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박찬준 기자]'시민이 원하는 대표이사는 전달수 대표이사 입니다.'
인천 유나이티드 팬들의 특별한 트럭시위가 시작됐다. 이번 시위는 지난 13일 전달수 인천 대표이사가 구단주인 유정복 인천 시장과 면담 중 사퇴 의사를 전하며 촉발됐다. 전 대표가 더 오랫동안 인천을 이끌길 원하는 팬들이 뜻을 합쳐 모금을 시작했고, 30시간도 되지 않아 시위에 필요한 425만원이 모였다. 일사천리로 준비된 트럭은 18일 인천시청을 출발해 22일까지 매일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인천 곳곳을 누빌 예정이다.
눈에 띄는 것은 내용이다. 통상 팬들의 시위는 구단, 프런트에 대한 비난이 일반적이다. 사퇴 요구가 대부분을 차지한다. 하지만 이번 시위는 다르다. '착한 시위'다. 오로지 전 대표의 잔류를 읍소하는 내용이 전부다. 전 대표를 붙잡아야 하는 이유를 조목조목 적고, 그래야 인천이 더욱 발전할 수 있다고 유 시장의 결단을 촉구하고 있다. 그만큼 전 대표의 잔류를 간절히 원하고 있다. 사실 팬들 뿐만 아니다. 프런트, 선수단도 같은 생각을 하고 있다. 그래서 인천 관계자들은 모두 이번 트럭시위의 결과를 주시하고 있다.
이례적인 일이다. 사실 시도민구단에서 '대표'는 '공공의 적'이다. 선거에 공을 세운 보은인사가 '낙하산'으로 내려오는 게 대부분이다. 구단이 나락으로 떨어질 때마다, 집중 타깃이 된다. 때문에 '대표 퇴진' 구호는 익숙하지만, '대표 잔류'를 요구하는 것은 대단히 이례적이다. 이번 시위를 계획한 '인천네이션' 운영자 신원용씨는 "전 대표님은 진심으로 팀을 대하신다. 이전 대표들과는 다르게, 그 마음이 느껴진다. 프런트를 비롯해, 선수들 한명한명이 아버지라 생각할 정도로 따뜻한 분이자, 부채의 상당 부분을 해결할 정도로 능력 있는 분이다. 그런 분이 팀에 남아주시길 바라는 마음에 이번 일을 시작했다"고 했다.
전 대표는 2019년 1월 박남춘 전 시장의 설득 속 인천 수장직에 올랐다. 사실 전 대표는 선거 당시 박 전 시장의 상대편이었던 유정복 후보 캠프 출신이다. 전 대표의 인성, 능력, 평판을 지켜본 박 시장은 '탕평인사'를 진행했고, 전 대표는 박 시장의 요청을 받아들여 인천 대표가 됐다. '투명한 경영'을 취임 일성으로 한 전 대표는 시민들의 혈세를 허투루 쓰지 않겠다는 다짐 속 구단을 이끌었다. 전지훈련비도, 수당도, 선수들 회식비도 사비로 했다. 코로나19로 인천시 재정이 흔들리자, 연봉도 반납했다.
전 대표의 노력 속 인천은 달라지기 시작했다. 부채를 줄여나가며 팀 정상화의 시동을 걸었고, 때마침 선임한 조성환 감독과 임중용 전력강화실장에 전폭적인 힘을 실어주며 성적이 상승곡선을 그렸다. 사실 전 대표는 한차례 팀을 떠날 생각을 했다. 2020년 8월 당시 이임생 감독 선임 불발건을 통해 만신창이가 된 전 대표는 사임의사를 전했다. 그때 잡아준 것도 팬이었다. 서포터스가 전 대표 설득을 위한 자리를 요청했고, 당초 전 대표의 취임을 반대했던 시민주주연합은 물론 선수단까지 합세해 전 대표의 마음을 돌렸다. 전 대표는 눈물을 흘리며 마음을 돌렸고, 이후 인천은 더욱 도약한 모습을 보였다. 올 시즌에는 파이널A행을 넘어 아시아챔피언스리그 출전을 바라볼 위치까지 올라섰다.
인천 이사회는 전 대표의 이같은 노고를 인정, 전 대표를 2년 더 신임하기로 했다. 하지만 모든 시도민구단이 그렇듯, 지방선거 이후 분위기가 바뀌었다. 무수한 루머와 음해가 전 대표를 지치게 했다. "시장이 바뀌었는데도 눈치 없이 자리를 지킨다"는 이야기가 퍼져나갔다. 평소 명예와 신의를 철칙으로 하는 전 대표 입장에서는 참을 수 없는 고통이었다. 결국 전 대표는 고심 끝 유 시장과의 면담 자리에서 추경 요청과 함께, 사퇴의 뜻을 전했다. 유 시장은 만류했지만, 전 대표는 "나로 인해 시장님, 그리고 무엇보다 팀에 누가 될 수는 없다"며 의사를 굽히지 않았다. 전 대표에게는 여전히 '인천 유나이티드'가 우선순위였다.
유 시장은 전 대표의 사표 수리를 두고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인천이 지금의 상승세를 이어갈 것인지, 아니면 예전처럼 나락의 길을 걸을 것인지, 키는 유 시장에 달려 있다. 확고한 전 대표의 마음을 돌릴 수 있는 것도 결국 유 시장의 결단이다. 명분은 충분하다. 트럭시위를 본 유 시장은 과연 어떤 생각을 했을까.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