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3월 23일, 미국 LA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린 2회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결승전. 2-3으로 뒤진 9회말, 이범호가 2사 1,2루에서 마무리 투수로 등판한 다르빗슈 유를 상대로 적시타를 터트렸다. 벼랑끝에서 극적인 동점타를 때려 승부를 연장으로 끌고갔다. 이어진 연장 10회초, 일본이 흐름을 가져갔다. 2사 2,3루에서 스즈키 이치로가 임창용을 맞아 2타점 중전 안타를 쳤다. 3-5로 뒤진 연장 10회말, 한국대표팀은 다르빗슈를 상대로 추가점을 뽑지 못했고, 일본이 5대3으로 이겼다.
1~2회 대회 연속으로 정상에 선 일본은 3~4회 대회 땐 도미니카공화국, 미국에 밀려 결승진출에 실패했다. 2009년 우승이 마지막이었다.
드라마같은 극적인 승부가 연출된 2009년 WBC 결승전. 오는 3월에 열리는 대회를 준비중인 일본대표팀의 주축선수들의 머릿속에 강렬한 인상으로 남아있었다.
지난해 '56홈런'을 때려 일본인 최다 홈런 기록을 세운 무라카미 무네타카(23·야쿠르트 스왈로즈). 일본대표팀의 유력한 4번 타자 후보다. 그는 스포츠전문지 산케이스포츠와 신년 인터뷰에서 2009년 결승전을 떠올리며 우승을 다짐했다.
2회 대회가 열린 14년 전, 9세 소년 무라카미는 고향 구마모토시의 한 공원에서 휴대폰으로 경기를 지켜봤다고 했다. 동아리 활동 중이었는데, 연장 10회초 이치로가 적시타를 터트렸을 때 함성을 내질렀다고 했다.
무라카미는 그 장면을 보고 대표 선수를 꿈꿨다고 했다. 그런데 자신이 실제로 일본대표의 일원으로 WBC에 출전하게 될 것이라고 상상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는 "세계 최고 선수들이 참가하는 대회이고 전세계가 주목하는 대회다. 패해서 일본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다"고 했다.
무라카미는 이미 2020년 도쿄올림픽에 출전해 우승에 기여한 바 있다. 3년 뒤 포스팅 시스템을 통해 메이저리그 진출을 계획하고 있는 무라카미에게, 이번 WBC가 좋은 경험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일본인 메이저리그 선수로는 가장 먼저 출전을 발표한 오타니 쇼헤이(29·LA 에인절스)도 2009년 대회 결승전을 떠올렸다. 이치로가 결승타를 터트린 경기 장면을 TV 중계로 봤다고 했다. 그는 "어렸을 때부터 세운 목표 중 하나인 우승을 위해 열심히 하겠다. 일본야구의 베스트를 보여주겠다"고 했다.
니혼햄 파이터스 소속이던 2017년, 오타니는 3회 WBC 일본대표팀에 선발됐다. 하지만 오른쪽 발목 통증 때문에 대회 출전을 포기했다. 그에게 이번 대회가 첫 WBC 출전이다.
일본은 3개 대회, 14년 만에 우승을 노리고 있다. 역대 최강의 전력이라는 평가다. 투타 만능 오타니를 비롯해 베테랑 에이스 다르빗슈 유(37·샌디에이고 파드리스), 외야수 스즈키 세이야(29·시카고 컵스), 요시다 마사타카(29·보스턴 레드삭스) 등 최고 선수들이 참가한다. 오타니는 지명타자로 나서면서 마무리 투수로 등판한 가능성이 있다.
한국은 일본, 체코, 호주, 중국과 함께 1라운드 B조에 편성됐다. 3월 10일 일본과 1라운드 2차전이 예정돼 있다.
민창기 기자 huelva@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