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노재형 기자]피츠버그 파이어리츠 심준석이 홈구장 PNC파크에서 입단식을 치른 27일(한국시각) 벤 셰링턴 피츠버그 단장은 "심준석이 도미니카공화국에서 일정 시간을 보낸 다음 플로리다 브래든턴으로 이관될 것이다. 그리고 시즌이 시작되면 플로리다 콤플렉스 리그(FCL)팀에 합류할 것"이라고 밝혔다.
올해 심준석이 루키리그에서 시작할 것이라는 얘기다. 도미니칸윈터리그에 참가해 2주 정도 몸 만들기에 열중한 뒤 2월 중순 팀의 스프링트레이닝이 열리는 플로리다주로 이동해 마이너리그 캠프에서 시즌을 준비하고, 4월 초 팀의 루키팀인 FCL 파이어리츠에서 시즌을 맞는 일정이다.
피츠버그가 이번에 계약한 22명의 국제 아마추어 FA 가운데 심준석이 MLB 파이프라인 랭킹에서 순위(10위)가 가장 높은 만큼 싱글A에서 시작할 것으로 예상됐지만, 구단의 생각은 조금 달랐다. 기초부터 탄탄히 적응할 수 있도록 돕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그렇다고 루키리그에서 오래 있을 상황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피츠버그 지역 유력지 피츠버그 포스트-가제트는 '심준석은 도미니카공화국에 아주 잠시 머문 뒤 파이어리츠의 브랜든턴 캠프에서 훈련한 다음, 파이어릿 시티(Pireat City)를 연고로 하는 FCL 루키팀에 합류한다'면서 '그곳에서 엄청난 활약을 한다면 로-싱글A(Low-A)와 그 이상의 레벨로 승격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신체검사에서 고교 시절 다쳤던 팔꿈치와 발가락에 아무 이상이 없다는 진단을 받은 심준석이 올해 마이너리그에서 부상없이 활약할 경우 후반기에는 로-싱글A, 나아가 싱글A+로 승격할 수 있다는 뜻이다.
피츠버그가 심준석의 강점으로 본 건 두 가지다. 90마일대 중반, 최고 100마일에 이르는 강속구와 어린 나이에 보기 드문 침착한 경기운영 능력이다. 심준석이 이런 자질을 루키리그부터 다듬어 나간다면 2~3년내 메이저리그 데뷔가 가능할 것으로 구단은 기대하고 있는 것이다.
심준석은 게릿 콜이 롤 모델이라고 밝혔다. 콜은 메이저리그를 대표하는 파이어볼러로 현재 뉴욕 양키스 에이스로 몸담고 있다. 그가 피츠버그 유망주 출신으로 2011년 드래프트 1라운드 전체 1순위로 입단해 마이너리그에서 2년을 보내고 메이저리그로 올라고 금세 최정상급 선발로 우뚝 섰다.
콜은 2012년 데뷔해 시즌을 싱글A+에서 맞았다. 그해 더블A와 트리플A까지 초고속 승진한 뒤 2013년 트리플A에서 12경기 피칭 후 6월에 메이저리그에 데뷔했다. 마이너리그에서 합계 38경기, 200이닝을 던지며 14승10패, 평균자책점 2.84, 183탈삼진을 마크하고 빅리그 마운드를 밟은 것이다.
심준석은 또한 '어린 박찬호'란 별칭을 듣는다. 다듬어지지 않은 공만 빠른 투수라는 것이다. 박찬호는 1994년 LA 다저스에 입단하자마자 빅리그 로스터에 등록, 시즌을 맞았다. 메이저리그 역사상 마이너리그를 거치지 않고 빅리그에 직행한 역대 17,18번째가 박찬호, 그리고 동기 대런 드라이포트다.
그러나 박찬호는 딱 2경기에 등판해 4이닝 동안 5안타와 5볼넷을 내주는 극심한 제구 난조를 겪고 17일 만에 마이너리그로 내려갔다. 그는 더블A 샌안토니오 미션스에서 사실상 미국 야구를 시작했다. 그해 더블A에서 20경기에 등판해 5승7패, 평균자책점 3.55를 마크한 박찬호는 이듬해 트리플A로 승격해 풀타임을 던진 뒤 그해 9월 메이저리그로 복귀해 성공시대를 열었다.
콜과 박찬호 모두 마이너리그에서 1년 6개월 정도 보낸 셈이다. 마이너리그 데뷔 당시 콜은 22세, 박찬호는 21세였다. 올해 19세인 심준석은 루키리그서 시작하는 만큼 3년 정도는 인내의 시간을 보내야 한다. 노재형 기자 jhno@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