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윤진만 기자]국가대표 출신 대한축구협회 임원인 이영표 이동국 부회장, 조원희 사회공원위원장이 승부조작 사면 논란에 책임을 지고 물러난다.
이영표 부회장은 3일 오후 개인 인스타그램을 열어 최근 논란이 된 100명 무더기 사면 시도 후 철회에 관한 입장을 밝혔다.
이 부회장은 '대한민국의 모든 축구팬들께 드리는 글'이라는 제목의 게시글에서 "지난주 대한축구협회의 징계 사면 관련 이사회 통과를 막지 못한 책임을 지고 저는 오늘 협회 부회장직에서 물러난다"고 사퇴를 발표했다.
지난 2021년 3월 협회 부회장으로 선임된 그는 "좋은 행정은 충분한 반대 의견과 다수의 목소리를 통해서 만들어진다는 평범한 사실을 다시 한번 되새기며, 협회의 일원으로서 축구팬들의 모든 질책을 무거운 마음으로 통감한다. 또한 협회 부회장으로서 그 역할을 충분히 하지 못한 것에 대해 죄송한 마음이다. 있어야 할 곳에서 마땅히 해야 할 책임을 다하지 못한 것을 다시 한번 사과드린다"고 팬들의 용서를 구했다.
이동국 부회장은 비슷한 시간대에 똑같은 검정 이미지와 비슷한 내용의 '사과 및 사퇴문'을 올렸다. 이동국 부회장은 "올해 2월 협회의 제의로 부회장직을 수행하게 됐다. 업무를 배우고 파악하는 시기였다. 내부적으로 상당부분 진행된 안건이었지만, 경기인 출신으로서 경험을 자신있게 말씀드려 막지 못한 책임감을 느낀다"고 밝혔다.
이어 "선수로서 받은 많은 사랑을 행정으로 보답할 수 있다는 희망을 가지고 협회에 들어왔지만, 부회장으로서 제 임무를 해내기에 부족함이 많았다. 이에 전적으로 저의 책임을 통감하며 현 시간부로 해당 직으로 내려놓으려 한다. 대한민국 축구 발전과 건강한 스포츠 문화를 만들기 위해 솔선수범하는 모습으로 보답하겠다"고 덧붙였다.
조원희 위원장은 개인 유튜브 채널 커뮤니티를 통해 "협회 이사회에서 번복한 사면 건과 관련하여 축구 팬들에게 실망을 안겨드린 점 진심으로 사과한다. 사회공헌위원장 역할을 수행한지 얼마 되지 않아 이러한 일이 발생된 것에 죄송스럽고, 당시 이사회에 있었던 사람 중 한 명으로 축구를 사랑하는 팬들에게 상처드려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했다.
아울러 "이번 일로 많은 분들이 조원희에게 큰 실망을 했다는 것 또한 알고 있다. 저도 이번 일이 부끄럽고 부족한 제 모습에 스스로 큰 실망을 했다"며 "사회공헌위원장으로 축구를 통한 긍정적인 변화를 만들어보고자 했으나 현재 제 역량이 부족함을 절실히 느껴 자리에서 물러나고자 한다"며 사퇴했다.
협회는 지난달 28일 오후 8시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대한민국과 우루과이의 A매치 친선전을 약 1시간 앞두고 '축구인 100명 사면 단행' 보도자료를 배포해 축구계를 충격에 빠뜨렸다.
협회는 "28일 오후 서울월드컵경기장 회의실에서 이사회를 열고 징계중인 축구인 100명에 대해 사면 조치를 의결했다. 사면 대상자는 각종 비위 행위로 징계를 받고 있는 전현직 선수, 지도자, 심판, 단체 임원 등이다. 대상자 중에는 지난 2011년 프로축구 승부조작으로 제명된 당시 선수 48명도 포함됐다"고 설명했다.
또한 "지난해 달성한 월드컵 10회 연속 진출과 카타르 월드컵 16강 진출을 자축하고, 축구계의 화합과 새 출발을 위해 사면을 건의한 일선 현장의 의견을 반영했다. 오랜기간 자숙하며 충분히 반성을 했다고 판단되는 축구인들에게 다시 한번 기회를 부여하는 취지도 있다"고 말했다.
무더기 사면은 여러 측면에서 논란을 낳았다. A매치 경기 직전에 발표하면서 소위 '물타기', '날치기' 논란에 직면했다. '월드컵 16강의 혜택을 왜 승부조작범들이 받아야 하나'라는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흘러나왔다. 협회가 대중의 의견수렴없이 갑작스레 사면을 결의한 의도에 대한 의문이 일었고, 사면대상자들이 규정에 따라 현직에 복귀할 수 없는데도 사면을 하는 목적도 의심을 받았다.
붉은악마를 비롯한 축구팬 단체들을 중심으로 사면 철회를 주장하는 목소리가 점차 높아지자, 협회는 바로 꼬리를 내렸다. 31일 임시이사회에서 '전면철회' 결정을 내렸다. 정몽규 협회장은 약 50분간 이어진 비공개 임시이사회 이후 입장문을 통해 "승부조작이 스포츠의 근본정신을 파괴한다는 점에는 다른 의견이 없다. 위법 행위는 정당화할 수 없다. 이번 징계 사면 결정에 대해서는 사려 깊지 못했다. 미흡했던 점에 대해서 대단히 송구스럽다. 대한축구협회를 향한 질타를 엄중히 받아들이겠다. 축구팬들에게 심려를 끼친 점 고개 숙여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후폭풍은 계속됐다. 축구팬들은 선수 출신 임원들이 침묵으로 승부조작범 사면에 암묵적으로 동조했다며 비난했다. 이에 이들은 약속이나 한듯 한날한시에 동시 사퇴를 선언했다. 하지만 팬들은 사퇴 선언 이후로도 "사퇴를 하라는 게 아니라 왜 반대하지 않았는지 묻는 것", "협회의 꼬리 자르기냐" 등의 반응을 보이고 있다. 윤진만 기자 yoonjin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