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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우현 막겠다던 지메시의 불꽃 멀티골,수원 인천제철에 3대1역전승,13년만의 우승고지 선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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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차피 우승은 현대제철(어우현).' 챔피언결정전 때면 어김없이 흘러나오는 WK리그의 과학. 하지만 수원FC위민엔 자신이 속한 팀을 어김없이 우승으로 이끌어온 '불굴의 마법사' 지소연(33)이 있다.

19일 수원종합운동장에서 열릴 인천 현대제철과의 2023 WK리그 챔피언결정 1차전, 지소연은 "정신력 싸움이다. 더 간절한 팀이 승리할 것"이라고 했다. '얼마나 간절하냐'는 질문에 지소연은 "첼시를 내려놓고 올 만큼"이라고 답했다. 지난해 8시즌 정든 첼시 대신 수원 유니폼을 입은 지소연은 "간절한 마음으로 WK리그에 돌아왔다. 인천 현대제철을 막기 위해 WK리그로 왔다고 말했을 때 사람들은 우스갯소리로 생각했겠지만 나는 진심이었다"고 했다. 첼시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한국행을 택한 이유, '절대 1강' 인천 현대제철행을 마다하고 수원FC행을 택한 이유는 확실했다. WK리그 통합 10연패, '어우현'이라는 1강 독주 체제가 아닌 더 치열한 경쟁 속에 함께 발전하는 리그를 희망했다. 지소연은 "인천 현대제철이 투자를 가장 많이 하는 팀이기 때문에 10연패는 어찌 보면 당연하다. 다른 팀들도 투자해야 한다. 더 많은 여자축구 구단들의 기준이 다함께 올라갔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치고받는 경기가 될 것이다. 누가 마무리에서 집중하느냐가 승부를 가를 것이다. 세트피스도 중요하다. 인천에도 좋은 프리키커가 있고, 우리 수원엔 내가 있지 않나"라며 자신감을 표했다.

그녀의 말은 승리의 예언이 됐다. 전반 인천 현대제철의 공세가 뜨거웠다. 전반 38분 인천 현대제철 장창에게 선제골을 내주고 0-1로 밀리던 후반 28분 간접 프리킥 상황, 수비라인을 훌쩍 넘긴 지소연의 눈부신 오른발 슈팅이 골망 구석으로 빨려들었다. 경기 흐름이 바뀌었다. 후반 35분 또 한번 지소연의 발끝이 불을 뿜으며 순식간에 경기는 1-2로 뒤집혔고, 후반 45분 김윤지의 쐐기골까지 나오며 수원이 '디펜딩챔프' 인천 현대제철에 3대1 역전승을 거뒀다. 수원FC위민은 지소연의 멀티골 활약에 힘입어 25일 인천 홈에서 열릴 챔피언결정 2차전을 앞두고 2010년 이후 13년 만의 우승에 유리한 고지를 점했다.

경기 후 인터뷰에서 박길영 수원FC 위민 감독은 지소연에 대해 "나도 여자축구계에서 9년째인데 뭐라 표현할 수 없는 선수, 감히 평가할 수 없는 선수다. 내가 이 선수를 가르칠 수 없다. 세계 최상위 월드클래스 선수다. 경기장서 볼 때마다 같은 축구인으로서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저 다치지 말라'는 말 밖엔 할 말이 없다"라고 평했다.

고베 아이낙, 첼시위민 등 가는 팀마다 우승 트로피를 선물했던 '마법사' 지소연은 역전승 후 인터뷰서도 냉정을 잃지 않았다. 2골차 승리에도 안방에서 지난 10년간 챔피언 자리를 놓친 적 없는 인천 현대제철과의 최종 2차전, 결코 방심하지 않을 뜻을 분명히 했다. "김칫국 마시지 않기로 했다. 우승 '우'자도 안 꺼내고 있다. 지난 11년간 챔피언결정전에서 뛰고 있는 팀이다. 방심해선 안된다. 2차전 끝날 때까지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 10여년 간 수많은 우승컵을 들어올려온 지소연에게 수원FC 위민 우승의 의미를 물었다. "우리 수원 선수들이 계속 도전을 했고 고배만 마셨다. 도전이 결실을 맺는 순간, 그 경험을 다같이 느끼게 해주고 싶다. 누군가는 독주를 끊어야 하지 않나 생각한다. 우승이 이런 기분이란 걸 모두가 알게 됐으면 한다. 한번 해보면 계속 욕심이 날 것이다. 나도 동료 한국선수들과 함께 하는 첫 우승컵을 꼭 들어올리고 싶다." 수원=전영지 기자 sky4u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