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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룡영화상] "예측할 수 없는 경합"…청룡 주연상 향한 亞명품 배우 대격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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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조지영 기자] 누가 받아도 이견 없는, 그야말로 예측할 수 없는 불꽃 튀는 경합이다. 국내를 너머 아시아, 더 나아가 전 세계에서 연기력을 인정받은 명품 배우들이 청룡 주연상을 차지하기 위한 대격돌을 펼친다.

오는 25일 개최되는 제43회 청룡영화상 남녀주연상은 1000만 배우부터 대세로 급부상한 청춘스타들로 가득 찼다. 남우주연상으로는 '헤어질 결심'의 박해일(45), '킹메이커'의 설경구(55), '브로커'의 송강호(55), '비상선언'의 이병헌(52), '헌트'의 정우성(49)이 각축을 벌이고 여우주연상으로는 '특송'의 박소담(31), '인생은 아름다워'의 염정아(50), '공조2: 인터내셔날'의 임윤아(32), '앵커'의 천우희(35), '헤어질 결심'의 탕웨이(43)까지 배우상 최고의 영예를 두고 경합을 벌이게 됐다.

▶극장가 기강 꽉 잡은 충무로 중년 아이돌

올해 극장가는 충무로 중년 아이돌로 등극하며 뜨거운 사랑을 받은 박해일, 설경구, 송강호, 이병헌, 정우성이 확실하게 기강을 잡았다.

먼저 '헤어질 결심'으로 국내를 너머 전 세계 관객을 사로잡은 박해일이 올해 남우주연상 후보로 이름을 올렸다. 그동안 영화 '살인의 추억' '괴물' '최종병기 활' '덕혜옹주' '남한산성' 등 사극부터 액션, 드라마까지 장르 불문 흡인력 있는 연기를 선보여 온 박해일은 '헤어질 결심'에서 예의 바르고 청결한 형사 해준으로 인생 캐릭터를 경신했다. 단단한 내공과 세밀한 연기로 캐릭터를 입체적으로 완성한 박해일은 기존 장르물 속 형사 캐릭터와는 차별화된 모습으로 새로운 변주에 나섰다. 앞서 박해일은 제32회 청룡에서 '최종병기 활'로 남우주연상을 수상한바, 11년 만에 두 번째 남우주연상을 거머쥘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지난해 '자산어보'로 청룡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설경구는 올해 '킹메이커'로 2년 연속 수상을 노리고 있다. '자산어보' 당시 실존 인물 정약전을 연기해 수상의 영예를 안은 그가 다시 한번 실존 인물인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을 모티브로 한 캐릭터를 소화해 눈길을 끈다. 설경구는 '킹메이커'에서 세상을 바꾸기 위해 도전하는 소신과 열정을 가진 정치인 김운범을 연기했다. 어려운 상황에서도 자신만의 소신을 지키고자 하는 강직한 모습부터 숨겨진 선거 전략가 서창대(이선균)와 갈등하며 고뇌하는 모습까지 다채로운 면면을 설경구만의 탄탄한 연기 내공으로 심도 있게 그려내 많은 호평을 얻었다.

한국 남자 배우 최초 제75회 칸국제영화제 남우주연상을 수상하며 명실상부 '칸의 남자'로 등극한 것은 물론 미국 뉴욕타임스가 선정한 21세기 가장 위대한 배우 25인으로 꼽히는 등 전 세계가 인정한 '명품 연기의 대가' 송강호 역시 올해 청룡영화상 남우주연상에 문을 두드렸다. '우아한 세계'로 제28회, '변호인'으로 제35회, '택시운전사'로 제38회까지 무려 3개의 청룡 남우주연상을 꿰찬 송강호. 올해에는 '브로커'로 4번째 청룡 남우주연상에 도전해 관심을 끌었다. '브로커'에서 베이비 박스를 둘러싼 거래를 계획하는 자칭 선의의 브로커 상현을 연기한 그는 유연하게 위기를 모면하면서도 어딘가 허술하고 인간적인 캐릭터를 특유의 페이소스 짙은 연기로 표현해 전 세계의 공감을 자아냈다.

매 작품 한계 없는 열연으로 인생 캐릭터를 완성하는 이병헌은 제37회 청룡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이후 6년 만에 두 번째 남우주연상을 노리고 있다. '백두산' 이후 필모그래피 사상 두 번째 재난물인 '비상선언'을 선보인 이병헌. 그는 '비상선언'에서 딸의 치료를 위해 공포증을 딛고 비행기에 오른 탑승객 재혁으로 변신, 소시민 히어로로서 존재감을 드러냈다. 탑승 전부터 자신의 주변을 꺼림칙하게 맴돌던 의문의 승객 진석(임시완)이 같은 비행기에 탄 사실을 알고 의심과 불안에 빠지는 인물을 연기한 이병헌은 예상치 못한 재난 상황으로 혼란에 빠진 비행기 안에서 겪는 공포감과 공황, 그리고 승객을 구출해야 하는 의무감 사이에서 고민하는 캐릭터로 보는 이들의 공감을 자아냈다.

'깐부' 이정재 감독의 첫 연출작에서 제대로 날개를 단 정우성도 올해 청룡영화상 남우주연상을 빛낼 후보로 눈도장을 찍었다. '태양은 없다' 이후 이정재와 23년 만에 '헌트'로 재회한 정우성은 안기부 국내팀 차장 김정도 역을 맡아 강렬한 카리스마를 스크린 가득 담아냈다. 강직한 성품과 자신만의 확고한 신념을 지닌 군인 출신 안기부 요원으로 완벽히 변신한 정우성은 안기부 내에 잠입한 스파이 색출을 위해 해외팀 박평호(이정재)와 대립각을 세우는 인물. 스파이 색출과 대한민국 1호 암살 작전이라는 사건을 연이어 마주하게 되면서 딜레마에 빠지는 깊이 있는 내면 연기로 관객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제40회 청룡에서 '증인'을 통해 남우주연상의 영예를 안은 정우성이 올해 청룡에서 의미 있는 두 번째 남우주연상 트로피를 가져갈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 관록의 중견배우vs떠오르는 청춘스타

남성 캐릭터 중심의 한국 영화에서 꿋꿋하게 여성 파워를 과시하고 있는 충무로 걸크러시의 활약도 눈부셨다. 박소담, 염정아, 임윤아, 천우희, 탕웨이까지 심장을 관통하는 강렬한 연기력으로 국내는 물론 아시아 관객에게 믿고 보는 배우로 자리 잡았다.

남성 배우들의 전유물로 여겼던 액션, 특히 고도의 기술을 요하는 카체이싱 액션에 과감히 도전한 충무로 청춘스타 박소담은 올해 '특송'으로 청룡 여우주연상에 출사표를 던졌다. 연기 명문 한국예술종합학교 출신으로 충무로에 혜성처럼 등장한 박소담은 '검은 사제들'로 파격의 열연을 펼쳤고 그 결과 제37회 청룡에서 여우조연상을 수상하며 단번에 블루칩으로 떠올랐다. 무엇보다 봉준호 감독의 '기생충'으로 월드와이드 아이콘으로 떠오른 박소담은 '특송'으로 원톱 주연의 역량을 입증했다. '특송'에서 돈만 주면 무엇이든 배송하는 특송 전문 드라이버 은하로 변신해 짜릿한 드라이빙 액션부터 타격감 넘치는 리얼한 맨몸 액션을 소화하며 새로운 충무로 액션 여제로 등극했다.

관록의 연기로 충무로를 대표하는 믿보배로 등극한 염정아가 올해 청룡영화상 여우주연상에 당당히 이름을 올렸다. '장화, 홍련' '범죄의 재구성' '카트' '완벽한 타인' '시동' 등 장르 불문, 캐릭터 불문 팔색조 매력으로 독보적인 존재감을 과시했던 염정아는 충무로에서 불모지로 불린 뮤지컬 영화 '인생은 아름다워'에 도전했다. 극 중 시한부를 선고 받은 뒤 마지막 생일선물로 학창 시절 첫사랑을 찾아 나서는 세연 역을 맡은 염정아는 괴팍한 남편의 핀잔에도, 사춘기 아들의 무관심과 중2병 딸의 반항에도 언제나 씩씩함을 잃지 않는 엄마이자 여자로 엉뚱하고 사랑스러운 매력을 과시했다. 사사건건 부딪치는 티키타카 현실 부부의 리얼한 생활 연기는 물론, 춤, 노래까지 완벽하게 소화하며 명품 배우의 저력을 과시했다. '범죄의 재구성'으로 제25회 청룡 여우조연상을 수상한 그가 올해엔 여우주연상으로 다시 한번 영예를 얻을 수 있을지 관전 포인트로 꼽히고 있다.

'K-POP'을 대표하는 국내 최정상 걸그룹 소녀시대의 멤버에서 충무로가 주목하는 기대주로 우뚝 성장한 임윤아는 청룡의 단골 여우주연상 후보 중 한 명이다. 그동안 임윤아는 '엑시트'로 제40회 청룡, '기적'으로 제42회 청룡 여우주연상에 도전, 올해 '공조2'를 통해 세 번째 여우주연상을 겨냥했다. '공조'에 이어 후속편 '공조2'에서도 남한 형사 진태(유해진)의 처제 민영으로 미친 존재감을 드러낸 임윤아는 전편보다 더 진화된 코미디 연기로 관객을 사로잡았다. 삼각 공조 수사에서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활약을 펼쳤고 또 북한 형사 철령(현빈)과 FBI 잭(다니엘 헤니) 사이에서 나 홀로 삼각관계에 심취한 인물을 연기해 관객의 웃음을 제대로 자아낸 임윤아. 망가짐을 불사한 캐릭터마저 특유의 유쾌함과 사랑스러움으로 더욱 돋보이게 만든 임윤아의 매직이 '공조2'의 흥행을 이끌었다.

'써니'로 제32회 청룡 여우조연상, '한공주'로 제35회 청룡 여우주연상, '곡성'으로 제37회 청룡 여우조연상까지 35세의 나이로 무려 3개의 청룡 트로피를 획득한 '연기 괴물' 천우희가 두 번째 청룡 여우주연상을 위해 두 팔을 걷었다. '한공주'에 이어 오랜만에 '앵커'로 타이틀롤을 맡은 천우희는 이번에도 갓벽한 연기력으로 스크린을 씹어 삼켰다. 극 중 죽음을 예고한 제보 전화를 받은 뉴스 메인 앵커 세라로 변신한 천우희는 스스로 실수를 허용하지 않는 완벽주의 캐릭터로 깊은 인상을 남겼다. 실제 아나운서라고 해도 부족하지 않을 정도로 수준급 뉴스 진행을 선보였고 정교한 발음 교정까지 소화하며 캐릭터 그 자체로 관객에게 다가갔다. 무엇보다 죽음의 제보 전화 이후 뒤흔들리는 일상에 극도의 예민함을 보이는 캐릭터를 천우희만의 신들린 연기와 섬세한 감정선으로 완벽히 표현하며 영화적 쾌감을 극대화했다.

'깐느 박' 박찬욱 감독이 선택한 새로운 뮤즈이자 아시아 최고의 멜로퀸 탕웨이가 제32회 청룡에 이어 11년 만에 여우주연상 후보로 의미 있는 시간을 갖는다. 이안 감독의 '색, 계'로 전 세계를 사로잡은 중화권 최고의 스타 탕웨이는 남편인 김태용 감독의 '만추'로 첫 한국 영화에 진출, 국내 팬들의 열렬한 지지를 받았다. 국내에서 가장 사랑받는 중화권 스타로 거듭난 탕웨이는 '만추' 이후 11년 만에 박찬욱 감독의 '헤어질 결심'으로 다시 한번 한국 영화에 출연, 정점을 찍은 연기력을 과시하며 인생 최고의 전성기를 누리고 있다. '헤어질 결심'에서 탕웨이는 남편의 갑작스러운 죽음 앞에서도 쉽사리 동요하지 않는 변사자의 아내 서래를 연기했다. 자신을 의심하는 형사 해준(박해일)을 당황케 하면서도 태연함을 잃지 않는 꼿꼿하고 침착한 인물을 탕웨이의 깊고 진한 감성과 단단한 눈빛으로 완성한 것. 단 한 순간도 정답을 내릴 수 없게 만드는 캐릭터의 매력을 독보적인 아우라로 완성한 탕웨이에 그야말로 관객은 완벽히 붕괴됐다.

조지영 기자 soulhn1220@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