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장년층에게 찾아오는 '불청객' 갱년기.
이 시기에는 급격한 신체·심리적 변화를 겪게 된다.
여성은 성호르몬 분비가 감소하면서 월경이 멈추고 생식 기능을 상실한다.
남성 역시 갱년기를 겪지만 여성에 비해 치료가 필요한 경우는 드물고, 주로 성 기능이 떨어지는 수준이다.
가톨릭대 인천성모병원 산부인과 최세경 교수의 도움말로 갱년기의 특징과 주의해야 할 질환들에 대해 정리했다.장종호 기자 bellho@sportschosun.com
▶폐경 3~4년 전부터 갱년기 시작…길게는 8년까지
갱년기 변화의 가장 큰 원인은 폐경이다. 폐경은 임상적으로 월경을 규칙적으로 한 여성이 1년간 생리를 하지 않았을 때 진단한다. 폐경이행기, 즉 갱년기는 보통 폐경 3~4년 전부터 시작하는데, 이때부터 폐경이 나타난 후 약 1년까지의 기간을 말한다.
짧게는 2년, 길게는 8년까지 지속한다. 국내 여성의 평균 폐경 연령이 2020년 기준 만 49.9세인 점을 감안하면 보통 40대 중후반부터 갱년기가 찾아오는 셈이다.
최세경 교수는 "갱년기가 되면 질병 발생도 도미노처럼 이어지는데, 폐경 초기 여성의 75%는 열성홍조와 야간 발한을 경험하고, 50대 중반엔 급격한 기분 변화, 기억력 감퇴, 성 기능 장애 등을 겪다가 후반엔 골다공증, 심혈관질환, 치매 등이 나타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각종 질병 발생 '도미노'로 이어져
갱년기 여성은 주름살이 부쩍 늘고, 기억력과 집중력이 떨어진다. 자신감을 잃고 우울해하기도 쉽다.
갑자기 가슴을 시작으로 목·얼굴·팔에서 오한과 발한을 경험하기도 한다. 여성호르몬이 부족해지면서 뇌 속에 온도를 조절하는 중추가 제 기능을 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시력이 점차 흐려지고 안구가 쉽게 건조해지는 경우도 있다.
이유 없이 우울한 기분이 지속되기도 하고 기억력이 떨어져 자주 깜빡하는 일도 생긴다.
질과 요로계 등 비뇨기 계통의 문제도 겪는다.
호르몬 부족 상태가 계속되면 질은 더욱 건조해져 성관계 시 통증이 생기고 손상을 받거나 감염되기 쉬운 상태가 돼 자연히 부부관계를 피하게 된다.
또한 방광 조절 능력이 떨어져 소변을 자주 보게 되고 밤에 여러 번 화장실을 찾게 된다.
특히 기침이나 재채기를 할 때 자신도 모르게 소변이 나오는 긴장성 요실금이 나타나고 요도염이나 방광염에 쉽게 노출된다.
갱년기 여성은 심혈관질환 발생에도 주의해야 한다.
폐경 전 여성은 동일 연령대의 남성에 비해 심혈관질환의 빈도가 3배 정도 낮다. 이는 여성호르몬이 보호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폐경 후 여성호르몬이 감소하면 동맥경화성 심혈관질환, 즉 고혈압, 협심증, 심근경색증 등의 빈도가 남성과 비슷한 수준으로 증가한다.
골다공증도 조심해야 한다. 여성호르몬 결핍으로 인해 생기는 골다공증은 갱년기 증상 가운데 가장 심각하고 생명을 위협하는 질환이다.
폐경 1년 전부터 골 소실이 급격히 증가하며 3년 동안 지속된다.
최세경 교수는 "골다공증이 심하면 척추에 압박 골절이 생겨 요통이 생기고 신장이 줄어들거나 등이 굽기도 한다"며 "전에는 미끄러지면 멍이 들었을 정도였지만 갱년기에는 엉덩이뼈가 부서질 정도로 약해진다"고 설명했다.
▶적절한 여성호르몬 치료는 삶의 질 높여
여성 갱년기 치료는 주로 부족해진 여성호르몬을 보충하는 방식으로 시행한다.
초기 안면홍조, 발한, 수면장애 등은 먹는 호르몬 대체 요법으로 어느 정도 개선이 가능하다. 질 점막이 얇아지고 질이 좁아지며 건조해져 성생활에 불편을 느낀다면 여성호르몬 질정이나 크림을 주기적으로 사용하면 도움을 받을 수 있다.
규칙적인 운동, 체중조절, 뜨겁거나 자극적인 음식 피하기, 금연 등으로 안면홍조는 어느 정도 감소시킬 수 있다. 운동을 통한 근력 강화는 골밀도 감소에 의한 골절 예방에 도움이 된다.
떨어지는 기억력은 냉장고에 메모지를 붙이는 방법을 쓸 수 있으며 요실금은 평소 케겔운동으로 어느 정도 예방할 수 있다. 소변을 보다가 멈춘 듯 골반근육을 10초간 수축, 10초간 이완하는 운동을 반복적으로 시행한다.
최세경 교수는 "갱년기 장애가 심하다면 득실을 따져 호르몬 치료를 받는 것이 좋다"며 "산부인과 전문의와 상담 후 적절히 호르몬 치료를 한다면 폐경 후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