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정현석 기자]16일 고척 스카이돔에서 열린 준플레이오프 1차전.
대한민국 최고 투수로 성장한 키움 에이스 안우진(23)의 가치를 제대로 보여준 무대였다.
안우진은 선발 6이닝 3안타 1볼넷 9탈삼진 무실점으로 8대4 승리를 이끌며 1차전을 지배했다. 손가락 물집 때문에 88구 만에 마운드를 내려가지 않았다면 자칫 일방적 흐름이 될 뻔 했다.
더 이상 빠른 공만 믿고 던지는 파이어볼러가 아니다.
상황에 따라 예봉을 피해갈 줄도 아는 영리함까지 갖췄다. 가장 강한 공을 던지는 투수가 강약조절에 눈을 뜨면서 국내 최고 반열에 올랐다.
준플레이오프 1차전이란 큰 경기.
흐름을 바꾸는 건 홈런 한방이다. 팀 홈런 2위(119홈런) KT에는 홈런왕 박병호를 필두로 알포드 장성우 강백호 황재균 등 거포들이 즐비하다. 안우진은 이를 의식해 1구, 1구에 혼신을 다했다.
"평소에 카운트 잡으려고 밀어넣던 공들을 아예 던지지 않았다"는 그는 "직구와 슬라이더는 최대한 강하게 던졌고, 커브도 많이 썼다"며 타이밍을 빼앗기 위한 사전 준비가 있었음을 암시했다. 그 과정에서 손가락에 물집이 잡혔다.
평소보다 볼이 많았던 투구 내용(스트라이크 52개-볼 36개)에 대해서도 "박병호, 황재균 선배님이나 알포드처럼 한방 있는 선수들에겐 조심스럽게 던졌다"고 답했다. 무모한 승부를 자제하고 영리한 강약 조절로 위즈 타선을 잠재운 셈.
상대 팀 사령탑도 인정하지 않을 수 없는 치명적 매력.
아쉽게 1차전을 내준 KT 이강철 감독은 경기 후 "시합 전에 말했듯이 우리가 공략하기가 쉽지 않을 투수였다. 후반전을 생각하고 갔다"고 설명했다.
안우진은 아예 변수를 두지 않고 전략을 짠 셈. 그만큼 큰 무대에서 안우진은 확실한 카드가 됐다. 키움 홍원기 감독이 선발 유격수로 신준우를 세운 이유도 "안우진 선발 경기라 수비를 강화하는 측면"이라고 설명했다.
모든 포커스가 맞춰지는 가장 변수가 적은 투수. 뚜껑을 열자 초반 흐름은 양 팀 사령탑의 예상대로 안우진이 지배했다.
괴물투수의 호투에 일격을 당한 KT 이강철 감독은 내년 3월 열리는 WBC 대표팀 감독이다. 이날 보여준 안우진의 완벽투가 두고두고 잔상에 남을 수 밖에 없다.
안우진은 대표팀 선발에 있어 뜨거운 감자다. 실력으로 보면 결코 외면할 수 없는 카드.
하지만 야구 외적 논란이 문제다. 안우진은 고교 3학년 때 야구부 후배를 폭행해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로부터 자격정지 3년 징계를 받은 바 있다. 대한체육회 규정에 따라 올림픽, 아시안게임 등 아마추어 대회에 출전할 수 없다.
하지만 메이저리그(MLB)가 주관하는 프로 대회인 WBC는 해당사항이 없다. 대표팀 선발을 둘러싼 논란이 있을 뿐이다.
KBO 기술위원회는 안우진 선발 여부를 놓고 고민을 거듭하고 있다. 미국과 일본 등 세계적 강팀을 상대하기 위해서는 강한 공을 던지는 안우진 같은 투수가 반드시 필요하기 때문이다.
선수단을 지휘할 이강철 감독의 의중이 중요하다. 안우진 포함 여부가 결정될 WBC 50인 관심 명단 제출 시기는 다음달 말까지다. 정현석 기자 hschung@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