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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전접촉 안되면, 공식 측정은 어때? 야구는 왜 '드래프트 컴바인'이 없을까 [SC초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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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촉망받는 신인 투수가 입단했다. 구단의 팬들은 뜨거운 기대감으로 술렁였다. 하지만 이 투수는 입단 직후 수술부터 받았다.

비일비재한 일이다. 스카우트 과정에서 보지 못한 심각한 부상이 지명 후 정밀 검사 과정에서 드러나는 경우도 있고, 부상 자체는 심하지 않아도 악화될 것을 염려한 구단이 선수를 설득해 수술을 먼저 받길 권하는 경우도 있다. 이미 부상이 발견됐지만, 장래성을 높게 평가해 구단 입장에서 입단 후 수술을 전제로 지명 계획을 짜기도 한다.

6일 SSG 랜더스의 아마추어 선수 사전접촉 의혹이 불거졌다. SSG는 롯데 자이언츠와 더불어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기관인 프로스포츠협회 주최로 '바이오메카닉스' 사업 주체로 선정됐다. 유소년 선수들의 체계적인 훈련과 기량 향상을 위해 국가가 돈을 지불하고, 구단이 소유한 첨단장비를 활용해 자신의 신체 데이터를 측정할 수 있도록 하는 사업이다.

연 3억원 규모임을 감안하면 수익사업이라고 보긴 어렵다. 다만 SSG가 '통제된 환경'에서 드래프트에 참고할 데이터를 수집했는지에 초점이 맞춰지고 있다. 프로-아마 협정서 제 2조의 '지명 이전 사전 접촉' 규정 위반이라는 반발이다. 선의로 시작된 사업을 악용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

그렇다면 구단이 궁금해하는 정보를 KBO가 공식적으로 측정하는 건 어떨까. 농구의 경우 미국(NBA)과 한국(KBL) 모두 '드래프트 컴바인'이라는 행사가 있다. 신인 드래프트 참가자들을 초청, 신체 사이즈와 운동능력 등을 측정하고, 그 결과를 배포한다. 선수들끼리 트라이아웃 형식의 연습경기도 치른다.

측정하는 데이터도 다양하다. 신발 신은 키, 벗은 키부터 체중. 체지방, 윙스팬(양팔 벌린 길이), 한 팔 길이, 굵기, 스탠딩 리치(서서 손이 닿는 높이) 같은 신체 조건부터 셔틀런(왕복달리기), 단거리 스프린트, 수직 점프 높이, 벤치 프레스 무게 등 운동능력까지 살펴본다.

큰 키 대비 좋은 운동능력을 갖춘 게 장점이었던 선수의 키가 생각만큼 크지 않다면? 스피드와 민첩성이 장점인 선수가 기대만큼 빠르지 않다면? 지나친 체중으로 인해 부상이 우려되던 선수가 생각보다 더 무겁다면? 드래프트 순위가 요동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야구에 적용하긴 어렵다는 게 현장의 설명. 하려면 못할 것은 없지만 필요성이 크지 않고, 현장도 선수 측도 딱히 원하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우선 참가 대상자가 너무 많다. NBA 신인 드래프트는 최대 60명이다. 컴바인은 주로 1라운드 상위 지명이 유력한 선수들이 대상이다. KBL은 지난해 신인 드래프트 신청자가 37명에 불과했다. 반면 KBO리그는 1년에 드래프트에서 프로팀에 지명받는 신인만 100명에 달한다.

또 야구는 농구와 달리 피지컬의 영향이 크지 않다. 가령 1m88로 알려졌던 선수의 키가 실제로는 1m83이라 해도 크게 달라질 건 없다. 달리기나 점프력 등 기본 운동능력에 크게 좌우되는 종목도 아니다. 타고난 피지컬은 잠재력의 원천이지만, 그보다 기술과 멘털의 중요성이 더 크다.

종목 특성상 선수의 정보를 축적하는 스타일도 다르다. 야구의 경우 단기적인 관찰을 통해 알수 있는 요소가 적고, 한 선수가 팀 성적에 끼치는 영향력도 적다. 특히 선수의 건강에 대해 관찰하려면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1년 내내 경기를 지켜본 스카우트들의 직관 외에, 대회 현장이나 아마추어팀의 연습장 같은 공개된 장소에서 트랙맨 데이터를 살펴보고, 랩소도 등의 장비를 통해 필요한 데이터를 수집하는 것은 현 규정상으로도 문제가 없다. 또 건강이나 주변 사정 같은 민감한 정보의 경우 스카우트들이 발품과 관찰을 통해 얻은 만큼, 각 구단의 자산으로 여긴다.

때문에 KBO의 경우 정보가 적은 해외파, 혹은 일반인 드래프트 참가자에 한해서만 간단한 측정 행사가 열리고 있다.

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