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스포츠조선 김성원 기자]부산으로 향한 우승 트로피가 마지막 순간 외면했다. 부산이 경기 종료 직전 통한의 동점골을 허용하며 다잡았던 우승컵을 놓쳤다.
부산은 '경우의 수' 하나 만을 떠올렸다. 승리하면 자력 우승만을 그렸다. 그러나 상대 골문은 철옹성이었다. 두드리고 또 두드린 끝에 후반 23분이 돼서야 골문이 열렸다. 페신이었다.
하지만 충북청주FC는 후반 추가시간인 51분 조르지가 극적인 동점골을 터트리며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다. 그것이 끝이었다. 부산은 2위에 다이렉트 1부 승격을 놓쳤다.
부산이 26일 부산아시아드주경기장에서 열린 충북청주FC와의 '하나원큐 K리그2 2023' 최종라운드에서 충북청주와 1대1로 물리쳤다. 승점 70점을 기록한 부산은 김천 상무에 1위 자리를 내줬다. 김천이 2부리그 정상에 등극했다. 김천은 이날 서울이랜드를 1대0으로 꺾고 승점 71점을 기록했다.
K리그2는 1위만 1부로 직행한다. 2위는 K리그1 11위와 승강 플레이오프(PO)를 통해 운명이 결정된다. 부산은 승강 PO를 통해 1부 승격에 재도전한다.
박진섭 부산 감독은 3-4-3 카드를 꺼내들었다. 라마스, 김찬, 페신이 스리톱에 포진한 가운데 김정환 임민혁 여름 최준이 미드필더에 늘어섰다. 어정원 이한도 조위제가 스리백을 형성했고, 구상민이 골문을 지켰다.
최윤겸 충북청주 감독은 3-5-2 시스템으로 맞불을 놓았다. 조르지와 유지원이 투톱에 위치했고, 이승엽 피터 홍원진 장혁진 김명순이 중원을 두텁게 했다. 이정택 이한샘 김원균은 스리백에서 호흡했고, 정진욱이 골키퍼 장갑을 꼈다.
박 감독은 "지난 경기에서 패해서 분위기를 다잡고, 바꾸려고 했다. 부담을 안 가질수는 없다. 다만 완화하려고 노력했다. 선수들에게 평생 한번 올까말까하는 기회라면서 즐기고, 편안하게 경기하자 얘기했다"며 "충북청주는 수비가 강한 팀이다. 그 부분을 어떻게 대처하느냐가 중요한 포인트"라고 밝혔다.
최 감독은 "동기부여나 간전함은 부산이 더 강할 것이다. 선수들에게 실망스러운 경기는 하지 말고, 최선을 다하라고 주문했다"며 "상대가 공격적으로 나올 것이다. 우리는 수비의 강인함과 빠른 공격으로 상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양 감독의 말그대로였다. 무조건 이겨야 하는 부산은 전반 초반부터 붐을 뿜었다. 전반 1분과 9분 잇따른 프리킥 기회에서 라마스가 키커로 나섰지만 골문을 여는 데는 실패했다.
전반 10분에는 페신이 문전 혼전상황에서 흐른 볼은 슈팅으로 연결했지만 골대를 빗나갔다. 최 감독은 전반 22분 유지원 대신 이주영을 투입하며 전열을 재정비했다. 이주영은 투입되자마자 왼발 슈팅을 날렸지만 골키퍼 정면이었다.
부산은 전반 35분 결정적인 기회를 맞았다. 최준의 크로스를 김찬이 헤더로 응수했다. 골키퍼가 가까스로 쳐낸 볼은 라마스에게 걸렸다. 하지만 주발이 왼발이 아닌 오른발로 처리한 수밖에 없었던 것이 야속했다. 그의 발을 떠난 볼은 허공을 갈랐다.
라마스는 전반 43분 두 차례의 슈팅을 날렸지만 골문의 저주는 계속됐다. 전반은 득점없이 비겼다. 박 감독은 후반 시작과 함께 김정환을 빼고 박동진을 투입했다.
부산의 파상공세는 후반에도 계속됐다. 하지만 골문은 좀처럼 열리지 않았다. 박 감독은 후반 13분 임민혁을 빼고 강상윤 카드를 꺼내들었다. 강상윤은 후반 22분 크로스로 기회를 만들어냈다. 하지만 어정원의 헤더는 골대를 강타했고, 이어진 김찬의 오른발 슈팅도 골과는 거리가 멀었다.
먹구름이 드리워지는 듯 했지만 곧이어 기다리던 골이 결국 터졌다. 후반 23분이었다. 충북청주 골키퍼의 골킥 실수가 도화선이었다. 라마스는 정진욱의 골킥을 그대로 패스로 연결했고, 페신이 왼발 슈팅으로 드디어 골문을 열어젖혔다.
부산은 계속해서 공격에 고삐를 바짝 당겼지만 추가골을 넣는데는 실패했다. 충북청주가 후반 중반 이후 힘을 냈다. 후반 추가시간은 6분이었다.
조르지가 김명순의 크로스를 환상적인 오버헤드 킥으로 골망을 출렁였다. 부산의 다이렉트 승격이 물거품 된 순간이었다. 혈투도 그렇게 막을 내렸다. 부산=김성원 기자 newsme@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