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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천대 이장석 교수 "120년 잡지 역사, 디지털 아카이브로 발현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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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0년 역사를 담고 있는 한국 잡지의 가치를 발현하기 위해 콘텐츠의 디지털화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지금까지 아날로그 방식으로 보존해온 잡지 창간호를 디지털 전환 시대에 맞춰 콘텐츠로 활용한다면 문화유산의 가치를 높이고 지속할 수 있을 것이란 이유에서다.

가천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이장석 교수는 28일 코엑스에서 '한국잡지 120년, 시대를 말하다'라는 주제로 열린 학술대회에서 창간호 잡지의 보존과 활용에 대해 발표하며 이 같은 주장을 내놨다.

잡지 창간호에 대한 주제로 학술대회를 진행하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가천박물관(관장 윤성태)과 한국출판학회(회장 노병성)가 공동 주최하는 이번 학술대회는 잡지 창간호에 담긴 시대정신을 고찰하는 기회를 모색하기 위해 마련됐다.

행사를 주최한 가천박물관은 잡지 창간호 2만여 점 이상을 보유하며 국내 최대 소장처로 기네스북에 등재되어 있다. '대한자강회월보(1906)'와 '낙동친목회학보(1907)', 근대 종합 잡지의 효시인 '소년(1908)' 등 잡지 창간호를 비롯해 잡지 발행 기관조차 보유하지 않은 자료도 소장하고 있다.

이 교수는 "잡지 창간호는 동시대의 사상과 역사와 시대 정신을 파악할 수 있는 1차 기록물"이라며 "발행 당시 시대상과 발행인의 의도가 고스란히 녹아 있고, 해당 잡지의 성격과 향후 콘텐츠의 방향성을 엿볼 수 있다는 점에서 가치가 매우 크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이 교수는 잡지 창간호를 활용하기 위해선 아날로그와 디지털의 장점을 동시에 취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디지로그(digilog)적 관점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후속세대를 위해 콘텐츠 유통 측면에서 쉽고 흥미로운 내용으로 카드뉴스를 제작하거나 가천박물관을 비롯해 잡지 창간호를 메타버스 콘텐츠화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며 "잡지 창간호 제작 당시 한자로 쓰인 점을 감안했을 때, 이를 한글로 전환해 오디오북으로 제작하는 것도 이용자들의 접근성을 높일 수 있다"고 전했다.

이어 "기록정보는 관리와 보존도 중요하지만 궁극적으로 해당 기록정보를 얼마나 제대로 활용하는지에 따라 그 의미와 가치 역시 달라질 수밖에 없다"며 "디지털 아카이브를 구축하고 콘텐츠의 디지털화를 통해 아날로그의 한계를 극복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디지털 시대에 가천박물관의 잡지 창간호 수집의 의미에 대해 이 교수는 "수집은 원시시대 이래 인류가 가장 오랜 기간 영위해온 본능적 행위다. 무언가를 열정적으로 모으는 수집이라는 행위는 본질적으로 박물관의 가치와 일맥상통한다. 우리나라 초창기 잡지들이 일본 강점기와 민주화 시대를 반영해왔던 부분은 역사적으로도 의미와 가치가 크다. 특히, 일제 강점 무단정치기에 민족언론의 명맥을 유지했던 것에 잡지 역할이 컸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길여 총장님의 창간호 수집은 이러한 시대 정신을 끌어안는 행위라고 할 수 있다. 디지털로 인해 수많은 콘텐츠가 대량 생산, 소비, 폐기되는 현시대의 트렌드를 감안하면, 이길여 총장님의 철학과 박물관의 가치는 더욱 숭고해진다고 하겠다"고 전했다.

한편 이번 학술대회는 총 두 세션으로 구성됐다. 첫 번째 세션에서는 잡지 창간호를 소장하고 있는 가천박물관 소개 및 잡지 창간호의 의미와 가치를 밝힌 연구 발표가 이어졌다. 두 번째 세션에서는 ▲잡지로 보는 일제강점기 - 일제강점기 발간잡지의 창간호를 중심으로 ▲한국 최장수 잡지 '경향잡지'의 120년 시대정신 ▲1930년대 잡지 '삼천리' 여성관 연구 ▲교육잡지 창간호에 나타난 시대와 교육관 순으로 발표가 진행됐다.

장종호 기자 bellh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