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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토미마 스승→신유빈 스승'오광헌 감독"열정의 공격탁구로 日이길것"[진심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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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정의 공격탁구로 일본에 지지 않는 팀을 만들겠다."

일본 여자탁구의 중흥을 이끈 오광헌 감독이 새해 대한민국 여자탁구대표팀 사령탑으로 선임된 후 결연한 포부를 밝혔다.

이토 미마의 스승으로 유명한 오광헌 감독은 이색 경력의 소유자다. 선수 은퇴 후 3년간 서울여상 코치로 재직하다 1995년 일본으로 건너가 슈쿠도쿠대를 일본 정상으로 이끌었고, 2009~2016년 일본 여자국가대표팀 코치 및 주니어대표팀 감독을 맡아 일본탁구 부흥의 디딤돌을 놓았다. 2016년 리우올림픽 동메달, 쿠알라룸푸르세계선수권 준우승, 세계주니어선수권 우승에 기여했고, '일본 톱랭커' 이토 미마(세계 3위), 히라노 미우(세계 14위), 하야타 히나(세계 16위), 사토 히토미(세계 20위)를 키워냈다. 2017년 귀국해 5년간 남자실업팀 보람할렐루야를 이끌던 오 감독이 새해 여자탁구 대표팀 감독으로 돌아온다는 소식에 탁구계는 반색했다. 지도자 경력 32년 중 27년을 여자탁구에 헌신해온 자타공인 여자탁구 전문가다.

지난 23일 남녀종합탁구선수권이 한창인 제천에서 만난 오 감독에게 보람할렐루야의 안정적인 감독직을 내려놓고 '1년 임기' 대표팀 전임감독에 도전한 이유를 물었다. 오 감독은 "제자 이토 미마, 히라노 미우가 도쿄올림픽을 통해 성장하는 모습을 봤다. 우리도 충분히 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 일을 해보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다"고 이유를 털어놨다.

소속팀 보람할렐루야가 지난해 말 삼고초려 끝에 오 감독의 도전을 허락했다. "보람할렐루야는 내게 창단팀 초대감독의 중책을 맡겨준 팀이다. 단체전 우승을 꼭 하고 싶었는데 종합선수권 포함 준우승만 5번 했다. 꿈을 지지해 주신 최철홍 회장님께 죄송하고 감사하다. 후임 감독이 내가 못한 단체전 우승을 꼭 해줬으면 한다"는 인사를 전했다.

여자탁구 경력과 성과에 비춰 뒤늦은 선임 아니냐는 질문에 오 감독은 환한 미소로 답했다. "다행히 여자탁구를 향한 열정이 남아 있을 때 불러주셨다. 유승민 회장님이 믿고 불러주셨다는 사실만으로 힘이 된다. 믿음에 꼭 보답드릴 것이다." 오 감독은 여자탁구의 매력을 아는 지도자다. "여자선수들과 소통하고, 연습량을 늘려가다 보면 느는 속도가 눈에 보인다. 지도자로서 보람이 크다"고 했다. "집안에 위로 누나만 3명이다. 어릴 때부터 누나들과 지내서 여자선수 심리도 잘 이해하는 편"이라며 웃었다.

'막내온탑' 신유빈을 비롯해 김나영, 유한나, 윤효빈, 이다은 등 재능 충만한 어린 선수들이 나오고 있는 상황, 일본 여자탁구의 폭풍성장을 이끈 오 감독이 이 유망주들을 어떻게 키워낼지 관심이 크다. 오 감독 역시 "정말 좋은 기회다. 다들 여자탁구는 힘들다고 하지만, 신유빈, 유한나, 김나영, 이다은같은 어린 선수들이 있고, 서효원, 전지희같은 세계랭킹 15~20위권의 든든한 언니들이 있다"며 희망을 노래했다. "신유빈의 손목 부상이 아쉽지만 상반기까지 치료에 전념하고 내년 대표팀에서 활약하게 되면 충분히 일본을 이길 수 있다고 믿는다"고 힘주어 말했다.

한국 여자탁구의 현주소를 "냉정하게 세계 8강권"으로 규정한 오 감독은 단내 나는 훈련을 예고했다. "4강권을 목표로 연습량과 체력 훈련을 늘리겠다. 체력이 없으면 파워도 스피드도 없다"고 했다. 일본탁구에서 몸소 체득한 '공격탁구'를 목표 삼았다. "일본도 원래는 연결하는 탁구였다. '백'은 강했지만 결정구가 없었다. '우리가 좀더 발전하려면 백에서 돌아서야 한다'는 걸 선수들에게 충분히 이해시켰다"고 했다. "3구 안에 끝내는 공격탁구, 서비스를 통한 원포인트 득점력, 리시브에 이은 4구 득점력, 한국 탁구의 풋워크를 살린 폭넓은 탁구 등 4가지를 집중연마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신유빈이 세계 톱10, 톱랭커로 성장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 오 감독은 "유빈이는 공격적인 탁구를 하는 선수다. 충실히 과제를 이행한다면 충분히 가능할 것"이라고 답했다. 이토 미마, 히라노 미우 등 10대 일본 유망주들을 월드클래스 톱랭커로 키워낸 오 감독의 자신감에 고개가 끄덕여졌다. 내친 김에 일본 에이스 삼총사의 성장기도 물었다. "이토 미마는 천재다. 2013년, 중1 때부터 4년간 가르쳤는데 놀라운 순간이 많았다. 대회에 다녀온 다음엔 전혀 새로운 걸 시도했다. '상대방이 이미 다 분석하고 있는데 똑같은 걸 하면 진다. 변화해야 한다'고 하더라. 하나를 알려주면 알아서 둘을 하는 영리한 선수"라고 설명했다. "하야타 히나는 착한데 속으론 욕심 많은 선수다. 이토, 히라노 셋이 동기인데 하야타는 상대적으로 언론 노출이 안됐다. 속상해하는 하야타에게 '실력으로 보여주라'고 주문했고 체력훈련도 많이 시켰다. 체력이 강해지고 백핸드가 보완되면서 계속 성장하고 있다"고 평했다.중학교 때부터 동고동락한 애제자들이지만 '가위바위보도 져선 안되는' 한일전에선 결코 양보할 뜻이 없다. "일본대표팀에서 우리선수들과 많이 붙었다. 그때도 지지 않기 위해 정말 열심히 했다. 그 마음은 똑같다. 한국대표팀 감독이 일본에 지면 절대 안된다. 결코 져줄 생각이 없다. 사제지간이지만 승부는 승부"라고 눈을 빛냈다.

실력만큼 중요한 건 대표팀의 문화다. 오 감독은 "열정과 자부심이 있는 대표팀을 만들겠다"는 강한 의지를 표했다. "열정, 책임, 최선이 지도자로서 내 신조다. 열심히 하는 팀, 소통하는 팀, 목표가 있는 팀을 만들어가겠다. 필요하다면 권한을 모두 내려놓고 소통하겠다. 아무리 좋은 기술이 있어도 선수가 받아들이지 않으면 가르칠 수 없다. 마음의 문을 연 다음에야 기술도 가능하다. 선수들이 원하는 걸 먼저 받아들이고, 먼저 다가가겠다"고 약속했다. "국가대표는 나라를 위해 뛰는 공무원이다. 선수들에게 국가대표로서 자부심과 사명감을 강조하고 싶다. 국제대회에서 애국가가 나오면 눈물이 난다. 일본에 살면서 그런 마음이 더 생겼다. 태극마크를 가위바위보로 단 것이 아니지 않은가. 대한민국 국가대표로서 자부심을 가지란 말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올해 여자탁구대표팀의 목표를 묻는 질문에 오 감독은 "세계선수권, 아시안게임 4강"이라고 즉답한 후 "차근차근 올라가겠다"고 했다. "때론 열심히 해도 당장 결과가 안나올 수도 있다. 질책도 중요하지만 격려가 큰힘이 된다"면서 새 대표팀을 향한 아낌없는 응원을 당부했다. "일본 슈쿠도쿠대 감독 시절 선수를 스카우트할 때마다 '4년 후 졸업할 땐 아름다운 꽃을 피워 보내드리겠습니다'라고 약속했던 기억이 난다. 아직은 꽃봉오리인 우리 선수들을 격려해주셨으면 한다. 기다려주고 응원해 주시면 반드시 아름다운 꽃을 피워낼 것"이라고 확신했다. 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