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나유리 기자]베테랑 포수 이재원의 방출 요청. 현역 연장 의지를 드러냈다. 마지막 불꽃을 새로운 팀에서 태울 수 있을까.
SSG 랜더스는 지난 24일 일부 선수 재계약 불가를 추가로 통보했다. 포수 이재원과 투수 임준섭 김주한 양선률이 대상이었다. 투수 서동민은 현역 은퇴 의사를 밝혔다. 사실상 2차 드래프트 이후 추가 선수단 정비였다.
SSG 구단은 다음 시즌 함께하기 어려운 선수들을 대상으로 선수단 재정비를 단행해왔다. 하지만 2차 드래프트가 변수였고, 이런 부분들까지 감안해 1차 명단을 먼저 정리했다. 2차 드래프트에서 일부 선수의 이적이 결정된 후, 지명을 받지 못한 선수 가운데 내년도 재계약 의사가 없는 선수들이 2차 방출 대상이었다.
베테랑 포수 이재원의 이름이 눈에 띈다. 인천 숭의초-상인천중-인천고 출신에 2006년 SK 와이번스의 1차지명으로 입단해 와이번스-랜더스 소속으로만 뛴, 그야말로 '인천 프랜차이즈' 출신이다.
성장 스토리도 확실한 선수였다. 신인 시절에는 류현진을 제치고 지명한 1차지명 선수라는 타이틀 때문에 비난 아닌 비난의 대상이 되기도 했지만, 이후 주전 포수로 점점 성장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인천 출신 프랜차이즈 선수이자 팀의 중심 선수로 확실하게 자리를 잡았다. 2018년 SK의 한국시리즈 우승때 주역으로 활약했고, 그 시즌이 끝난 후 4년 총액 69억원에 FA 대박 계약까지 이끌어냈다.
하지만 30대 중반에 접어들면서 급격한 부침을 겪었다. 특히 타격 슬럼프가 길어지며 1군보다 2군에서 보내는 시간도 함께 늘어났다. 꾸준히 두자릿수 홈런을 터뜨렸던 거포 포수의 이미지가 강했지만, 2020시즌부터는 장점인 장타력도 급격히 줄었다. 올 시즌은 1군에서 27경기 출장에 그쳤다.
준플레이오프 시리즈 엔트리에 포함됐지만, 팀이 3연패로 탈락한 후 이재원의 거취에도 관심이 쏠렸다. SSG가 김원형 전 감독과 결별하고, 선수단 재편을 기조로 내세운만큼 성적이 급락한 베테랑 포수 이재원도 은퇴를 선언하는 것이 아니냐는 질문을 많이 받았다.
그러나 같은 기간 이재원도 자신의 거취를 두고 깊은 고민을 하고 있었다. 은퇴보다는 현역 연장으로 가닥을 잡았는데, 선수가 먼저 구단에 방출 요청 의사를 밝혔다. 시즌이 끝난지 얼마 안된 시점에서 먼저 방출 요청을 했고, 2차 드래프트 결과까지 지켜본 후에 다시 구단과 논의해 최종 방출을 확정했다.
그만큼 이재원이 현역 연장에 대한 의사가 확실하다는 뜻이다. 실제로 이재원 영입에 관심이 있는 구단도 있었다. "그래도 경험이 많은 포수는 쓰임새가 있다"는 관점으로 지켜봤다. 다만 실제 영입으로 이어질지는 아직 확신할 수 없다.
이재원도 연봉이나 대우보다 오직 선수로 더 뛰고 싶은 마음이 커서 내린 결정이다. 사실 '원클럽맨'이자 '인천 프랜차이즈' 출신인 이재원의 입지를 감안하면, SSG에서 은퇴를 결정했을때 향후 보장되는 안정성이 더 컸을 것이다. 그런데도 방출 요청을 스스로 했다는 것은 그것보다 더 중요한 요소들이 있다는 뜻이다.
이재원은 새로운 팀을 찾을 수 있을까. '경험 많은 베테랑 포수'의 가치를 찾는 구단이 결단을 내릴 수도 있다.
나유리 기자 youll@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