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 용 기자] "이번 시즌 점수는 100점 만점에 120점을 주겠다."
'한국 테니스의 희망' 권순우(24·당진시청)가 금의환향했다. 권순우는 12일 서울 올림픽 테니스경기장에서 열린 ATP 투어 아스타나오픈 우승 기념 기자 간담회에 참석했다.
권순우는 지난달 카자흐스탄 누르술탄에서 열린 아스타나오픈 남자 단식 결승전에서 호주의 제임스 더크워스를 꺾고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리며 한국 테니스의 새 역사를 썼다. 한국 남자 선수가 ATP 투어 대회에서 우승한 건 2003년 이형택이 아디다스 인터내셔널에서 정상에 선 이후 무려 18년 만이었다. 권순우는 이 대회 우승으로 자신의 세계랭킹도 55위까지 찍었다. 역대 최고 순위.
권순우는 이어 미국에서 열린 ATP 투어 1000시리즈 대회인 BNP파리바오픈 일정을 마친 후 귀국했다. BNP파리바오픈에서는 1회전 탈락을 했지만, 아스타나오픈 우승의 여운이 가시지 않았는지 밝은 표정이었다.
권순우는 "미국에서 열린 데이비스컵을 치른 후 카자흐스탄으로 갔다. 시합에서 지면, 시차 적응 등을 핑계댈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런데 마음을 편히 먹어 그런지 우승까지 했다. 사실 4강, 결승까지 진출할 지도 몰랐다. 우승 당시에는 그냥 멍했다. 꿈같은 시간이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ATP 투어 대회는 250-500-1000 레벨로 나뉜다. 권순우가 우승한 아스타나오픈은 250 시리즈. 위로 갈수록 상금 규모도 커지고, 톱랭커들도 많이 참가한다. BNP파리바오픈은 4대 메이저 대회 바로 아래 레벨인 1000 시리즈였다. 권순우는 우승 상승세를 잇지 못한 것에 대해 "자신감은 충분했다. 그런데 우승을 하니 더 잘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컨디션도 좋고, 욕심도 생기니 플레이가 소극적으로 변했다"고 말하며 쑥스러워했다.
권순우는 올해 한 시즌을 돌이키며 "100점 만점에 120점을 주고 싶다. 250 시리즈 대회에서 우승할 지도 몰랐고, 세계랭킹이 50위권대로 올라갈 지도 몰랐다"고 말하며 웃었다.
권순우는 앞으로의 목표에 대해 "이제 새로운 목표는 500 시리즈 대회 우승이다. 그 다음은 1000 시리즈 우승, 메이저 대회 우승 도전이 될 것"이라고 말하며 "특히 메이저 대회의 경우 윔블던, 프랑스오픈, US오픈에서는 승리가 있었다. 하지만 호주오픈은 아직까지 이긴 경기가 없었다. 그래서 내년 초 호주오픈에 포커스를 맞추고 준비를 하려 한다. 좋은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을 것 같다"고 자신있게 말했다.
권순우가 더 높은 목표를 이루려면 세계랭킹 20위권 이내의 톱랭커들과의 경기에서 승리해야 한다. 권순우는 이에 대해 "20~30위권 선수들은 많이 이겨봤다. 톱10 안에 있는 선수들도 이기면 자신감이 생길 것 같다"고 하며 "관건은 끈기다. 공격도 좋지만, 톱랭커들과 경기 할 때는 수비력, 집중력 싸움에서 이기기가 힘들었다. 오래 랠리가 되더라도 이겨낼 줄 알아야 한다. 내년에는 톱랭커들을 상대로도 이기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고 했다.
권순우는 또 다른 목표로 내년 9월 열리는 항저우 아시안게임을 언급했다. 올해 열린 도쿄올림픽에서는 1회전 탈락의 고배를 마셨다.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획득하면 해외 투어 생활을 조금 더 편한 환경 속에 지속할 수 있다. 권순우는 "많은 메이저, 투어 대회가 있지만 아시안게임이라는 큰 대회도 중요하다. 금메달을 따고 싶다. 많은 중점을 두고 준비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이날 간담회에는 정희균 대한테니스협회 회장도 참석했다. 정 회장은 "한국 테니스 역사상 두 번째 ATP 투어 우승을 축하한다. 권순우가 좋은 계기를 만들어줬으니, 테니스 발전을 위해 노력하겠다. 제 2의 권순우를 만들기 위한 주니어 육성 프로그램을 곧 선보이겠다"고 밝혔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