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dium App

Experience a richer experience on our mobile app!

미안해서 고개 들지 못했던 KT 4번타자 "나 때문에 우승 못한 것 같아…"

by

[소공동=스포츠조선 나유리 기자]보름의 시간이 흘렀지만 상처는 완전히 사라지지 않았다. 누구보다 자기 자신이 아쉽고 아쉬웠다.

KT 위즈 4번타자 박병호는 시련의 가을을 보냈다. 소속팀 KT가 플레이오프에서 NC 다이노스를 극적으로 꺾고 한국시리즈에 진출했지만, 우승을 향한 마지막 한 단계를 넘지 못했다. 1차전 패배 후 4연패 준우승. 4번타자 박병호의 타격 부진은 누구보다 박병호 스스로가 가장 힘들어했던 요인이다. 박병호는 3차전에서 8회말 승부를 뒤집는 극적인 역전 홈런을 터뜨렸으나 9회에 허무하게 팀이 역전패 당하면서 맥이 빠졌다. 이강철 감독은 끝까지 4번타자 박병호를 믿었고, 그 역시 기대에 부응하고 싶었지만 한번 넘어간 흐름은 돌아오지 않았다. 그렇게 KT는 다시 기세를 가져오지 못하고 그대로 준우승에 머물렀다.

박병호는 최근 KT의 팬 페스티벌에 참가해 팬들에게 "한국시리즈 결과가 아쉬워 미안하고 죄송하다"는 이야기를 했다. 시간이 보름 정도 흘렀지만, 스스로가 납득하기 힘든 결과였다. 27일 KBO 시상식에서 1루수 부문 초대 수상자로 선정된 박병호는 "우승을 하지 못한게 너무 많이 아쉽다. 더 잘했어야 했는데, 내가 부진하면서 팀이 우승할 수 있는 기회를 놓친 것 같다. 시간이 지났지만 여전히 괜찮아지지는 않는다"고 아쉬워했다.

사실 KT는 충분히 마법같은 시즌을 보냈다. 시즌 초반 꼴찌까지 추락했다가 정규 시즌을 2위로 마쳤다. 그 자체로 드라마다. 한국시리즈 우승까지도 내심 노려볼 수 있는 기회가 있었는데, 하늘의 뜻이 부족했다. 박병호는 "여전히 우승에 대한 갈망은 크다. 아직 우승을 해보지 못했기 때문에 내년에는 꼭 우리 KT 선수들과 정상에 서고 싶다"면서 "일단 올 겨울부터 준비를 잘해야 할 것 같다. 기술적인 부분들도 약점에 대처하기 위해서 제가 더 노력하면서 준비하겠다"고 의지를 드러냈다.

박병호는 또 "올해 수비상을 받았지만, 끝에 결과가 안좋았기 때문에 (만족하지 않는다). 내년에는 끝까지 수비도 잘해서 무조건 우승하고 싶다"고 각오를 새롭게 다졌다. 이제 어느덧 30대 후반에 접어드는 박병호지만, 불과 1년전에는 KBO리그 홈런왕 타이틀을 다시 거머쥐었던 명불허전 홈런 타자다. 그 역시 나이의 한계에 주저하지 않고, 후배들과의 경쟁에서 당당히 이기고 싶다.

박병호는 "노시환 선수가 성장하는 모습을 보면서 굉장히 대견하게 생각을 해왔다. 하지만 저 뿐만 아니라 누구나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런 후배들과 같이 경쟁해보고 싶다. 나이는 많아지고 있지만 경쟁해서 좋은 결과를 내보고 싶다"며 다시 도전장을 내밀었다. 벌써 그는 2024시즌 개막을 바라보고 있다.

소공동=나유리 기자 youll@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