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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신수발 핵폭탄, 틀린 말 아니지만 맥을 잘못 짚었다 [김 용의 어젯밤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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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김 용 기자] 논리적으로는 맞을 수 있지만, 이는 지극히 '선수' 입장만 대변한 것.

야구계가 추신수(SSG)의 한 마디로 정초부터 뜨겁다. 왜 이런 일이 발생한 것일까.

추신수는 최근 미국 댈러스 지역 한인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한국 야구에 관한 자신의 소신을 밝혔다. '학폭 논란'에 엮여있는 안우진(키움)이 국가대표팀에 뽑히지 못한 일에 분노했다. 나이만 먹었다고 선배가 아니라며, 후배의 앞길을 터주지 못하는 선배들을 비난했다.

또 자신의 국가대표 '먹튀' 논란에 대해서도 억울함을 표했다. 그리고 한국 야구를 미국 마이너리그 더블A 수준에 그친다며 프로 선수가 뛸 환경이 아니라고 비판했다.

난리가 났다. 야구팬들이 분노하고 있다. 추신수는 자신의 말에 여론이 이렇게 들끓을 걸 예상 못한 걸까, 아니면 알면서도 자신이 해야 할 얘기는 해야 한다는 신념을 지킨 걸까.

추신수는 미국 메이저리그에서도 전국구 스타로 대접받은 인물이다. 그런 대선수가 선수 생활 말년 KBO리그에 입성해 두 시즌을 뛰었다. 한국 야구에 대해 이런저런 얘기를 할 자격은 충분하다.

하지만 그만큼 자신의 발언이 파급력을 갖고 있다는 걸 고려해야 했다. 그리고 한 사안을 볼 때 여러 시각이 있을 수 있음을 인지해야 했다.

먼저 안우진에 관한 발언. 안우진이라는 선수가 성장해야 하는 건 맞다. 하지만 안우진 논란이 아직 100% 해결된 게 아니다. 아직 안우진을 용서하지 못한 피해자 입장을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

그리고 선배들을 지적했는데, 그렇다면 안우진이라는 선수 커리어를 위해 대표팀 팀워크가 무너지는 건 괜찮은 건지 궁금하다. 이강철 감독이라고 안우진을 뽑기 싫었을까.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 게임 당시 오지환, 박해민(이상 LG) 등 당시 병역 논란에 휘말린 선수들 때문에 팀이 완전히 망가지는 걸 본 선배들이 이를 걱정해 내린 결정이다. 단순히 안우진이 싫어 안뽑은 게 아니란 얘기다.

그리고 추신수는 국가대표 얘기에 대해 조심스러워 해야 하는 입장이다. 광저우 아시안게임 금메달로 병역 혜택을 받았고, 메이저 커리어를 안정적으로 쌓아가며 부와 명예를 얻었다. 하지만 이후 대표팀 소집에 응한 적이 없다. 추신수는 이 부분에 대해 자신에게 거액을 안긴 구단의 만류가 있었다며 억울함을 표시했지만, 이는 지극히 자신의 입장에서만 생각한 얘기다. 매 대회 100% 부상 없이 완벽한 몸으로 뛰는 국가대표 선수는 없다. 과정이 어찌됐든, 결국 추신수가 국가대표 소집에 응하지 않은 건 최종적으로 자신의 선택이었다.

그리고 추신수의 국가대표 문제가 가장 크게 거론된 건, 병역 혜택을 얻은 직후인 2012년 제3회 WBC를 앞두고서였다. 당시 FA 시즌을 앞두고 대회 출전이 아닌 스프링캠프 참가로 대박 기회를 노렸다고 보는 게 대부분의 시각이었다. 당시 입국 인터뷰에서 "WBC 출전 문제는 나 혼자 결정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다. 마침 WBC 대회 기간이 스프링캠프와 겹치기 때문에 힘든 결정인 것 같다"고 정확히 답했었다. 텍사스 시절 얘기는 큰 의미가 없다.

추신수는 한국에 온 후 줄기차게 '선수'를 강조했다. 야구는 선수 위주 문화로 돌아가야 한다는 것이다. 야구 선진국인 미국에서 오래 생활한 추신수이기에 한국 프로야구의 현실이 답답했을 수 있다. 분명히 누군가 나서 강조해야 하는 부분이었다. 그래서 SSG랜더스필드와 잠실구장의 라커룸 시설이 개선되는 등 긍정의 효과도 있었다.

하지만 지나치게 '선수' 편의 만을 강조하면, 이를 지켜보는 일반 팬들 입장에서는 불편할 수 있다. 팬들을 위해 무료 봉사하는 선수들이 환경 얘기를 하면 큰 공감을 얻을 수 있겠지만, 수십억원의 돈을 받는 선수들이 불평만 늘어놓으면 동정 여론보다 괴리감만 조성할 뿐이다.

김 용 기자 aweso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