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최만식 기자] "잘 하고 있는데 뭘…."
경질 위기에 빠진 에릭 텐 하흐 맨유 감독(53)이 든든한 지원군을 얻었다. 맨유의 전설이자 영국에서 '경(Sir)'으로 추앙받고 있는 알렉스 퍼거슨 전 감독(82)이 텐 하흐에게 전폭적인 신뢰를 보냈기 때문이다.
텐 하흐 감독은 최근 불안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맨유에 처음 부임한 지난 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3위와 잉글랜드풋볼리그컵(EFL컵) 우승의 성과를 내며 호평받았던 그다. 하지만 올시즌 들어서는 초반부터 EPL은 물론 유럽챔피언스리그(UCL)에서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고, EFL컵에서는 디펜딩챔피언 탈락의 굴욕을 안기면서 궁지에 몰렸다. 실제 현재 맨유의 행보는 1989년 이후 최악의 시즌에 해당한다는 집계가 나오기도 했다.
더구나 최근 들어 엄격한 지도 방식으로 인해 일부 선수와의 갈등, 선수끼리 분열 등 팀 내 불화설까지 불거졌다. 지난 5일(이하 한국시각) 풀럼전에서 1대0으로 승리했지만 불만 여론을 잠재우기는 커녕 현지 매체와 전문가들은 텐 하흐의 경질 가능성을 멈추지 않고 있다. 심지어 '맨유 구단이 텐 하흐 감독 정리 작업을 검토하기 시작했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맨유의 정신적 지주 퍼거슨 경의 생각은 달랐던 모양이다. 7일 영국 매체 '더선'이 소식통의 전언을 통해 퍼거슨 경의 의중을 전했는데, 텐 하흐 감독을 지지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한 소식통은 '더선'과의 인터뷰에서 "에릭(텐 하흐)은 퍼거슨 경의 확고한 지지를 받고 있다. 퍼거슨 경은 에릭이 구단에 부임한 이후 엄청난 지원을 해왔다"면서 "퍼거슨 경은 텐 하흐 감독이 중요한 결정을 내리는 방식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 알렉스 경도 다른 모든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이번 시즌을 좋은 결과로 마무리되기를 응원한다"고 말했다.
'더선'은 '퍼거슨 경은 텐 하흐 감독을 지적하거나 어떤 변화를 요구하는 사람들에 대해서는 오히려 틀렸다고 생각한다'면서 '퍼거슨 경 자신이 과거 팀을 변화시키기 위해 필요한 성격과 정신력을 보여줬던 것처럼 텐 하흐 감독에게도 시간이 필요하다는 생각이다'라고 전했다.
뿐만 아니라 퍼거슨 경은 맨유 구단에 새로운 투자자가 구단 경영을 맡게 된다면 텐 하흐 감독을 지지하는 입장을 분명히 전달할 준비도 돼 있다는 게 '더선'의 설명이다.
'더선'에 따르면 특히 주목되는 점은 퍼거슨 경이 '마커스 래시포드의 생일파티', '제이든 산초 방출' 등 팀내 '사건'에 대한 텐 하흐 감독의 결정에도 만족한다는 것이다.
래시포드는 지난 2일 뉴캐슬 유나이티드와의 카라바오컵 4라운드 홈경기에서 0대3 완패를 당한 뒤 나이트클럽에서 파티를 벌였다가 텐 하흐 감독의 대노를 유발했고, 산초는 팀 내 '불화 유발자'로 갈등을 겪다가 감독과 돌아서게 됐다.
이와 관련해 소식통은 "퍼거슨 경은 맨유 감독으로 재직하는 동안 항상 결정을 내려야 했고, 이는 선수들과 충돌할 위험이 있었다. 그러나 그는 팀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는 일을 결코 주저하지 않았다"면서 "텐 하흐 감독도 퍼거슨 경과 같은 특성을 보여주고 있다. 특히 래시포드 사건을 처리하는 방식에서 그렇다"며 퍼거슨 경의 입장을 대변했다.
퍼거슨 경의 '텐 하흐 지원사격'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맨유가 지난 8월 구단 홈페이지 뉴스 코너를 통해 '퍼거슨 경이 내놓은 텐 하흐 감독의 첫 시즌 평가' 인터뷰를 소개했는데, 이 역시 '불만 제로'였다.
당시 퍼거슨 경은 "텐 하흐는 환상적인 일을 해냈다. 그는 팀을 장악했고, 자신의 선수들을 데려왔다. 새로운 골키퍼와 공격수가 적응하면 정말 좋은 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면서 "구단의 기대를 이해하고 부응하려는 선수를 영입하는 것이 정말 중요한 부분인데, 텐 하흐는 선수가 어떤 점을 갖추려 하는지 잘 파악하고 있고 충분한 조사를 통해 구단에 적합한 유형을 영입했다"고 칭찬하기도 했다.
여전히 맨유 구단에 막강한 영향력을 보이고 있는 퍼거슨 경의 이같은 입장들이 텐 하흐 감독의 위기 탈출에 돌파구가 될지 관심이 모아진다. 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