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실=스포츠조선 박재만 기자] 개막 후 6경기 만에 시즌 첫 안타를 신고한 NC 손아섭이 야생마처럼 그라운드를 거침없이 달렸다.
8일 잠실구장. LG 트윈스와의 시즌 첫 맞대결을 치르기 위해 원정길에 오른 NC 다이노스. 이날 경기 전까지 20타석 16타수 무안타를 기록 중이던 NC 손아섭은 묵묵히 타격 훈련에 집중했다.
오후 6시 30분. 구심의 플레이 볼 선언과 함께 시작된 경기. 1번 타자 겸 우익수로 선발 출전한 손아섭은 첫 타석부터 행운이 따랐다.
LG 선발 플럿코의 2구째 148km 직구를 타격했다. 빗맞은 타구는 내야 뜬공이었다. 유격수 오지환이 빠르게 타구 위치를 파악한 뒤 본인이 잡겠다고 콜을 외쳤다. 그렇게 평범한 플라이로 끝나는 듯했지만 오지환이 포구 실책을 범하며 손아섭은 출루에 성공했다.
이후 1사 1루 박건우 타석 때 손아섭은 2루를 향해 과감하게 몸을 날렸다. 상대 배터리의 허를 찌르며 도루에 성공한 손아섭은 덤덤한 표정으로 유니폼에 묻은 흙을 털었다.
경기 초반부터 투지 넘치는 플레이를 보여준 손아섭은 두 번째 타석에서 그토록 바라던 시즌 첫 안타를 날렸다. 3회초 선두타자 손아섭은 플럿코의 2구째 121km 커브를 힘껏 당겨쳤다. 결과는 우익수 앞 안타. 단타로 끝날 것 같았던 순간 손아섭은 1루 베이스를 밟은 뒤 2루를 향해 전력 질주했다. LG 우익수 송찬의가 2루를 향해 강한 송구를 해봤지만, 간발의 차이로 손아섭의 손이 더 빨랐다.
NC 유니폼을 입고 시즌 첫 안타를 기록한 순간. 손아섭은 하늘을 향해 손가락 하나를 치켜세웠다.
이후 네 번째 타석이었던 6회초 2사 상황에서 타석에 들어선 손아섭은 바뀐 투수 LG 함덕주의 6구째 140km 직구를 공략해 내야를 뚫었다. 2루수 서건창이 다이빙 캐치로 타구를 글러브로 막아봤지만, 힘이 실린 타구는 글러브를 막고 외야로 흘러나갔다. 이때 손아섭은 다시 한번 2루를 향해 헤드퍼스트 슬라이딩하며 2루타를 완성했다.
FA로 팀을 옮긴 뒤 좀처럼 안타가 나오지 않아 마음고생이 심했을 손아섭은 스스로 막힌 혈을 뚫은 뒤 야생마처럼 그라운드를 누볐다.
프로통산 타율 0.324 2,077안타를 친 손아섭에게 안타 하나가 얼마큼 소중한지 깨닫게 해준 한 경기였다.
64억 타자 손아섭의 방망이가 터진 순간 100억 타자 박건우도 3안타로 응답했다.
NC는 에이스 루친스키의 7이닝 2피안타 9삼진 무실점 완벽투와 리드오프 손아섭의 2루타 두 방을 앞세워 6연승을 노리던 LG를 꺾었다.
경기가 끝난 뒤 손아섭은 "다시 한번 안타 하나의 소중함을 많이 느낀 일주일이었다. 사실 안타가 생각보다 길게 안 나오다 보니까 방황하기도 했다. 그런 것들이 부담으로 연결된 것 같아서 더 오래가지 않았나 그런 생각을 한다"라고 말했다.
짧은 안타에도 한 베이스를 더 가기 위해 야생마처럼 거침없이 질주한 손아섭의 유니폼은 이날 NC 선수 중 가장 흙이 많이 묻어 있었다. 박재만 기자 pjm@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