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스포츠조선 박상경 기자] "내년, 내후년에도 이러면 어려워진다."
신인이기에 만족할 수 있는 시즌. 하지만 스스로는 그러기에 더 만족하지 못하는 눈치였다.
2023 KBO 신인 드래프트 1라운드로 KIA 타이거즈 유니폼을 입은 윤영철(19). 당시 고교 좌완 최대어 타이틀을 달고 프로에 입성했으나, 김서현(한화 이글스) 김민석(롯데 자이언츠) 등 다른 선수들에 비해 크게 부각되진 않았다. 새 시즌을 시작하면서 KIA가 윤영철을 선발 로테이션에서 활용하겠다는 구상을 드러냈을 때, 성공 가능성은 반반으로 여겨졌다.
한 시즌을 마친 윤영철의 성적은 25경기 122⅔이닝 8승7패, 평균자책점 4.04. 신인으로 부상 없이 풀타임 선발 시즌을 보냈다. KIA 김종국 감독조차 "예상보다 훨씬 잘 던졌다"고 놀랄 정도. 순수 고졸 신인으로 프로 데뷔 첫 해부터 로테이션을 꾸준히 돌면서 두 자릿수 승수에 가까운 성적을 올렸다는 점에서 신인왕 후보로 꼽기에 손색이 없다.
윤영철은 올 시즌 자신을 평가해달라는 물음에 "50점"이라고 답했다. "신인이어서 '잘 던졌다'는 소리를 듣는거지 냉정하게 보면 크게 좋은 기록은 아니다. 내년, 내후년에도 이 성적이라면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고 말한 그는 "지금에 만족하지 않고 보완해서 더 잘 던지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윤영철은 "체력적으로 생각보다 힘든 게 많았다. 데뷔 첫 해다 보니 어려움도 많았다"며 "풀타임 로테이션을 돈다는 게 체력적으로 많이 힘들더라. 후반기가 되니 많이 힘들고 내 폼도 안나와서 어려운 경기가 잦았다"고 스스로를 평가했다. 또 "후반기가 될수록 볼 비중, 이닝 당 투구 수가 늘어났다. 갈수록 제구가 안 좋았고 장타 맞는 타구 대부분이 실투였다"고 냉정히 자신을 돌아보기도 했다. 가장 아쉬운 부분을 두고는 "아무래도 평균자책점이 아쉽다. 승은 내가 어떻게 할 수 없는 것이지만 평자는 최대한 하면 낮출 수 있었을 것이다. 3점대 평균자책점을 못해 아쉽다"며 "6월 17일 광주 NC전(3이닝 11안타 1볼넷 1탈삼진 7실점)이나 8월 12일 부산 롯데전에서 아웃카운트 1개를 잡지 못해 5이닝을 채우지 못한 것(4⅔이닝 8안타 1볼넷 3탈삼진 5실점·노디시전) 등 아쉬운 게 많다. 잘 던져도 부족한 게 항상 한두 가지 있었다. 매번 보완하자는 생각으로 던져 크게 만족할 만한 경기는 없었던 것 같다. 다 내가 던진 것이니까 내년엔 더 잘하고 싶다"고 했다. 그러면서 "한 시즌을 아프지 않고 잘 마쳤다는 게 큰 의미가 있지 않나 싶고, 그 부분에 만족한다"고 말했다.
윤영철은 직구 평균 구속이 140㎞에 미치지 못하지만 정교한 제구와 유려한 경기 운영으로 선발 역할을 소화해왔다. 어느덧 KBO리그에도 직구 160㎞ 시대가 찾아온 가운데, 윤영철이 보여준 '느림의 미학'은 돋보일 수밖에 없었다.
여전히 윤영철은 구속보다 제구를 가다듬는 데 포커스를 맞추고 있다. 윤영철은 "구속이야 꾸준히 훈련하고 던지다 보면 자연스럽게 올라올 것이다. 구종도 지금 가진 걸 잘 가다듬는 게 우선"이라며 "제구 위주로 가려 한다. 커브도 경기당 5개 정도 쓰고 있는데, 제구가 좀 더 안정되면 많이 쓰려 한다"고 밝혔다.
다가올 신인왕 경쟁도 크게 신경쓰지 않는 눈치. 수상 여부에 대해 "모르죠"라고 웃어 보인 윤영철은 "받으면 좋지만, 못 받아도 크게 낙심할 필요 없다고 생각한다. 내년에 더 잘하면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비시즌 구상은 어느 정도 해 놓았다. 잘 준비해서 내년엔 후반기에도 지치지 않는 모습을 보이고 싶다"고 힘주어 말했다.
광주=박상경 기자 ppark@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