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박찬준 기자]"전북에서 너무 행복해요."
'베테랑 수비수' 윤영선(34·전북)의 미소였다. 윤영선은 지난 2~3년간 부침을 겪었다. 윤영선은 2018년 러시아월드컵 독일전 승리의 주역으로 활약했던, K리그 정상급 수비수였다. 하지만 부상과 부진이 반복됐다. 팀도 여러번 옮겼다. 2020년 울산에서 서울로 임대를 다녀온 윤영선은 2021년 수원FC 유니폼을 입었다. 수원FC에서도 자리를 잡지 못한 윤영선은 2022년 전북으로 이적했다. 센터백이 부족했던 전북은 이적시장 막판 윤영선을 긴급 수혈했다.
결과적으로 전북행은 '신의 한수'가 됐다. 지난 두 시즌간 15경기 출전에 그쳤던 윤영선은 아시아챔피언스리그 포함, 13경기에 나섰다. 윤영선은 "이렇게 많이 뛰게 될거라고 생각도 못했다. 전북에는 (홍)정호, (박)진섭, (구)자룡이라는 훌륭한 수비수가 있다. 계속 경기를 뛰지 못한 상황에서 왔다. 솔직히 기대도 안하고 왔다. 정호가 다치고 기회가 왔고, 기회를 잡으려고 더 열심히 한 결과"라고 했다.
사실 전북 이적 전까지만 해도 좌절감이 컸다. 윤영선은 지난 부진을 씻기 위해 동계전지훈련에서 엄청난 노력을 기울였다. 김도균 수원FC 감독이 "너무 열심히 한다"고 칭찬을 할 정도였다. 하지만 결과로는 이어지지 않았다. 몸이 올라오지 않았고, 경기에 나서지 못했다. 윤영선은 고개를 숙이지 않았다. 그는 "선수로서 그런 좌절감도 한번쯤 경험해 봐야 한다고 생각했다. 지난 2~3년간 많이 다쳤고, 뛰지 못했다. 사실 속으로는 엄청 힘들었다"며 "그래서 지금이 너무 행복하다. 전북이라는 팀에서 경기를 뛰는게 행복하고, 자부심을 느끼고 있다. 소속감을 느끼니 자존감도 높아지고 자신감도 더해지고 있다"고 했다.
김상식 전북 감독에 대한 고마움도 잊지 않았다. 윤영선은 "감독님이 기회를 주셔서 참 감사하다. 기회를 주신만큼 보답하려고 하는게 좋은 결과로 이어지는 것 같다"고 했다.
'센터백 파트너' 박진섭에 대해서는 엄지를 치켜올렸다. 윤영선은 "진섭이는 많은 것을 가졌다. 미드필더 출신 답게 빌드업 시 볼줄이 좋다. 기본 수비력도 매우 좋다. 오히려 내가 배울 부분이 더 많다. 말을 많이 하면서 맞춰가고 있다"고 했다.
역전 우승에 대한 희망도 이야기 했다. 윤영선은 "워낙 좋은 선수들이 많은 만큼 위기를 어떻게 헤쳐 나가야 하는지도 안다. 선수들이 하고자 하는 의지가 큰 만큼 분위기도 좋다. 우승 기회가 남아 있다"고 했다. 이제 선수 황혼기를 향하고 있는 윤영선은 미래 보다는 현재에 집중하고 있다. 윤영선은 "나도 이제 나이가 34세다. 안다치고 한경기를 하는게 소중하다. 축구라는 스포츠에는 배움에 끝이 없는만큼 마지막까지 다른 선수들을 배우려고 있다"며 "경기를 할 수록 자신감이 생긴다. 계속 좋은 모습을 보인다면 또 다른 기회가 찾아올거라 믿고 있다"고 힘주어 말했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