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벤치가 움직여줘야 점수가 나더라. 그래도 '도루' 사인은 안 낸다."
KT 위즈 박병호(36)가 7년만에 다시 뛰고 있다.
박병호는 KBO리그를 대표하는 거포다. 2014~2015년에는 2년 연속 50홈런을 쏘아올리기도 했다.
젊을 때는 제법 잘 뛰는 선수이기도 했다. 2012년에는 31홈런 20도루로 커리어 유일한 '20(홈런)-20(도루)'를 기록한 바 있다.
메이저리그에 도전하기 전이었던 2015년만 해도 10개의 도루를 성공시켰다. 타고난 발이 빠른 선수는 아니지만, 워낙 거포라는 인상이 강하다보니 상대의 빈틈을 파고드는 야구적 센스가 뛰어났다.
하지만 2년간의 미국 생활을 마치고 KBO리그로 돌아온 뒤엔 좀처럼 뛰지 않았다. 2018~2021년까지 도루 성공이 단 한개도 없었다.
그런데 올해 다시 도루를 한다. 올시즌 벌써 3개다. 실패는 하나도 없다. 3일 롯데 자이언츠전에도 7회말 2루 도루를 성공시켰다. 30억 FA의 부담감, 강백호 라모스가 모두 이탈한 상황에서 무거워진 어깨, 36세라는 적지 않은 나이에도 벤치에서 도루 사인이 나오는 걸까.
4일 롯데전에 앞서 만난 이강철 감독은 "(박)병호 피곤하지 않게 해야하는데…"라며 멋적은 미소를 지었다.
"어떻게든 한 베이스를 더 보내려는 노력의 일환이다. 올해는 작전보단 치는 야구를 하려고 했는데, 시작부터 안되고(강백호 이탈) 라모스까지 빠지다보니 벤치에서 작전을 쓸 수밖에 없다. 가만히 기다리니까 승률이 별로 안 좋더라. 어젠 또 빠른 주자들이 많이 출루해서 잘 움직여준 것 같다."
그렇다면 박병호는 어떨까. 민첩하고 발이 빠른 선수가 아닌 것은 명백하다.
이 감독은 "병호한테 도루 사인은 안 낸다. 나도 욕먹고, 병호도 힘든 일"이라며 웃은 뒤 "타자를 편하게 하는 차원에서 앤드런 정도는 지시한다. 안타가 되면 더 좋고, 안타가 안 되더라도 진루할 수 있으니까. 만약 타자가 치지 못할 정도, 예를 들어 바운드볼이 온다면 박병호가 세이프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물론 '30억 거포'의 본분은 장타다. 지난 시즌과 달리 타격시 다리 움직임을 살짝 수정한게 성공적인 변화로 이어졌다. 박병호는 전날 롯데전에서 시즌 6호포를 쏘아올리며 홈런 1위 한동희(롯데)에게 1개 차이로 접근했다. 이 감독은 "박병호가 타선의 중심을 잡아주고 있다. 타격 준비자세가 전보다 확실히 빨라졌다"며 미소지었다.
수원=김영록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