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저우(중국)=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 "WBC(월드베이스볼클래식) 때 중국 상대로 좋은 결과를 내지 못했다. 그 복수를 하고 싶었다. 무조건 이겨야하는 경기니까."
얼굴에 기분좋은 미소가 가득했다. 23세 원태인의 고무된 마음이 그대로 느껴졌다.
벼랑끝 마지막 경기를 거듭한 류중일호가 기어코 결승전에 올랐다. 이제 진짜 마지막 경기만 남았다.
그 중심에 '푸른피 에이스' 원태인이 있다. 다크호스 중국을 상대로 압도적인 존재감을 뽐냈다. 사령탑의 신뢰에 확실하게 보답했다.
"우리팀이 벼랑 끝에 서있는 상황에서 날 믿고 임무를 맡겨주셨다. 책임감을 느꼈다."
부담보다는 복수하고픈 마음이 컸다. WBC 중국전 때 1이닝 2실점으로 부진하며 교체됐다. 원태인은 "일본을 이겼으니 쉽게 볼 상대는 아니다. 하지만 타선이 좋은 팀은 아니지 않나. 방심만 안 하면 이긴다고 생각했다"고 강조했다.
절정의 컨디션에 직구가 최고 152㎞까지 나왔다. 김형준 포수도 자신있게 직구를 요구했다. 원태인은 "아드레날린이 쏟아져나온 것 같다"며 멋쩍어했다.
"초반에 힘으로 가기로 했다. 몇이닝 정한 건 아니었다. 지면 안된다는 생각에 온힘을 쏟아부었다. 무엇보다 볼넷이 없는 게 가장 만족스럽다. 어린 필승조 친구들을 쉬게 해준 점도 기분좋다. 이제 금메달 딸 수 있도록 결승전은 벤치에서 열심히 응원하겠다."
4일 휴식 후 등판이었지만, 원태인은 "원래 3일 휴식이었다. 중국이 일본에 이기는 바람에 하루 더 쉬었다"면서 "지금 우리 투수들 전부 이번 대회에 혼을 쏟아붓고 있다. 휴식기간은 상관없다"고 단언했다.
도쿄올림픽, WBC에 이은 3번째 국제대회다. 이번만큼은 '마지막'이 좋길 바라는 마음은 모두 하나다.
"무조건 금메달이다. 대만에 설욕하고픈 마음도 크다. 그날 지자마자 우리끼리 '꼭 결승가서 다시 복수하자'고 했다. 기회를 한번 더 받았다는 사실이 감사하다. 오늘처럼 선취점을 따고 분위기를 잘 이어가면 우리가 이길 수 있다."
항저우(중국)=김영록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