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연합뉴스) 송광호 기자 = 이제 세 살이 된 아이는 해변에서 놀던 중 바닷물이 턱에 닿자 멈춰 선다. 더 멀리 가고 싶고, 저 멀리 보이는 섬 터키록을 지나 더 멀리 있는 스카치캡스섬 너머까지 가고 싶다. 그 너머에는 수평선이 보인다. 언젠가 그 너머를 보고 싶다.
아이의 이름은 베리 로페즈. 나중에 전미도서상을 받은 작가가 된다. 로페즈는 먼바다에서 불어오는 순한 바람이 보호하듯 감싸주고, 바닷물에 비쳐 반짝이는 빛이 어루만져 주는 듯했던 그날의 기억을 잊지 않는다.
최근 출간된 '호라이즌'(북하우스)은 로페즈가 쓴 자서전이다. 장돌뱅이처럼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적은 삶의 기록을 담았다. 미국 유명 작가인 저자가 마지막으로 발표한 논픽션이다.
저자는 작가 존 스타인벡과 생텍쥐페리의 글을 읽으며 방랑에 매혹됐다. "머나먼 장소들로 여행을 떠나야 한다는 강렬한 욕망"에 사로잡힌 그는 대학 시절 미국 전역과 서유럽을 돌아보며 지적인 자극을 받았다.
"나는 이 자극이 어떻게든 내가 이 세계에서 살아가는 방식의 틀이 되기를 원했다."
그는 작가이자 풍경 사진가로서 어딘가에 정착했다가 떠나기를 반복했다. 그렇게 떠나고 정착하길 반복한 곳만 70여개 국가. '여행'을 통해 저자는 지혜를 모으고 자기 행동을 바꾸며 눈앞의 풍경을 보고 경이로움에 빠진다.
여행은 또한 공부의 과정이기도 하다. 저자는 인류의 기원, 땅의 역사, 생물들의 뒤섞임, 탐험과 식민주의, 기후변화에 대한 윤리적·과학적 성찰 등 다양한 영역의 주제들을 탐색해 나간다.
그는 "젊은 시절 스크랠링섬의 고고학 유적지를 찾아갔던 젊은 남자는 책 끝부분에서 포트패민으로 가는 길에서 낯선 남자를 만난 이와 같은 사람이지만, 둘은 서로 다른 사람이기도 하다"고 말한다.
책은 여행을 통해 변화해 가는 한 남자의 이야기를 유려한 필치로 그려냈다.
정지인 옮김. 92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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