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화(중국)=스포츠조선 윤진만 기자]우여곡절 끝에 아시안게임 대표팀에 합류한 '킹' 이강인(22·파리생제르맹)이 당찬 출사표를 던졌다.
이강인은 22일 오후 7시(현지시각) 중국 저장성 항저우 진화스타디움 보조경기장에서 진행한 팀 훈련장에 대표팀 훈련복을 입고 모습을 드러냈다. 21일 오후 항저우샤오산국제공항을 통해 입국 후 진화스타디움에서 열린 한국과 태국의 항저우아시안게임 조별리그 E조 2차전을 '현장 직관'한 이강인은 이날 아시안게임 대표팀 동료들과 처음으로 발을 맞췄다. 시종 주변 동료들에게 특유의 밝고 유쾌한 에너지를 뿜어냈다.
훈련 전 스탠딩 인터뷰에 나선 이강인은 "아시안게임 대표팀 합류가 굉장히 쉽지 않았다. 어려운 과정 속에서 나라를 대표하기 위해 이렇게 왔다. 그만큼 간절하다. 형들, 친구들, 나보다 어린 선수들도 있는데 발을 잘 맞춰 좋은 결과 낼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합류 소감을 밝혔다.
2019년 U-20 월드컵과 2022년 카타르월드컵과 같은 굵직한 대회를 소화한 이강인은 "지금까지 치른 모든 경기, 모든 훈련이 나한테 경험이 되고, 그 경험 때문에 계속 좋은 활약을 할 수 있는 것 같다"고 했다.
한국은 지난 2경기에서 13골을 넣으며 2전 전승을 기록, 16강에 조기 진출했다. 이강인은 "너무 뿌듯하다. 하지만 이미 지난 경기다. 앞으로 더 좋은 모습, 그리고 좋은 결과를 보여드려야 한다. 그런 생각을 저뿐 아니라 모든 선수, 모든 스태프가 하고 있는 것 같다"고 합류 소감을 말했다.
이강인이 합류하는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소속팀 파리생제르맹은 국제축구연맹(FIFA) 주관 대회가 아닌 아시안게임에 이강인을 조기 차출하는데 난색을 표했다. '내년 아시안컵 차출 시점'을 조건으로 내걸었다. 대한축구협회와 파리생제르맹이 협상이 매듭을 짓지 못해 애끓는 상황이 지속됐다. 대표팀은 결전지인 항저우로 출국하기 하루 전인 15일에야 이강인이 21일 대표팀에 합류한다는 구단의 확답을 받았다. 20일 도르트문트와 유럽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 1차전 홈경기에 출전한 뒤 차출을 허락하겠다는 입장이었다.
황 감독과 친한 동료 선수들에게 '빨리 합류하고 싶다'는 메시지를 꾸준히 전달한 것으로 알려진 이강인은 차출을 기다린 과정에 대해 "동료들에게 미안했다"고 했다. 그는 "합류할 수 있어 일단 설렌다. 최대한 얘기도 많이 하고 잘 맞춰봐서 꼭 경기에서 좋은 모습을 보이고, 좋은 결과가 나올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2차전을 현장에서 지켜본 이강인은 이르면 24일 바레인과 조별리그 최종전에 짧은 시간 출전할 가능성이 있다. 한국이 이미 2전 전승으로 16강에 조 1위로 조기 진출했지만, 컨디션을 끌어올릴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도르트문트전은 이강인이 지난달 말 허벅지 부상을 당한 뒤 근 한달만에 치르는 복귀전이었다. 주변의 기대는 크지만, 아직 100% 실력을 보여줄 컨디션은 아니다. 시차를 비롯한 현지 환경부터 적응해야 한다. 이강인과 과거 같이 뛰어본 선수들은 "강인이는 알아서 할 것"이라고 말했으나, 호흡을 맞춰본 것과 맞춰보지 않고 경기에 나서는 건 제법 큰 차이가 난다.
이강인은 현재 몸상태에 대해 "항상 비슷하다. 지금은 몸 상태보다는 빨리 동료들이랑 최대한 호흡을 맞추는 게 중요한 것 같다. 내가 이 팀에 들어온 지가 꽤 오래됐다. 동료들이랑 같이 해본 지가 꽤 오래됐다. 최대한 서로 소통도 많이 하고 훈련하면서 최대한 잘 맞춰야 될 것 같다"고 했다.
이강인은 태국전을 앞두고 한국쪽 벤치에서 황 감독과 15분 넘게 '못다한 이야기'를 나눴다. 황 감독은 "서로의 의견을 숨김없이 공유하는 자리였다. 접점이 많았다"고 말했다. 황선홍호의 플랜과 이강인의 역할 등에 대한 주제로 논의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강인은 경기 후 선수들과 어우러져 '승리샷'을 찍었다. 이강인은 "팀에 대해 얘기를 많이 했다. 한 방향, 그리고 한 목표를 보고 가기 때문에 그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좋은 방법에 대해 얘기했다"고 말했다. 예상 포지션에 대해선 황 감독의 결정을 따를 것이라고 했다.
이강인은 인터뷰 후 선수들과 함께 첫 훈련에 돌입했다. 진화(중국)=윤진만 기자 yoonjinm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