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이유나 기자] 넷플릭스 글로벌 1위를 찍은 예능 '피지컬:100'이 결승전 조작 논란에 휩싸였다. '최고의 피지컬을 찾는다'는 슬로건을 내걸고 100명의 출연진, 300명 가까운 제작스태프들이 1년을 공들인 프로그램이 무려 3억원의 주인공이 갈리는 결승전에서 석연치 않은 진행으로 논란을 자처했다.
결승전 재경기 소문과 우승자가 뒤바뀌었다는 루머가 돌았던 '피지컬:100'. 결국 아쉽게 준우승을 차지하며 3억의 주인공이 되지 못한 정해민이 직접 입을 열었다. 당사자가 입을 열자 장호기 PD도 기존 강경했던 입장에서 한발 후퇴해 매끄럽지 못했던 경기 진행 과정을 인정하고 사과했다.
28일 정해민은 일요신문과 이진호의 연예뒤통령 유튜브 채널과의 인터뷰에서 결승전 상황에 대해 3번의 재경기가 있었다고 직접 밝혔다. 3번의 재경기 중 2번 모두 정해민이 압도적으로 이기고 있었다고 했다. 한번은 상대 우진용의 항의로 경기가 중단됐고, 두번째는 제작진의 오디오 결함으로 중단됐다고 밝혔다.
정해민은 "결승전에서 로프 당기기 경기를 시작했는데 차이가 크게 났다. 모니터로 보던 형들이 3배 정도 속도 차이가 났다고 했다. 중반부를 넘어서면서 우진용 님이 손을 들었다. 경기가 중단됐고 제작진에게 '소리가 너무 많이 난다'며 기계 결함을 주장했다. 그렇게 제작진들이 나오게 됐다"고 밝혔다.
정해민은 "제작진은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으나 우진용의 항의로 로프 장력 강도를 낮췄다"며 "그러나 경기 재개 후 정해민이 승리를 확신한 순간 제작진이 경기를 다시 중단, 자리를 옮기라 권유했다"고 했다. 정해민은 "쉬고 있는데 제작진이 '오디오 사고가 나서 방송에서 영상을 못 쓴다'고 했다. 제작진은 '해민 씨가 허락만 해준다면 줄을 잘라내고 다시 해주겠다'고 했고 우진용 님도 동의했다. 나는 계속 안 된다 했지만 나만 허락하면 되는 상황이었다"며 "나는 힘을 다 써서 안 된다 했지만 제작진은 '쉬는 시간을 가져도 좋고 내일 해도 된다. 내가 원하는 건 다 해주겠다'는 입장이었다. 근데 그 수백 명을 세워놓고 내일 다시 오라는 말이 차마 안 나오더라"라며 결국 재경기를 허락했다고 밝혔다.
어쩔수 없이 다시 경기장으로 나간 정해민은 "내가 이기고 있는 만큼 줄을 잘라줬다고 했는데 줄을 잘라줬는지는 모르겠다. 도르래에 줄이 그대로 감겨 있었다. 장비 결함 얘기도 나오는데 장비 결함인지 모르겠고 내가 힘이 떨어졌는지 안 당겨지더라. 그렇게 졌다"고 억울함을 토로했다.
정해민은 제작진에게 자신이 진 이유, 힘이 빠질 수 밖에 없었던 상황을 그대로 방송에 넣어달라 했지만 제작진은 "참가자는 편집에 관여할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고. 이후 정신적 스트레스를 호소한 정해민은 "내가 1등을 하고 싶다거나 재경기를 바라는 것도 아니다. 돈을 달라는 것도 아니다. 우진용 님에 대한 공격도 없었으면 한다"며 "(제작진에게) 내가 왜 패배 했는지만 방송이 된다면 나는 재경기든 뭐든 다 납득하고 추억으로 남길 수 있다고 했다. 체육인으로서도 전후 사정이 있는데 그걸 다 빼고 그냥 허무하게 진 것처럼 나오는 걸 받아들이긴 어렵다"고 억울한 마음을 드러냈다.
이에대해 장호기 담당 PD는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정해민 선수의 인터뷰를 봤다"며 "모든 게 매끄럽지 못한 진행으로 인해 불거진 일이라 너무 죄송하게 생각한다. 먼저 지금 제기되고 있는 문제에 대해 두 가지로 나눠서 봐야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최근까지 녹화 관계자라는 익명의 제보자를 통해 유튜브로 제기됐던 우승자 바꿔치기 의혹이나 이미 결과가 나온 경기를 수 차례 재경기해 결과를 엎었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기존에 드렸던 공식 입장과 같은 입장"이라며 "다만 오늘 나온 당사자 본인 입장에 대해서는 두 선수 모두와 관련된 일이기 때문에 저희도 조심스럽게 입장을 정리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석연치 않은 패배를 당한 당사자가 입을 열자 두 선수들과 관련된 일이라며 한발 빼는 모습이다. 앞서 자신의 SNS에 올린 "우리가 온몸을 바쳐 땀 흘렸던 1년은 제가 반드시 잘 지켜내겠다"며 "거짓은 유명해질 순 있어도 결코 진실이 될 순 없다"고 의미심장한 글을 남긴 강경한 모습에서 한발 후퇴한 모습이다.
'피지컬:100'은 성공적으로 끝났지만 논란과 의혹은 끝나지 않은 모양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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