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중국)=스포츠조선 류동혁 기자] '배추보이' 이상호(27·하이원)는 2022 베이징동계올림픽에서 '값진 좌절'을 했다.
한국 스노보드 역사상 첫 금메달을 노리던 그는 8강에서 탈락했다. 0.01초 차이의 패배. 너무나 아쉬웠다.
지난 8일 장자커우 겐팅 스노파크에서 열린 베이징동계올림픽 알파인 스노보드 남자 평행대회전 8강전에서 빅토르 와일드(ROC)에 0.01초 차이로 뒤지며 분루를 삼켰다.
이상호의 기량은 강렬했다.
예선에서 1, 2차 합산 1위(1분20초54)로 압도적 기량을 발휘했다. 16강전에서도 이탈리아 바고자를 압도했다.
출발은 살짝 늦었지만, 특유의 리듬감을 살린 회전 테크닉과 가속도로 0.92초 차로 따돌리고 가볍게 8강에 진출. 강력한 우승후보로 도약하는 순간.
하지만 8강에서 강력한 다크호스에 걸렸다.
레이스 후반까지 이상호가 간발의 차로 앞섰다. 워낙 회전 리듬감이 좋은 이상호는 막판 레이스에서 뛰어난 강점을 발휘하는 선수다.
하지만, 빅토리 와일드의 소위 '지르기 전략'이 제대로 먹혔다.
이상호를 지도하는 봉민호 감독은 "분명 이상호가 더 잘 탔다. 빅토르도 좋은 경기를 했지만 이길 수 있는 상대였다. 하지만 마지막 상대의 '지르기'가 성공하면서 이같은 결과가 나왔다"고 분석했다.
그는 "리듬감이 좋은 이상호는 막판 레이스에서 최대 강점을 가지고 있다. 빅토르는 레이스 도중 본능적으로 승부를 걸었다. 일종의 도박같은 전술이었다. 분명 '이대로 간다면 진다'는 것을 느낀 것 같았고, 마지막 구간에서 상당히 모험적인 턴을 했다. 이런 경우 우리는 '지른다'라는 표현을 쓴다. 넘어질 가능성이 높은데, 이 '지르기'가 들어갔다. 그래서 0.01초 차이로 진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이상호는 '월드클래스'라는 것을 올림픽에서 입증했다. 월드컵 시리즈에서 예선보다 토너먼트에서 약한 약점도 보완됐다. 당시 토너먼트에서 약점은 '평정심을 잃어버린 자그마한 실수'가 원인이었다.
봉 감독은 "예선 뿐만 아니라 16강, 8강에서도 이상호는 거의 완벽하게 레이스를 했다. 꾸준한 마인드 컨트롤로 올림픽에서 자신의 약점을 극복했다. 하지만 평행대회전은 정말 간발의 차이가 승패를 결정한다. 빅토르의 노림수가 들어간 것은 정말 운이 좋았던 부분"이라고 했다.
이상호는 9일 귀국했다. 베이징동계올림픽에서는 안타깝게 패했지만, 그의 기량은 어디로 가지 않는다. 그는 경기가 끝난 뒤 "세계랭킹 1위를 유지할 것"이라고 했다.
이상호의 눈은 벌써 2026 밀라노동계올림픽을 향해 있다. 베이징(중국)=류동혁 기자 sfryu@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