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나균안이 너무 많은 이닝을 소화했다. 모든 구종의 구속이 떨어지고 있다. 올시즌을 종료하고 내년 시즌을 준비하는게 좋겠다."
지난해 9월말 롯데 자이언츠 나균안(24)을 향한 래리 서튼 감독의 코멘트다. 포수 아닌 투수로는 1군 첫시즌이었던 만큼 관리를 해주겠다는 설명이었다.
작년 5월부터 9월말까지, 4개월 동안 5번이나 2군을 오르내렸다. 하지만 선발등판 후엔 휴식일을 확실히 지켰고, 불펜으로는 3연투가 없었다. 투구수 30구를 넘긴 것도 단 1번 뿐이었다.
1군투수 2년차면 이제 투수 적응이 끝났다고 판단한 걸까. 올해는 나균안의 사용법이 바뀌었다.
선발과 불펜, 필승조와 브릿지(추격조)를 오가는 전천후 투수가 됐다. 특히 김진욱과 스파크맨이 불안한 모습을 보이면서 그 뒤에 따라붙는 롱맨 역할을 자주 수행했다.
그러다보니 투구수와 이닝이 늘었다. 4월 8일 두산전(5이닝 82구), 4월 21일 한화전(4이닝 61구)처럼 멀티이닝을 넘어 선발이나 다름없는 이닝을 소화하는 일도 종종 있었다.
급기야 두 투수의 부진이 길어지자 시즌 도중 선발투수로 보직을 변경해 4경기에 등판했다가, 다시 불펜으로 복귀했다. 이 과정에서 2군을 다녀오는 등의 준비기간은 따로 없었다.
지난해 서튼 감독은 2군에 대체용 선발투수를 준비시켰다가 1군 투수를 말소시키고(10일간 재등록 불가) 그 자리에 투입하곤 했다. 나균안이나 서준원, 최영환, 이승헌 등이 이 같은 로테이션 변화에 따라 1~2군을 오르내린 선수들이다.
하지만 올해는 투수 운용이 달라졌다. 나균안은 개막 때부터 줄곧 1군에 머물렀다. 서준원 역시 주로 1군 불펜으로만 뛰었다.
반면 이승헌은 시즌초인 4월 8일 두산전에서 ⅔이닝 4실점으로 최악의 투구를 한 뒤 2군에 머무르다 군입대를 선택했다. '대체선발 1순위'로 자주 언급된 최영환은 올시즌 단 1번도 1군에 올라오지 않았다. 꾸준히 선발수업을 받은 신인 이민석도 마찬가지다. 캠프 때 강한 신뢰를 보였던 불펜 영건 최 건-이강준은 각각 1군 6경기, 4경기 후 2군에 머물고 있다.
이 모든 부담이 나균안에게 쏠리는 모양새다.
4월 6경기 평균자책점 1.76, 5월 7경기(선발 2) 2.53을 기록하며 '필승조급'으로 호평받던 나균안은 6월 들어 8경기(선발 2) 평균자책점 9.77로 추락했다. 지난주 주4회 등판, 4⅔이닝을 소화하며 93구를 던진 것 때문일까. 시즌초 최고 150㎞까지 끌어올렸던 구속은 26일 경기에선 140㎞를 밑돌았다.
올해 나균안은 21경기(선발 4) 52⅓이닝을 소화했다. 아직 시즌이 절반도 채 지나지 않은(71경기) 시점이다. 지난해 23경기(선발 7) 등판으로 시즌을 마쳤을 당시에는 46⅓이닝이었다.
올시즌 리그 불펜투수 중 이닝 1위다. 팀내에서도 선발투수 4명(반즈 박세웅 이인복 스파크맨) 다음이다. 스파크맨(57⅓이닝)과는 5이닝 차이밖에 나지 않고, 김진욱(37이닝)보다 많다.
타 팀과 비교해도 마찬가지. 27일 기준 50이닝 이상을 던진 투수 중 현재 불펜으로 뛰는 선수는 한 명도 없다. 5선발 중에도 정찬헌(키움, 51⅓이닝) 엄상백(KT, 67이닝) 이태양(이상 SSG, 77이닝) 단 3명 뿐이다.
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