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실=스포츠조선 이종서 기자] "출산 휴가 써도 괜찮은데…."
정수빈(33·두산 베어스)은 지난 13일 인생에서 가장 큰 기쁨 중 하나를 누렸다. 태명 수달이. 아들이 태어났다.
12일 잠실 한화전에서 사이클링히트에 홈런 빠진 3안타 활약을 펼친 정수빈은 "아들이 태어난다"고 알리면서도 "출산 휴가 없이 팀에 합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사령탑은 고마움의 미소를 지었다. 13일 잠실 SSG전을 앞두고 이 감독은 "출산 휴가는 선수 본인에게 맡기는 것이다. 가족사인 만큼, 위에서 쓰라, 마라라고 할 수 없다"고 운을 떼며 "고참 선수로서 팀이 지금 처해 있는 상황을 확실히 알고 있어서 그런 거 같다"고 고마워했다.
올 시즌 정수빈은 팀에 없어서 안 될 존재다. 112경기에 나와서 타율 2할8푼5리 2홈런 28도루를 기록하면서 공격과 수비 모두 뛰어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0.366의 출루율을 기록하면서 팀의 리드오프를 역할을 책임졌다.
무엇보다 정수빈은 '정.가.영(정수빈은 가을 영웅)'이라는 별명에서 벗어나기 위해 노력했다. 정수빈은 그동안 시즌 초반 다소 부진했던 모습이 이어진 뒤 시즌 중후반부터 본격적으로 실력 발휘를 하는 등 늦게 시동이 걸려왔다.
올 시즌에는 시즌 초반부터 좋은 모습이 이어졌다. 정수빈도 스프링캠프에서 "올해만큼은 가을이 아닌 시즌 초반부터 좋은 모습을 보일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각오를 다지기도 했다.
두산은 13일까지 60승1무57패로 5위 SSG 랜더스(62승2무55패)에 2경기 차 뒤진 6위에 머무르고 있다. 맞대결을 통해서 가을야구 희망을 높여야 하는 만큼, 정수빈은 아들의 탄생만 잠깐 지켜보고 팀에 합류하기로 결정했다.
오전부터 바쁘게 움직였던 정수빈은 경기 개시 약 2시간 전 잠실야구장에 도착했다. 정수빈의 모습을 보고 선수단 및 현장 직원들은 "천천히 와도 되는데 벌써 왔나"라며 축하해줬다.
다행히 산모와 아이 모두 건강했다. 탯줄까지 직접 잘랐던 정수빈은 "신기했다. 잠깐 얼굴을 봤는데, 나를 닮은 거 같다"고 설렌 마음을 전했다.
경기가 열렸다면 출산의 기쁨을 뒤로 하고 마음을 다잡아야 했다. 그러나 하늘은 정수빈에게 기쁨의 시간을 좀 더 허락했다. 오전부터 많은 양의 비가 내렸고, 결국 일찌감치 우천 취소 결정이 내려졌다.
이 감독은 "좋은 일이 있으면 좋은 영향이 생긴다. 복덩이라고 생각하고 했으면 좋겠다"고 덕담을 남겼다.잠실=이종서 기자 bellstop@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