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김성원 기자]한국 축구가 63년 만의 아시안컵 유치에 실패했다. 아시아축구연맹(AFC)은 17일 말레이시아 콸라룸푸르에서 집행위원회를 열고 2023년 아시안컵 개최지로 카타르를 결정했다. 카타르는 1988년, 2011년에 이어 세 번째로 아시안컵을 유치하게 됐다.
2023년 아시안컵은 당초 내년 6월 중국에서 열릴 예정이었다. 그러나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중국이 개최권을 포기하면서 새롭게 선정했다.
한국은 1960년 이후 63년 만에 아시안컵 개최에 도전했다. 2002년 한-일월드컵 개최 20주년을 맞은 6월,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과 이영표 강원FC 대표(축구협회 부회장)가 윤석열 대통령에게 아시안컵 유치를 제안하면서 본격 추진됐다.
2023년 아시안컵에는 한국과 카타르, 인도네시아가 유치에 도전했다. 대한축구협회는 직전 대회가 아랍에미리트(UAE)에서 열려 동서 순환 방식 개최에 따른 아시아 축구의 균형발전이란 명분을 내걸었다. 또 한중일 관람 수요 및 K-컬처와의 융합을 통한 대회 흥행도 자신했다.
그렇지만 AFC의 주도권을 쥔 중동의 벽은 높았다. 2022년 월드컵을 유치한 카타르는 대대적인 '물량공세'를 앞세워 집행위원들을 설득했고 결국 '백기'를 들 수밖에 없었다.
축구협회는 "아시안컵 유치 의사 표명 이후 열렬한 성원을 보내주시고 개최를 기대하셨던 축구인과 축구팬, 국민 여러분께 실망을 안겨드려 대단히 죄송하다"며 "63년 동안 아시아 축구 강국인 한국에서 개최되지 않았고, 순환 개최와 지역 균형 차원에서 봤을 때도 동아시아에서 개최하는 것이 합리적인 순서였다. 그러나 뜻밖에도 카타르가 풍부한 재정과 인적, 물적 기반을 앞세우며 유치에 뛰어들면서 험난한 경쟁을 벌여야 했다. 카타르는 코로나19로 인해 최근 적자에 시달리고 있는 AFC에 자국 기업의 스폰서 추가 참여, 자국 방송사의 대규모 중계권 계약, 아시안컵 대회 운영비용 지원 등 막대한 재정 후원을 약속했다"고 설명했다. 카타르는 월드컵에 이어 아시안컵은 물론 내년 23세 이하(U-23) 아시안컵도 개최한다.
카타르가 유치에 성공하면서 동서 불균형은 더 심해질 것으로 보인다. 이번 유치 과정에서 2027년 아시안컵 유치를 놓고 카타르와 사우디아라비아와 모종의 '교통정리'까지 이루어졌다는 얘기까지 흘러나왔다. 실제로 AFC 집행위원회는 이날 2027년 아시안컵 개최지로 인도와 사우디아라비아를 최종 후보로 선정했다. 개최국은 2023년 2월 열릴 AFC 총회에서 결정된다.
축구협회는 "사우디아라비아는 아시아 축구발전이란 명분으로 2023년 아시안컵 개최지로 중동지역이 결정될 경우, 중국 개최 철회로 인해 발생하는 AFC의 재정적 어려움 극복을 위해 별도로 재정 지원을 AFC에 약속하기도 했다. 아시아 축구의 주도권을 쥐려는 중동 국가들의 파격적 공세와 지원도 판세에 영향을 끼쳤다고 판단된다"고 분석했다.
한국 축구는 반세기를 넘어 아시안컵 유치도, 우승도 못했다. 그동안 준우승(1972년, 1980년, 1988년, 2015년)만 네 차례 했다. 축구협회는 "유치 실패에 따른 깊은 반성과 함께, 향후 국제경쟁력과 축구 외교를 강화하기 위한 방안에 대해 더 많이 연구하고 실천하겠다"고 덧붙였다.
1956년 창설된 아시안컵은 아시아 최고 권위의 국가대항전이다. AFC 주최로 4년마다 열리며, 18회 대회인 2023년 카타르 아시안컵은 해를 넘겨 2024년 1∼2월 개최될 것으로 보인다. 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