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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에 맞춰서!" 3일간 6만2436명 찾은 사직. V3 꿈꾸는 17년차 레전드의 남다른 감회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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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언제나 사직구장을 가득 메운 부산 팬들의 응원과 함께 해왔다. 뜨거운 환호는 일상이었다. 하지만 지난 2년은 그런 사랑이 얼마나 소중했는지를 떠올린 시간이었다.

적막한 관중석은 간데없고, 열렬한 함성으로 가득 찼다. 사직구장은 지난 주말 3연전 중 금-토 이틀 연속 매진(2만2990명)을 기록했고, 일요일에도 1만6456명이 입장했다. '사직노래방'의 명성은 여전했다. '돌아와요 부산항에'를 목놓아 부르고, 상대 투수의 견제구에 "마!"를 외치며 힘을 보탰다.

이를 남다른 감회로 지켜본 사람이 있다. 롯데 자이언츠 유니폼을 입은지 올해로 17년째인 조지훈 응원단장이다. 2년 동안 텅빈 응원단상을 지켰던 그에겐 매순간이 가슴 벅차다.

특히 관중들이 함께 외치는 응원이 조 단장에게 주는 감동이 크다. 그는 "내가 전문 뮤지션이나 프로듀서는 아니지 않나. 결국 응원가는 팬들의 것이다. 팬들의 목소리로 울려퍼져야 비로소 완성된다"고 강조했다.

대표적인 예가 안치홍이다. 안치홍은 2020시즌 롯데 유니폼을 입었지만, 그 직후 코로나가 터지면서 KBO리그는 무관중 시대로 돌입했다. 뒤늦게 접한 응원에 안치홍은 "매일매일이 새롭고 기대된다"며 특별한 속내를 전한 바 있다.

올해는 조 단장에게 특별한 도전이기도 했다. KBO 10개 구단팬들을 한꺼번에 반하게 했던 '이학주 응원가'를 새로 제작해야했기 때문이다.

"부담이 정말 컸다. 이전 응원가가 노래도 동작도 워낙 좋았지 않나. (새 응원가는)아마 코로나 상황이었으면 실망하는 분들이 계셨을 것 같은데, 팬들이 직접 따라불러주셔서 아쉬운 점이 가려진 것 같다. (롯데리아 PPL이 아니냐 묻자)의도한 건 아닌데 그렇게 됐다."

특히 이번 주말 삼성 라이온즈와의 클래식 시리즈는 한층 특별했다. 롯데와 삼성은 이름과 모기업이 바뀌지 않은 단 둘 뿐인 프로야구 원년팀이다.

3루쪽 원정응원석은 삼성 팬들로 가득했다. 롯데의 홈경기임에도 불구하고 전광판에 삼성 선수들이 소개됐고, 양팀의 선수와 팬들이 서로의 문제를 바꿔 맞추는 등 응원석을 교차하는 이벤트들도 뒤따랐다.

조 단장은 "과거엔 서로 적이라고들 했다. 이젠 다같이 KBO리그를 사랑하는 팬이고 함께 가는 동반자 아닌가. 야구를 매개로 서로를 환영하고 교류하고 어우러지는 것, 굉장히 특별한 경험"이라고 강조했다.

'부산갈매기'를 저작권 문제로 사용하지 않는 상황. '돌아와요부산항에'가 한층 적극적으로 활용되고 있다. 부산 팬들이 남녀노소 없이 하나되는 순간이다. 조 단장은 "상황이나 승패에 관계없이 매경기 1번은 꼭 부르려고 한다. 나 또한 팬의 한 사람으로써 팬여러분과 함께 열창한다"며 주먹을 불끈 쥐었다.

강민호(삼성)나 손아섭(NC 다이노스)은 롯데 시절 등장곡을 그대로 쓰고 있다. 팬들과 함께 호흡해야하는 올해의 경우 그 중요성이 더 커졌다.

"애초에 등장곡은 선수 본인이 선택했던 거다. 그들이 원한다면 쓰는게 맞다. 롯데 팬들은 조금 섭섭하실 수 있지만, 우리팀이었던 시절의 소중한 추억 한번 떠올리시는 기회가 되지 않겠나. 선수들도 부산 팬들을 잊지 않을 거다. 강민호 선수의 경우 이적할 때 '응원가 정말 좋았다. 좋은 추억으로 간직하겠다'며 따로 인사를 한 적도 있다."

조 단장은 "아직 코로나 끝나지 않았다. 부디 건강 조심하시고, 야구장 오셔서 우리 선수들 힘낼 수 있게 열심히 응원하고 격려해달라"고 팬들을 향해 거듭 당부했다.

부산=김영록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