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스포츠조선 정현석 기자]실패로 돌아간 작전. 복기하기 괴롭다.
하지만 설명해야 하는 것도 사령탑의 숙명이다.
8-1리드를 지키지 못하고 9대10으로 역전패한 삼성 허삼영 감독의 표정은 굳어 있었다.
충격이 컸다. "7점차 역전패는 처음"이라고 했다.
9-9 동점을 허용한 8회말 무사 2루에 안주형의 스리번트 실패에 대해 허 감독은 "한점이 필요했고, 보내는 것이 주목적이었다. 타격보다 번트가 확률적으로 나았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하필 대타작전도 모두 실패로 돌아갔다.
7회말 1사 1,2루에서 최근 부진하고 좌투수에 약한 오재일 대신 좌투수 킬러 최영진을 대타로 내는 승부수를 띄웠지만 커브에 루킹 삼진으로 물러났다. 이어진 2사 만루에서 좌타자 김재성 대신 우타자 김태군을 넣었지만 내야 뜬공으로 이닝이 끝나고 말았다.
8회초 대거 4실점으로 동점을 허용하기 직전의 속 쓰렸던 상황이었다.
불펜 필승조도 올라오는 족족 결정타를 허용했다. 8회 4점 차에 등판한 좌완 이승현과 김윤수는 잇달아 장타를 허용하며 결국 동점을 내주고 말았다.
9-9 동점으로 분위기가 LG쪽으로 넘어간 상황. 천하의 오승환도 버틸 수 없었다.
결국 9회 유강남에게 잘 붙힌 몸쪽 공이 아슬아슬하게 폴대를 맞고 결승 홈런이 되고 말았다.
야구의 승운을 결정하는 신이 있다면 이날은 철저히 삼성 편이 아니었던 셈.
누구보다 괴로웠을 하룻밤을 보내고 그라운드에 선 허삼영 감독. "오재일 강민호 선수는 체력적으로 지쳐있다"며 안타까움을 표했다.
힘들지만 야구는 계속돼야 한다. 허 감독은 평균자책점 최하위 불펜진에 대해 "새로운 인물이 나타나는 건 아니기 때문에 도전적으로 극복하는 수 밖에 없다"며 "맞았다고 기용하지 않는 건 없다. 오늘도 같은 상황이 오면 마운드에 올려 부딪혀볼 생각"이라고 정면돌파를 시사했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