험에서 보듯 프로 선수에게 이력서는 필요없다. 꾸준히 실력을 연마하고 꿈을 포기하지 않는 게 중요하다는 사실을 전하고 싶었다"고 말했다.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