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실=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올해는 최지훈이랑 포옹 한번도 못할줄 알았더니…"
시즌 첫 홈런을 쏘아올린 SSG 랜더스 김강민(40)은 싱긋 웃었다. 2021년 9월 1일 인천 KIA전 이후 무려 326일만에 맛본 '손맛'이다.
영광의 1982년생. 이대호(롯데 자이언츠) 오승환(삼성 라이온즈) 추신수(SSG) 등과 동갑이다. 아침에 눈을 뜨면 은퇴 압박을 느낀다 해도 이해가 가는 나이.
부상까지 겹쳤다. 지난 5월 13일 인천 NC 다이노스전 호수비를 펼치는 과정에서 햄스트링 부상을 당했다. 6월 8일 복귀했다가 주루플레이 도중 재발, 다시 말소되기도 했다. 강철 체력과 부상없는 컨디션 유지로 '늙지 않는' 존재감을 뽐내는 선수답지 않은 시즌이다.
하지만 김강민은 여전히 쾌활했다. 24일 인천 두산 베어스전에서 추격하는 솔로포를 쏘아올리며 이날 5대4 역전승을 이끈 그는 "하도 오랜만에 치는 데다, 나이가 들어서 직구를 노렸는데 변화구에 타이밍이 딱 맞더라"며 너스레를 떨었다.
"그래도 맞는 순간 이거는 넘어갔다! 싶었는데…생각보다 멀리 안 가고 살짝 넘어가더라. 거의 두달만에 제대로 뛰는데, 우리팀 야구 너무 잘하는 거 아냐? 특히 (박)성한이가 오늘 날 놀라게 하더라."
에이스 폰트가 1회 4실점으로 시작한 하루였다. 거듭된 실책에 연속 투런포가 이어진 실점. 김강민은 "수비 잘못도 있지만, 일단은 점수를 많이 주지 않았나. '아 오늘 폰트가 그날이구나' 싶었는데…(전)의산이가 홈런 치고 성한이가 안타성 타구를 잡더니 3루에 던져서 주자를 잡더라"며 환하게 웃었다.
이날 SSG의 붙박이 중견수 최지훈은 좌익수로 나섰다. 새 외국인 선수 후안 라가레스에게도 비키지 않는 중견수 자리다. 김강민은 양손을 번쩍 들며 "이 자리를 빌어 해명하고 싶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내가 (최)지훈이보다 중견수를 잘 봐서가 아니라, 난 중견수로만 뛰어서 지훈이가 좌익수를 보는게 팀에 더 낫기 때문이다. 지훈이 수비는 날 넘어선지 오래다. 외야 3포지션을 다 저렇게 잘보는 선수는 생전 처음 봤다. 우리 편이라서가 아니라 지훈이 수비하는거 볼때마다 깜짝깜짝 놀란다."
전성기 시절 김강민은 자타공인 국내 최고의 중견 수비수로 불렸다. 그렇다면 '아기 짐승' 최지훈의 수비력은 얼마나 대단한걸까. 수비 하나로 태극마크까지 달았던 '해민존' 박해민(LG 트윈스)과 비교한다면 어떨까. 팔이 안으로 굽더라도, 김강민의 평이 궁금해졌다.
"(박)해민이도 진짜 수비 잘한다고 생각하는데, 지훈이는 진짜 놀랍다. 리그 톱이라는 걸 딱 한명만 꼽을순 없지만, 지훈이는 데뷔 3년차 선수다. 연차 대비로는 최지훈이 최고라고 말할 수 있다."
김강민은 '후배 평가가 너무 후하지 않냐'는 말에 "못하는 사람한텐 각박한데 잘하는 사람에겐 후하다"고 단언했다. 이어 "올해 홈런 못칠 줄 알았다. 그래서 지훈이랑 포옹 한번도 못할줄 알았다"며 연신 미소를 지었다.
잠실=김영록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