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한동훈 기자] '패패승승승.'
70만(KBO리그 홈페이지 관중 현황에 따르면 2023시즌 KT 위즈 관객 수는 69만7350명이다) KT 팬이 염원하는 그 시나리오는 KBO리그 42년 역사상 단 4차례 나왔다. 하늘이 도와야만 기적적으로 가능할 것만 같다.
KT는 2일 창원 NC파크에서 열린 2023 KBO리그 포스트시즌 NC 다이노스와 플레이오프 3차전에서 3대0으로 이겼다. 시리즈 2패에 몰려 탈락 직전이었지만 1승 2패로 심폐소생에 성공했다.
싹쓸이만은 면했으면 했던 KT 팬들은 이제 내심 '역 싹쓸이(리버스 스윕)'를 조심스럽게 꿈꾼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패패승승승은 생각만큼 극악의 확률은 아니었다.
KBO리그 역대 포스트시즌에서 5전제 시리즈는 올해 준플레이오프까지 포함해 47회였다. 패패승승승은 단 4번 뿐이었다. 백분율로 환산하면 8.51%다.
하지만 표본을 조금 더 정교하게 다듬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47회 중 '패패'로 출발한 시리즈는 26회였다. 26회 중 10번이 패패패로 끝났다. 패패승패가 9회, 패패승승패가 3회, 패패승승승이 4회다. 엄밀히 따지면 리버스 스윕 확률은 26회 중 4회로 15.4%다.
만약에 KT가 4차전을 이긴다면 결과는 더 재미있다. 역대 패패 후 승승으로 5차전까지 간 사례는 7번 있었다. 위에 언급했듯이 이렇게 5차전까지 흘러가면 역스윕 확률이 57%(4/7)로 폭등한다. 오히려 1, 2차전을 이긴 팀이 3, 4차전을 빼앗기면서 쫓기는 형국이 되는 것이다.
실제로 장기전으로 갈수록 기다렸던 팀이 유리하다. 당장 3차전만 봐도 KT의 경기력이 살아나면서 NC의 타격감은 풀이 죽는 현상이 나타났다. NC는 와일드카드와 준플레이오프를 거치며 불펜 소모가 컸다. 여기에 KT 타선에 불이 붙기 시작한다면 시리즈는 한치 앞을 알 수 없게 된다.
다만 '패패승승승'을 이루어낸 팀이 한국시리즈까지 우승한 사례도 없었다.
1996년 4위 현대는 준플레이오프에서 한화를 꺾고 플레이오프에서 쌍방울을 패패승승승으로 잡았다. 한국시리즈에서 해태에 패했다. 2009년 2위 SK는 플레이오프에서 두산에 패패승승승을 거두고 한국시리즈에서 KIA에 졌다.
2010년 3위 두산은 준플레이오프에서 롯데를 패패승승승으로 넘었다. 플레이오프에서 삼성을 만나 탈락했다. 2011년 4위 두산은 준플레이오프에서 넥센을 패패승승승으로 통과하고 플레이오프에서 LG까지 이겼지만 한국시리즈에서 삼성에 막혔다.
한동훈 기자 dhhan@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