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특수가 끝나고 전 세계적으로 미디어 시장이 침체를 겪고 있는 가운데 디즈니, 넷플릭스 등 글로벌 미디어 기업들뿐 아니라 CJ ENM 등 한국 콘텐츠 기업들도 위기에서 살아남기 위해 저마다 생존 전략을 내놓고 있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넷플릭스는 엔데믹으로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 시장의 성장세가 꺾이면서 돌파구를 찾고 있다. 넷플릭스는 지난해 1분기에는 가입자가 전 분기보다 20만명, 2분기에는 97만명 감소하는 등 11년 만에 역성장을 기록하기도 했다. '광고 없는 콘텐츠'로 인기를 끌었던 넷플릭스는 구독료를 낮추는 대신 광고를 봐야 하는 저가 상품을 도입했다. 업계는 '사랑은 비밀번호를 공유하는 것(Love is sharing a password)'이라며 계정 공유를 독려해오던 넷플릭스가 최근 계정 공유를 단속하는 새로운 정책을 내놓겠다고 밝힌 것도 같은 이유라는 해석이다.
로버트 앨런 아이거(밥 아이거) 월트디즈니 CEO는 최근 스트리밍 서비스 훌루 매각 가능성을 시사했다. 비용 절감을 이유로 들며 7000여 명을 정리해고하고 사업 부문을 엔터테인먼트(영화·텔레비전·스트리밍), ESPN(스포츠), 테마파크 등 3개 부문으로 나누는 구조조정 계획을 밝힌 직후다.
북미 유료방송 기업들은 더 큰 위기를 맞았다.
유료방송 시청자가 가입을 해지하고 새로운 플랫폼으로 이동하는 '코드커팅' 뿐만아니라 좀 더 저렴한 유료방송 서비스로 이동하는 '코드 세이빙', 아예 유료방송 서비스를 한번도 이용해보지 않은 '코드 네버'까지 등장했다. 미국 시장조사기관 넥스트TV 분석에 따르면 컴캐스트, 차터 커뮤니케이션, 디시 네트워크, 훌루 + 라이브 TV, 버라이즌 피오스 TV, 알티스 USA, 슬링 TV, 푸보TV 등 상위 8개 플랫폼의 코드커팅은 지난 2021년 1분기 115만명을 조금 넘긴 데 비해 2022년 1분기에는 150만명이 넘는 등 가속화되고 있다.
국내 미디어 기업들의 상황도 별반 다르지 않다. 글로벌적인 K-콘텐츠 수요 증가가 제작비 상승으로 이어지고, OTT 사업 대규모 적자, TV 광고 축소 등으로 위기를 맞았기 때문이다.
방송채널사용사업자와 OTT 사업자를 겸하고 있는 CJ ENM은 연초부터 창사 이래 최대 규모의 조직 개편을 단행한 데 이어, M&A나 설비투자는 최소화하는 등 비상경영 모드에 돌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콘텐트리중앙은 드라마 '재벌집 막내아들' 흥행에도 적자를 면치 못했다. 콘텐트리중앙은 지난해 4분기 실적을 공개하면서 매출액은 2504억 원으로 전년 대비 14% 올랐지만 216억 원 영업손실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콘텐트리중앙의 제작 스튜디오인 스튜디오 룰루랄라(SLL)가 582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하면서 전체 실적에 부정적 영향을 미쳤다. SLL의 적자는 미국 제작 자회사 윕(wiip)의 연결 실적이 반영됐기 때문이다. 콘텐트리중앙 측은 "국내 레이블의 작품 흥행으로 매출이 성장했지만, 윕의 작품 공개 연기로 레이블 연간 이익 적자가 지속됐다"고 설명했다. 콘텐트리중앙 측은 올해 드라마 '킹더랜드', '힘쎈여자 강남순' 등으로 콘텐츠 라인업을 강화하고 턴어라운드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티빙·웨이브와 함께 '토종 OTT' 3강 체제를 유지했던 왓챠는 한때 기업가치를 5000억원 수준까지 인정받은 바 있으나, 현재는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 국내 토종 OTT 간 경쟁 심화, 넷플릭스의 등장 등으로 오리지널 콘텐츠 수급에 사활이 걸리면서 자금력이 중요해졌기 때문이다.
인플루언서 관련 사업을 영위하던 샌드박스도 경영 위기를 맞았다. 샌드박스는 유튜버에 이어 유명 연예인 매니지먼트 사업까지 진출하며 직원 규모가 600여 명에 달하는 등 몸집을 키웠으나, 투자 유치에 실패하고 올 상반기까지 긴축경영에 돌입한 것으로 알려졌다.이미선 기자 alread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