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스포츠조선 정현석 기자]삼성 투수 원태인(22)과 베테랑 포수 강민호(37)는 15년 차 선후배 사이.
큰 나이 차이에도 불구, 찰떡궁합을 자랑한다.
좋은 말, 싫은 말 가감 없이 해도 오해하지 않을 만큼 돈독한 신뢰감.
9월의 첫날에도 환상 호흡이 빛났다.
원태인은 1일 광주 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KIA전에서 강민호와 배터리 호흡을 맞추며 7이닝 3안타 1볼넷 3탈삼진 무실점 완벽투로 4대1 승리를 이끌며 팀 4연승의 주역이 됐다. 지난 6월29일 대구 KT전 이후 파죽의 6연승으로 시즌 9승째(5패).
8월에 등판한 4경기에서 모두 승리투수가 됐던 원태인은 변함 없는 최고의 피칭으로 9월의 문을 열며 2년 연속 10승 달성을 눈 앞에 뒀다.
천적이 즐비해 결과가 썩 좋지 않았던 KIA전. 눈부신 호투의 비결은 영혼의 단짝 강민호 덕분이었다.
원태인은 이날 승리 후 인터뷰에서 강민호 선배와의 사전 약속 내용을 살짝 공개했다.
"오늘 경기 전에 사우나에서 민호 형을 만났어요. 요즘 저희가 야구 게임을 시작했거든요. 게임 패키지가 있는데 오늘 제가 승리하면 민호 형이 사주고, 승리 못하면 제가 사 드리기로 했어요. 그런 동기부여가 있었죠.(웃음)"
게임 패키지를 득템하게 됐지만 몇개라도 사드리고 싶은 마음이다. 그만큼 고맙고 또 고마운 선배다.
"오늘 연습 중에 형님이 허리를 다치셨는데 저 때문에 게임에 못 빠지겠다 하면서 출전을 강행하셨어요. 엄청 불편해하시는 모습을 계속 보이셨는데 그렇게 참고 뛰어주신 덕분에 제가 오늘 또 좋은 피칭을 할 수 있었습니다. 감사하다는 말씀 꼭 전해드리고 싶어요."
강민호는 그 와중에도 포수 수비 뿐 아니라 5번 타선에서 2루타와 4사구 3개로 4출루 경기를 펼쳤다.
이제는 척 보면 아는 사이가 된 15년 차 선후배 배터리.
2년 연속 두자리 승수를 눈 앞에 둔 원태인은 게임을 거듭할 수록 원숙해지고 있다. 산전수전 다 겪은 19년 차 선배의 노련함을 빠르게 흡수하며 쑥쑥 성장하고 있는 청년 에이스. 선배가 건강한 모습으로 오래 함께해주길 바랄 뿐이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