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권인하 기자]LG 트윈스엔 거포라고 할 수 있는 타자가 없었다. 가장 큰 잠실구장을 쓰는 이유도 있었지만 두산에선 김상호나 김동주 심정수 김재환 등 거포들이 많았기에 LG에 토종 거포가 나오지 않는 것이 의아했다.
박병호라는 거포가 있었지만 LG에서 꽃을 피우지 못하다가 넥센 히어로즈로 이적한 뒤부터 터졌다. LG의 국내 타자 한시즌 최다 홈런 기록은 1999년 이병규가 기록한 30개다. 올시즌 김현수(20개) 오지환(19개)이 이 기록에 도전하고 있지만 이 둘은 원래 거포 스타일이 아니다.
올해 거포 유망주가 드디어 꽃을 피우기 시작했다. '천재 타자' 강백호의 서울고 동기로 유명했던 '잠실 빅보이' 이재원(23)이다.
2018년 2차 2라운드 17순위로 뽑을 정도로 LG에서 거포 유망주로 영입한 인물이다. 2020년 13개의 홈런으로 퓨처스 홈런왕이 됐고, 지난해 16개로 퓨처스 홈런왕 2연패를 했는데 1군에선 그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2020년엔 16경기서 타율 5푼(20타수 1안타)에 그쳤고, 지난해엔 후반기에 1군에서 뛰었는데 타율 2할4푼7리 5홈런에 머물렀다.
1군 경험을 쌓으면서 성장했다. 올시즌 56경기에 출전해 타율 2할3푼(178타수 41안타)으로 타율은 낮지만 홈런을 13개나 터뜨렸다. 지난 2010년 2년차였던 20세의 오지환이 13개의 홈런을 친 뒤 두자릿수 홈런을 친 최연소 LG 타자가 됐다. 그만큼 LG에 거포 스타일의 타자가 없었던 것.
13.7타수에 1개의 홈런을 때리고 있다. 이는 10.6타수당 홈런을 치는 KT 위즈 박병호보다는 낮지만 18.2타수인 김현수나 17.9타수인 오지환, 19.9타수인 삼성 라이온즈 호세 피렐라보다는 높은 수치다.
타율이 낮더라도 상대 실투 하나를 담장 밖으로 넘길 수 있다면 투수에게 주는 긴장감은 클 수밖에 없다.
홈런 페이스가 꾸준한 편이다. 5월에 5개를 몰아치며 분위기를 올린 이재원은 6월과 7월에 3개씩 쳤다. 8월엔 4경기에 2개의 홈런을 치면서 좋은 감각을 보여주고 있다. 지난 4일 부산 롯데 자이언츠전에선 4회초 1타점 2루타를 치면서 허벅지에 통증을 느꼈는데 다음 타석에서 홈런을 치는 높은 집중력과 함께 대단한 파워를 보였다. 5일엔 벤치에서 대기하다가 9회말 대타로 나와 키움 마무리 김재웅으로부터 솔로포를 날렸다.
현재 LG 외야가 포화상태라 이재원에게 출전기회가 적은 것이 아쉬울 정도. 그러나 벤치에 있어 언제든 대타로 나설 수 있는 것은 LG 타선에 큰 힘이 된다.
확실한 가능성을 보여준 이재원이 어디까지 성장할까. LG엔 아직 없었던 홈런왕의 꿈을 이재원이 풀어줄까. 권인하 기자 indy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