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저우(중국)=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 '마이너리거 7명'만이 문제가 아니었다. 한국은 예전과는 달라진 '대만야구'의 총체적 힘에 당황했고, 무너졌다.
또다시 국제대회에서 대만에 발목을 잡혔다. 류중일 감독이 이끄는 한국 야구 대표팀은 2일 항저우 아시안게임 조별리그 B조 2차전 대만전에서 0대4로 완패했다.
한국은 삿포로 참사(2003 아시아야구선수권), 도하 참사(2006 도하 아시안게임)의 시작도 대만전 패배였다. 한국으로선 대만에 지고도 우승까지 차지했던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의 '요행'을 기대하는 처지가 됐다. 자카르타-팔렘방 대회, 그리고 프리미어12에 이은 최근 대만과의 국제대회 3연패라는 굴욕도 더해졌다.
이날 한국 패배의 중심에는 대회 전부터 주목받던 린위민(애리조나 더블A)이 있었다. 2003년생, 20세 투수의 파릇파릇한 불꽃투가 한국 타선을 압도했다. 린위민을 상대로 안타를 친 한국 선수는 윤동희, 최지훈(이상 2개) 뿐이다. 1m77의 크지않은 키에서 뿜어져나오는 150㎞가 넘는 직구로 한국 타자들을 찍어눌렀다.
경기 막판 마무리로 나선 류즈룽(24·보스턴 더블A), 리드오프 정쭝저(22·피츠버그 더블A) 역시 좋은 활약을 보였다. 한국은 대표팀 훈련 때 시종일관 린위민의 영상을 보는 등 대만 마이너리거들에 대해 적지않은 준비를 했지만, 예상보다 그들의 기량이 더 뛰어났다.
하지만 대만리거들의 활약 앞에선 이 같은 핑계조차 초라해진다. 이날 대만은 투타 전반에서 한국을 압도했다. 심지어 그라운드에서의 파이팅 조차 시종일관 무기력한 분위기로 일관했던 한국보다 뛰어났다.
류중일 감독은 문동주를 선발로 출격시키고, 박세웅-박영현 등을 대기시키며 힘대힘의 승부를 걸었다.
'대만 최고 거포' 린안커(26·퉁이)는 한국 투수들의 직구를 두려워하지 않았다. 양 팀 통틀어 가장 강렬한 스윙을 보여줬다.
1회초 문동주는 선두타자 2루타의 충격을 수습해가던 중이었다. 특히 1사3루에서 린리를 삼진처리하며 기세를 올렸다. 린안커에게도 자신만만한 승부를 걸었지만, 우중간을 가르는 1타점 3루타를 얻어맞았다. 린안커는 3회초에도 3루수 노시환 쪽 안타로 추가점의 시발점이 됐다.
8회말 KBO 최고 마무리 고우석을 상대로 우중간을 가르는 2타점 쐐기타를 때린 주인공도 대만리거 린즈하오(21·퉁이)다. 린위민과 류즈롱 사이를 이은 구린뤄양(23·퉁이) 역시 강렬한 직구로 한국 타자들을 요리했다. 노시환이 중월 펜스 직격 2루타를 때려냈을 뿐, 한국은 삼진 2개를 헌납하며 꽁꽁 묶였다.
경기 후 류중일 감독도 이 같은 현실을 인정했다. 류 감독은 "상대 투수가 워낙 잘 던졌다. 공이 정말 좋았다. 직구도 150㎞가 넘고 변화구까지 빠르니까 따라가질 못했다", "대만 선수들이 마이너리그에서 공부를 잘해온 것 같다"면서 애써 패배의 충격을 다스리는 모습이었다. 이어 "대만 타자들이 전에는 변화구에 스윙이 나오는 경우가 많았는데, 오늘은 속지를 않더라. 수비도 전체적으로 약했었는데, 오늘 보니 탄탄해진 느낌이었다"며 한숨을 쉬었다.
항저우(중국)=김영록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