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박찬준 기자]"올해는 왕중왕전 한번 나가봐야죠."
김명수 남양주시티 감독(37)의 미소였다. 지난 시즌까지 제이썬 U-15팀을 이끌던 김 감독은 남양주시티로 이름을 바꿨다. 이름부터 연고까지 싹 변화를 줬다. 2021년 3월, 직접 제이썬 U-15팀을 창단했던 김 감독은 2022년 12월 또 한번의 유의미한 변화를 택했다. 그는 "새 출발을 위해서였다. 선수들과 학부모들의 니즈를 맞춰주고, 더 좋은 환경과 분위기 속에서 훈련하기 위한 선택"이라고 했다.
이미 김 감독에 대한 신뢰를 갖고 있는 선수들과 학부모들은 김 감독의 뜻을 따랐다. 김 감독은 선수단 관리를 위해 인프라 확장에 공을 들였다. 남양주시 부평리의 괜찮은 인조잔디에서 훈련을 하는 것은 물론, 코칭스태프를 6명으로 늘렸다. 선수들 몸상태를 관리하는 선수트레이너(AT)까지 뒀다. 클럽팀에서는 보기 힘든 규모다. 창단 1년이 조금 넘었지만, 부모들의 만족 속 입소문을 타고 있다. 올 시즌에도 신입생만 14명이 들어왔다. 선수단 인원은 총 43명. 갈수록 인구가 줄어들어 많은 클럽들이 선수 수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것을 감안하면, 엄청난 일이다.
축구적으로도 한단계 도약하는 모습이다. 김 감독은 "확실히 응집력이 생겼다"며 만족감을 표시했다. 1년간 함께하며, 김 감독식 빌드업 축구가 조금씩 힘을 내고 있다. 조직적으로 안정감을 찾으니, 결과도 만들어지고 있다.
남양주시티는 김 감독 축구인생의 전부다. 그는 일찌감치 지도자의 길에 들어섰다. 명 골키퍼 코치 출신인 김현태 대전하나시티즌 전력강화실장코치의 조카이기도 한 김 감독은 무릎 부상으로 26세의 나이에 은퇴를 선언했다. 수술만 네번. 미련은 없었다. K리그에서 뛰지 못한 아쉬움은 있었지만, 더이상 무릎이 말을 듣지 않았다.
곧바로 지도자로 변신했다. 당시 정재호 감독의 권유로 2012년도 구리 부양초등학교 막내 코치로 부임했다. 하자마자 '천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미래에 대한 불안감 때문에 답답하던 선수 시절과 달리, 아이들을 가르치는 일은 행복했다. 아이들과 함께 할때면 아무 생각도 들지 않았다. 좋은 선수로 만들겠다는 일념 뿐이었다.
바로 지도자 교육을 이수한 김 감독은 2013년 거여초등학교 코치로 부임했다. 1년도 되지 않아 기회가 왔다. 내부 문제로 감독 자리가 공석이 됐고, 그의 모습을 눈여겨 본 교장 선생님의 요청으로 감독이 됐다. 그의 나이 27세였다. 호기롭게 출발했지만 감독 생활은 쉽지 않았다. 최연소 감독이었던 그에게 여러 장벽이 있었다. 어린 나이에 학부모들과의 상담도 어려웠고, 무엇보다 진학에 대한 논의를 할때마다 선배 감독들을 대하기가 쉽지 않았다. 술도 많이 먹었다. 사람 좋은 김 감독의 친화력이 빛을 발휘하기 시작했다. 낮은 자세로 임하다보니 주변 사람들도 그를 인정하기 시작했다.
성적도 따라왔다. 무엇보다 김 감독만의 색깔이 만들어졌다. 현역 시절 피지컬이 약해서 기술적인 축구를 했던 자신의 스타일대로 선수들을 지도했다. 볼소유를 바탕으로 패싱게임을 이어가는 '거여타카'는 초등 축구계에서 제법 알아주는 브랜드였다. 김 감독이 가르친 선수들은 여전히 엘리트의 끈을 이어가고 있다. 이제 프로 입성을 눈 앞에 둔 선수도 있다. 잊지 않고 연락이 오는 선수들을 볼때마다 지도자 하는 보람을 느끼고 있다.
거여초에서 10년을 보낸 김 감독은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2021년 3월, 직접 제이썬 U-15팀을 창단했다. 상급 학교 아이들을 가르치고 싶다는 생각에서였다. 하나부터 열까지 다 그의 손을 거쳤다. 당연히 돈도 많이 들었다. 거여초부터 쌓은 인맥에, 김 감독 특유의 부지런함이 시너지를 내며, 빠르게 자리잡았다. 초등 대회에서 살다시피한 김 감독은 학부모들을 만나고, 또 만나 설득 작업을 했다. 김 감독의 열정에 학부모들도 마음을 열었다.
제이썬 U-15팀은 1년간 가능성을 보였다. 주말리그 득점왕도 배출했고, 기존 팀들과의 간극을 많이 줄였다. 김 감독의 노력 속 선수들의 진학도 성공적으로 되고 있다. 학부모들의 만족도가 높다. 아쉬운 점이라면 승점 1 차로 왕중왕전에 나가지 못했다는 점이다. 남양주시티라는 새 옷으로 갈아입은 김 감독은 올해 더 높은 도약을 꿈꾸고 있다. 김 감독은 "올해는 왕중왕전에도 나가고, 전국대회에서도 8강까지 가고 싶다. 지금과 같은 흐름이라면 가능할 것 같다"고 웃었다. 지난 해 첫 동계훈련지였던 제주에서 다시 한번 구슬땀을 흘리고 있는 남양주시티는 올해도 한단계, 한단계 높은 곳으로 올라갈 생각이다.
박찬준 기자 vanbaste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