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스포츠조선 이종서 기자] 1982년부터 단 30명. 그 중에서도 '최초'. 기록의 순간은 긴장 가득일 수밖에 없었다.
강승호는 지난 15일 광주 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KIA 타이거즈와의 원정경기에서 1루수 겸 6번타자로 선발 출장했다.
만점 타격감과 함께 KBO리그에 한 획을 긋는 기록을 세웠다.
첫 타석에서 볼넷을 골라낸 강승호는 두 번째 타석에서 KIA 선발투수 윤영철의 체인지업(126㎞)을 받아쳐 좌측 담장을 넘겼다. 강승호의 시즌 6번째 홈런.
물오른 타격감을 보여준 그는 5회 1사 주자 1,3루에서는 김재열의 직구를 받아쳐 우중간을 완전하게 갈랐다. 우중간 깊숙하게 간 타구에 강승호는 거침없이 달렸다. 중계 플레이가 이뤄진 시점은 이미 강승호가 2루를 돌아 3루를 돌고 있을 때였다. 안전하게 3루에 안착하면서 조금씩 기록에 분위기를 만들었다.
7회 1사 주자없는 상황에서 2루타까지 치면서 강승호는 사이클링히트 기대를 한껏 높였다.
9회초 1사 1루. 투수 앞 정면 타구가 KIA 마무리 정해영을 맞고 크게 굴절됐다. 전력질주를 한 강승호는 안전하게 1루에 안착. 사이클링히트를 완성했다. KBO리그 역대 30번째. 베어스 역사상 역대 6번째 사이클링히트다.
아울러 홈런-3루타-2루타-단타로 이어진 '리버스 사이클링히트'는 KBO리그에서 강승호가 최초다. 두산은 8대6으로 승리했다.
6위 두산은 62승1무57패가 되면서 KIA(60승2무55패)와의 4위에서 5위가 된 KIA(60승2무55패)와 승차를 없앴다.
두산은 KBO리그에서 가장 많은 사이클링히터를 배출한 구단이 됐다. 1992년 임형석, 2009년 이종욱, 2014년 오재원, 2016년 박건우, 2017년 정진호가 기록했다.
경기를 마친 뒤 이승엽 두산 감독은 "오늘은 강승호의 날이다. 사이클링 히트라는 기록도 대단하지만, 그 안타들 모두 팀이 꼭 필요로 하는 순간에 나왔다. 팀과 개인 모두에게 큰 의미가 있다. 개인 처음이자 역대 30번째 진기록을 진심으로 축하한다"고 말했다.
강승호는 "팀이 여유있는 상황이 아니라서 크게 의식하지는 않았다"라며 "최초의 기록을 하나 정도 세웠다는 게 기분 좋다. 앞으로도 좋은 기록을 많이 쌓았으면 좋겠다"고 소감을 전했다.
두산 시절은 아니었지만, 두산에는 또 한 명의 사이클링히터가 있다. NC 다이노스 시절이었던 2021년 4월29일 사이클링히트를 달성했던 양의지다. 양의지는 당시 대구 삼성전에서 3루타와 안타, 홈런, 2루타를 차례로 치면서 4타석 만에 사이클링히트를 달성한 바 있다.
양의지는 '포수 최초' 사이클링히트라는 타이틀을 보유하고 있다.
양의지는 강승호의 사이클링히트를 바라보며 자신의 사이클링히트 순간을 떠올렸다. 양의지는 "모든 사람들이 기를 주는 거 같다"라며 "(강)승호가 좋은 기록을 달성했고, 그 덕분에 역전승을 할 수 있어서 기분 좋다"고 했다.
양의지가 빠르지 않은 발에도 사이클링히트를 달성할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는 남다른 집중력과 센스 덕분. 이날 5회 1사에 안타를 치고 나간 양의지는 2루 도루 과정에서 3루에 커버 들어온 수비수가 없는 걸 확인하자 곧바로 3루까지 뛰어 추가 진루를 만들었다. 양의지는 "항상 다음 베이스를 염두에 두고 있다"라며 미소를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