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박상경 기자] 구세주가 될 것이란 기대, 점점 절망으로 바뀌고 있다.
롯데 자이언츠 외국인 타자 니코 구드럼의 부진이 점점 깊어지는 모양새다. 26일까지 28경기 타율은 2할5푼7리(109타수 28안타), 홈런 없이 16타점, OPS(출루율+장타율) 0.640에 그치고 있다. 최근 10경기 타율은 2할2푼5리(40타수 9안타), 볼넷 1개를 골라낸 반면, 삼진을 10개나 당했다.
롯데는 지난달 11일 구드럼과 연봉 40만달러에 계약했다. 기존 외국인 타자 잭 렉스가 6월 무릎 부상으로 부상자 명단에 오른 뒤 한 달 넘게 재활기간을 거쳤으나 회복세가 보이지 않자 결단을 내렸다. 롯데는 '팀 사정상 후반기 반등을 위해서'라고 외국인 교체 사유를 밝혔다.
빅리그 통산 402경기에 출전한 구드럼은 뛰어난 운동 능력을 갖춘 선수로 평가 받았다. 특히 수비 능력도 좋다는 시선이 더해지면서 롯데 안팎에선 2020~2021시즌 '수비요정'으로 불렸던 딕슨 마차도와 같은 안정감을 기대했다. 구드럼이 KBO리그 데뷔 초반 좋은 수비를 보여주면서 이런 기대감은 더 높아졌다.
그런데 이런 구드럼에겐 치명적인 문제가 있다. 미국 시절부터 고질로 달고 있던 햄스트링(허벅지 뒷근육) 문제다. 휴스턴 애스트로스 소속이었던 지난해에도 햄스트링을 다쳐 어려움을 겪었다. 롯데에서도 똑같은 문제가 이어지고 있다. 구드럼은 18일 고척 키움전 선발 제외에 이어 19~20일 잇달아 결장했다. 롯데 래리 서튼 감독은 구드럼의 햄스트링 문제를 두고 "시즌 내내 안고 가야 할 문제다. 때문에 남은 경기 동안 관리를 잘 해줘야 한다"고 말했다.
26일 부산 KT 위즈전에서 구드럼은 홀로 실책 3개를 쏟아냈다. 롯데가 1-0으로 앞서던 2회초 무사 1, 2루에서 오윤석의 좌전 안타 때 중계 플레이를 펼치던 구드럼이 3루에서 오버런한 알포드를 잡기 위해 송구를 커트, 3루로 뿌렸으나 공이 뒤로 넘어가며 동점 빌미를 제공했다. 롯데가 5-3으로 앞선 8회초 2사 만루에선 홈 송구가 빗나가면서 주자가 모두 홈을 밟았다. 롯데가 8회말 동점을 만들었으나, 9회초 무사 2, 3루에서 구드럼이 배정대의 3루 땅볼을 홈으로 뿌렸으나 한참 빗나가면서 다시 리드를 내줬다.
두산 베어스 시절 7년 연속 한국시리즈행을 이끌었던 SBS스포츠 김태형 해설위원은 구드럼의 세 번째 실책 뒤 "다리가 안된다. 왼다리 디딜 때 오른손 갈 때 박자가 맞지를 않는다"고 지적했다. 롯데가 KT에 6-8로 끌려가며 패색이 짙어진 9회말엔 중계 화면에 벤치에 앉은 구드럼의 모습이 비춰지자 "내가 팀 운영 방법을 이야기할 순 없지만"이라고 조심스럽게 운을 뗀 뒤 "외국인 선수 비중이 크지 않나. 이 선수들이 안되면 바꿔주는 것도 괜찮다. 선발 라인업에서 빼고"라고 덧붙였다.
외국인 타자의 역할, 타선 활력에 중요한 요소다. 중심 타자 역할과 더불어 3루를 책임져야 할 한동희가 극도로 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현시점에서 구드럼의 중요성은 더 커진 게 사실. 그러나 구드럼 역시 고질을 극복하지 못한 채 공수에서 엇박자를 내고 있다. 한숨이 나올 수밖에 없는 롯데의 현실이다.
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