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박찬준 기자]16강, 8강은 연속 연장 승부, 4강은 승부차기까지 갔다. 이 엄청난 혈투 끝 전북 현대가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 결승 문턱에서 눈물을 흘렸다.
전북은 25일 일본 사이타마현의 사이타마 스타디움2002에서 열린 우라와 레즈(일본)와의 2022년 ACL 4강전에서 120분을 2-2로 마친 후, 승부차기에서 졌다. 16강에서 대구FC(2대1 승), 8강에서 비셀 고베(일본·3대1 승)를 상대로 모두 연장 혈투를 치른 전북은 우승을 차지한 2016년 이후 6년만에 ACL 결승행을 노렸지만 마지막을 넘지 못했다. 2020년(울산 현대), 2021년(포항 스틸러스)에 이어 2022년까지 3년 연속 결승 진출을 노렸던 K리그의 도전도 끝이 났다.
김상식 전북 감독은 백승호 시프트로 승부수를 띄웠다. 중앙 미드필더로 활용하던 백승호는 오른쪽 날개로 기용했다. 중앙의 김진규 맹성웅 류재문에 백승호까지 더해 우라와와의 중원 싸움에서 우위를 점하겠다는 생각이었다. 볼점유를 통해 체력을 세이브하겠다는 의도도 있었다. 공격은 지난 비셀 고베와의 8강전에서 결승골을 넣은 구스타보를 선발, 원톱으로 내세웠다. 일본 팀이 부담스러워 하는 높이를 적극, 활용할 뜻을 내비쳤다.
초반 변수가 생겼다. 전반 9분 구스타보가 헤더 과정에서 상대 골키퍼와 충돌하며 의식을 잃었다. 구스타보는 경기 내내 충돌 부위에 불편함을 느끼는 모습이었다. 어수선한 분위기 속 선제골을 내줬다. 11분 모베리의 패스를 받은 히로키가 오른쪽서 땅볼 크로스를 보냈고, 유스케가 뛰어들며 마무리했다. 전북은 실점을 했지만, 자신들이 준비한 경기를 제대로 펼쳤다. 상대의 과감한 압박에도 안정된 빌드업으로 경기를 풀어나갔다. 점유율을 높이며 차분히 기회를 만들었다. 전반 37분 바로우의 패스를 받은 송민규가 수비 한명을 제친 후 때린 슈팅이 골대를 살짝 빗나간 것이 아쉬웠다.
후반 들어 전북의 공세가 거세졌다. 마침내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후반 6분 바로우가 왼쪽에서 보낸 패스를 구스타보가 흘렸다. 송민규가 잡아 슈팅으로 연결하려는 순간 상대 수비에 걸려 넘어졌다. 주심은 페널티킥을 선언했다. 이후 온필드 리뷰까지 진행한 결과 원심을 유지했다. 백승호가 키커로 나서, 강력한 슈팅을 때렸다. 상대 골키퍼가 읽었지만 겨드랑이 사이를 통과했다. 전북은 바로우와 송민규의 빠른 발로 기회를 만들었지만, 아쉽게 득점으로 연결되지는 않았다. 이미 앞서 두번의 경기에서 모두 120분까지 가는 연장 승부를 펼친 전북인만큼, 시간이 흐를수록 체력이 떨어졌다.
후반 막판 가슴 철렁한 장면이 이어졌다. 하지만 전북에는 이범수가 있었다. 후반 추가시간 4번의 결정적인 선방으로 전북을 구해냈다. 후반 49분 준커의 왼발슛을 막아낸 것을 시작으로 50분에는 두번의 슈팅을 모조리 막아냈다. 휘슬이 울리기 직전 준커의 왼발슛이 골대를 맞고 나오자, 재차 때린 슈팅을 슬라이딩 하며 다리로 막아낸 것은 단연 백미였다.
3연속 연장, 전북 선수들의 체력은 바닥을 쳤다. 근육에 이상이 생겼다. 이승기 최철순, 두 백전노장이 대신 투입됐다. 발이 무뎌진 전북은 90분 동안 보여준 경기력을 보이지 못했다. 물러서서 버틸 수 밖에 없었다. 전북 선수들의 투혼은 대단했다. 집중력을 잃지 않고 우라와의 공격을 막았다. 교체투입된 문선민을 중심으로 한 역습으로 기회를 엿보며, 마지막까지 끌고 갔다. 전북이 기어코 승부를 뒤집었다. 2016년 우승 당시 활약했던 이승기-한교원 콤비가 번뜩였다. 연장 후반 10분 이승기의 왼발 크로스를 한교원이 뛰어들며 슬라이딩으로 우라와 골망을 흔들었다. 하지만 이 리드는 길게 가지 못했다. 문선민이 계속해서 득점찬스를 놓친 전북은 연장 후반 종료 직전 준커에게 동점골을 허용했다.
결국 승부는 승부차기로 갔다. 믿었던 1, 2번 키커 김보경과 이승기가 모두 상대 골키퍼에 막혔다. 박진섭의 성공과 이범수의 선방으로 흐름을 찾은 전북은 성공시키며 추격을 했지만, 김진수의 슈팅이 골대를 맞고 나오며 승부는 사실상 끝이 났다. 우라와의 네번째 키커가 성공시키며, 그렇게 결승행은 좌절됐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