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고재완 기자] 드디어 빛이 보이기 시작했다. '퉁퉁' 거렸던 '케미'도 '간식' 한 방에 맞아들어가기 시작했다. MBC '놀면 뭐하니?' 말이다.
유재석 원톱 체제에서 '부캐'프로젝트로 재미를 봤던 '놀면 뭐하니?'는, 하지만 '부캐'로는 한계가 있다고 판단했다. 숨은 가수들을 찾아내 부활시키는 시리즈 역시 'MSG워너비'까진 대박을 터뜨렸지만 'WSG워너비'에서는 한계를 맛봤다.
하지만 '놀면 뭐하니?'류의 버라이어티 예능의 장점은 무엇이든 시도해볼 수 있다는 것이다. '놀면 뭐하니?'팀은 원톱이었던 체제를 '무한도전' 시스템으로 바꾸기로 결정했다. 기존 이미주와 정준하 하하 신봉선으로만 가기는 부족함을 느꼈는지 3주간 재정비 기간을 가진 후 지난 해 9월부터는 박진주 이이경을 새로운 멤버로 추가했다.
안맞았던 '케미'가 새 멤버가 투입됐다고 맞기는 만무하다. 후발주자인 박진주와 이이경은 쉴새없이 캐릭터를 만들고 '콩트'를 해댔지만 쉽사리 시청자들의 호응을 얻지 못했다.
하지만 기다림의 미학은 이들이 '놀면 뭐하니?'라는 테두리안에 자연스럽게 녹아들게 만들었다. 지난 28일 방송에서 이어진 '전국 간식 자랑' 편은 이제 '놀면 뭐하니?'멤버들이 누구와 붙어도 재미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믿음을 갖게 했다.
이날 이들은 시청자들로부터 제보를 받은 울산 쫀드기, 디스코어묵, 물라면, 대구 김밥 튀김, 콩나물 어묵, 전주 비빔밥 크로켓, 비빔밥 와플 등을 찾가 갔다. 신봉선과 이이경은 '미이슐랭' 남매로 거듭났고 '대식좌' 정준하는 유재석의 한마디에 '먹방 퇴물'이 됐다. 울산으로 간 하하와 박진주는 울산 출신 미녀 김태희, 한소희를 놓고 '티키타카'로 웃음을 선사했다.
시청률 조사 회사 닐슨 코리아의 집계에 따르면 이날 방송 6.4%(전국 기준)를 기록했다. 2049 시청률은 3.3%(수도권 기준)를 나타냈고 최고의 1분은 하하와 박진주가 단짠단짠의 끝판왕 울산 쫀드기를 맛보는 장면으로, 분당 최고 시청률이 7.8%까지 올랐다.
'놀면 뭐하니?'의 시청률 추이를 보면 3주 재정비 기간 전에는 평균 5%대의 시청률을 유지했다. 하지만 재정기 기간이 끝난 후 두달 간은 4%대의 시청률을 기록하며 위태로웠다. 그리고 점점 '케미'가 맞아떨어지기 시작한 12월부터는 6%대로 올라서는 모습이다. 시청자들도 이 멤버들에게 기대감이 생기기 시작했다는 방증이다.
유재석은 SBS '런닝맨'이 시작할 당시도 그랬다. '패밀리가 떴다'라는 대박 프로그램을 뒤로하고 다시 '런닝맨'을 시작했을 때 유재석은 "기다려달라"는 말을 반복했다. 조금만 더 기다려주면 '무한도전'급 케미와 재미로 '런닝맨'을 살려내겠다는 말이었다. 사실 당시 '런닝맨'은 '유느님' 유재석이 아니었다면 금새 폐지될 예능이었다. 유재석이 버티고 있어 간신히 폐지 위기를 벗어나 '버틸' 수 있었다. 그리고 '버틴' 끝에 '런닝맨'은 탈아시아급 예능으로 거듭났다.
'놀면 뭐하니'에서도 유재석은 기다렸다. 이 '케미'가 폭발할 수 있다는 믿음으로 기다렸다. 그리고 그 기다림이 또다시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고재완 기자 star77@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