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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가요결산③] 2024년 베스트5 K팝…'슈퍼 쇠맛' 에스파→'용의 귀환' 지드래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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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조선 정빛 기자] 울고 웃었던 2024년, 때아닌 격동의 시기에도 K팝은 늘 우리네 주변에 있었다. 형형색색 응원봉은 집회를 밝혔고, 입 모아 힘차게 부른 연대의 K팝은 여의도를 울렸다. 기쁨의 순간은 또 어땠나. 작가 한강이 아시아 여성 최초 노벨상을 받자, '어떻게 이별까지 사랑하겠어, 널 사랑하는 거지' 등 K팝의 곱고 기특한 언어적 미학도 주목받았다.

이처럼 K팝은 각종 정치-사회 이슈와도 밀접하게 연관, 시대를 상징한다. 환희와 분노가 공존했던 2024년, 먼훗날 이때를 떠올린다면 어떤 K팝과 가수가 생각날까. 스포츠조선 가요팀이 2024년을 반추할 수 있는 '올해의 베스트 K팝'을 뽑아봤다.

▶베스트 가수-에스파(aespa)…'쇠맛' 독성 올리고 '슈퍼노바-아마겟돈-위플래시' 3연타 히트

'블랙맘바' 쇳독이 4년간 바싹 오른 것일까. 매력적인 에스파의 독성이 가요계 구석구석으로 퍼지고 있다. 시퍼런 독기로 '러블리, 키치, 섹시, 걸크래시' 등 기존 걸그룹 공식을 파괴했기 때문.

에스파는 올해 '쇠맛 사운드' 가득한 '슈퍼노바', '아마겟돈', '위플래시'를 발표하면서, 이지리스닝 위주로 단조롭고 심심했던 K팝신 기강을 매섭게 잡았다. 특히 상반기에는 '우린 어디서 왔나'라며 '원초'를 찾는 '쇠일러문'이 되더니, 하반기에는 뒷목 잡는 '위플래시' 안무로 전국민 '경추 비상령'을 내린 모양새다.

올해만 세 곡, 아니 솔로곡 '업'까지 무려 네 곡이나 메가 히트시킨 것이다. 그것도 시장의 치트키를 따르지 않고, 팀 정체성과 음악 색깔을 뚝심 있게 지켜내며 이룬 성과라 더 값지다. 이에 올해는 '에스파의 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에스파도 '멜론 뮤직 어워드'에서 대상 3개를 싹쓸이하면서 "이번에 이를 갈고 준비했는데, 그만큼 저희 마음이 잘 전달된 것 같아 너무 행복하고 2024년을 잊을 수 없을 것 같다"라며 벅찬 소감을 전한 바 있다.

그런데 내년은 '푸른 뱀의 해' 을사년이니, 이를 어쩌나. 에스파에게 물리면 '쇠맛 도파민'으로 뚱뚱 부어오르는데, '쇠맛 음악'에 중독되는 '파상풍'을 계속해서 주의가 아닌 유희를 해도 될 듯하다. 'K팝 독사'로 더 무서운 기세를 떨칠 '블랙맘바' 에스파의 2025년도 기다려진다. ▶베스트 노래-로제(ROSE) 'APT.'…'K팝 부동산' 침체기는 없다, 전세계 모두가 입주한 '아파트'

나이 불문, 성별 불문, 국적 불문. 올해는 모두가 로제의 '아파트'에 입주한 분위기다. '아파트'는 국내 각종 차트는 물론, 글로벌 양대 차트인 '미국 빌보드-영국 오피셜' 등 메인 차트에서도 '신고가'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이 노래를 만든 '아파트 주인' 로제 역시 'K팝 여성 최초-최고' 다양한 기록으로 '고점 돌파' 기쁨을 누리는 중이다.

글로벌 K팝계 '대장 부동산'은 주변 시세도 주도했다. 함께 '아파트'를 부른 브루노 마스는 한국 음악방송 첫 1위의 영광을, 45년 전 동명의 노래를 발표했던 윤수일은 역주행으로 '재건축 불패 신화'를 맛봤기 때문이다.

특히 뉴질랜드에서 태어나 호주에서 성장한 로제가 '토종적인 K팝'으로 '아파트'를 건설했다는 점이 흥미롭다. 제목부터 영어식 '아파트먼트'가 아닌 한국식 발음 '아파트'인 이 노래는 시작부터 한국말로 '채영이가 좋아하는 랜덤게임, 랜덤게임, 게임 스타트'라며 로제의 한국 이름 '채영'을 언급한다. 뮤직비디오에서는 로제와 실제 한국 술게임 '아파트'를 즐기고, 태극기를 흔드는 브루노 마스도 포착할 수 있다.

물론 블랙핑크의 글로벌 이름값이 있고, 브루노 마스라는 대형 팝스타의 피처링도 '아파트' 인기에 한몫했겠지만, '아파트'의 호재는 다름 아닌 '한국적 요소'라는 분석이 많다. 이는 '부실 공사' 없이 튼튼하게 지어진 한국식 '아파트'가 K팝의 글로벌 입지를 더 굳건하게 다졌다고도 풀이된다. 최근 매수 심리가 위축되면서 '진짜 국내 부동산' 시장은 꽁꽁 얼었지만, 로제의 '아파트'만큼은 불경기 모르고 계속해서 천정부지로 뛰어오르길, 작은 소망을 건넨다. (외국인들이 '마셔라, 마셔라,마셔라, 마셔라/ 술이 들어간다, 쭉쭉~쭉쭉/ 언제까지 어깨춤을 추게 할 거야' 즐겨 부르는 날도 머지않았으면!)

▶베스트 컴백-지드래곤(G-DRAGON)…세상을 흔든 '용의 귀환'

'청룡'의 해, 마침내 드높게 치솟은 용이 하늘에서 뛰노는 중이다. 1988년생 '용띠의 사내' 지드래곤이 88개월 만에 '본업'으로 돌아왔다.

사실 '레전드 K팝 스타'인 만큼, 오랜 공백기를 깨고 컴백하는 것은 큰 부담일 터다. 더군다나 '멤버 이탈, 마약 누명' 등 각종 악재로, 일각에서는 위기론도 불거졌었다.

그러나 지드래곤은 이러한 위기론도 '삐딱하게' 다 돌려놓고, 전성기 시절처럼 K팝 왕좌로 군림하고 있다. 무려 7년 4개월이라는 긴 공백기가 '거짓말'로 느껴질 만큼, 복귀하자마자 단숨에 제자리를 되찾은 것이다. '영원한 건 절대 없어/ 결국에 넌 변했지'라고 했지만, 지드래곤의 영향력은 영원했고, 변하지 않았다.

이는 수치로도 가늠된다. 공개와 동시에 각종 차트를 장악한 지드래곤의 신곡 '파워'와 '홈 스윗 홈'은 올해를 떠나보내는 현재까지도, 상위권에서 꿈쩍하질 않는 상황. 여기에 오랜만에 올라선 'MAMA'나 '가요대전' 무대 역시, 영상 조회수가 폭발적으로 상승했다.

더이상 지드래곤의 '마지막 인사'나 '라스트 댄스'는 없다. 올해 화려한 귀환을 알린 지드래곤은 내년에 더 바쁘게 보낼 예정이다. '무한도전'으로 인연을 맺었던 김태호 PD와 함께 새 예능 프로그램을 선보이고, 일본을 포함한 글로벌 활동도 전개한다. 음악이라는 '즐거운 나의 집'으로 돌아온 지드래곤, 그의 월드클래스 스타 '파워'는 언제나 '판타스틱'할 수밖에.

▶베스트 역주행-데이식스(DAY6)…데뷔 10년 만에 '콩그레츄레이션스', 드디어 넘긴 '한 페이지'

페이지 넘기는 속도가 조금 느려도, 이미 지나쳐버린 앞장의 가치를 뒤늦게 깨우쳐도, '대작'은 결국 알아보게 돼있다. 밴드 데이식스의 디스코그래피가 그러하다. '예뻤어', '한 페이지가 될 수 있게' 등 각각 7년, 5년 전 곡들이 이제 와 스멀스멀 입소문나더니, 데뷔곡 '콩그레츄레이션스'도 꼬박 10년 만에 재발견됐다. 그제야 대중은 깨달았다. 아, 데이식스 노래는 '찬란한 청춘'이자, '따뜻한 응원'이요, '애틋한 추억'이구나.

그러면서 신곡 '웰컴 투 더 쇼', '해피', '녹아내려요'도 차트 상위권으로 당겨냈다. 특히 '녹아내려요'는 음악방송 1위도 차지했는데, 이는 가수가 지상파 음악방송 1위를 차지하기까지 가장 오래 걸린 기록이다. 과정은 느지막했지만, 좋은 음악의 결실은 어쩌면 당연했다. '해피'와 '웰컴 투 더 쇼'가 1위 후보로 맞붙으면서 '데이식스vs데이식스'라는 재밌는 상황을 만드는가 하면, 톱가수들만 설 수 있다는 고척돔에 밴드 최초로 입성하는 등 다소 더디게 넘겨진 페이지는 이제 막 속도를 내는 중이다.

이쯤에서 다시 흥얼거려본다. '솔직히 말할게/ 지금이 오기까지/ 마냥 순탄하진 않았지/ 오늘이 오길/ 나도 목 빠져라 기다렸어'(데이식스-'한 페이지가 될 수 있게' 中) ▶베스트 신인-투어스(TWS)…'첫 만남, 계획대로 됐다'

플레디스엔터테인먼트에서 새 보이그룹을 낸다고 했을 때, '형아' 세븐틴처럼 강렬하고 화려할 줄 알았다. 자로 잰듯한 칼군무도 당연히 자랑할 것만 같았다. 엇, 그런데 웬걸. 싱그러운 미소년들이 '첫 만남이 어렵다'며 뾰로통한 표정으로 팔짱을 끼고 발을 굴렸다. 이렇게 귀여운 투정이라니. 심지어 의상도 심플했다. 흰 티셔츠와 반바지가 다였다.

첫눈, 첫인상, 첫 여행, 첫 작품, 첫 발자국. '처음'은 본디 설레고 특별한 법인데, 투어스와의 '첫 만남'은 기억 저편에 잊혔던 학창 시절 '첫사랑'을 떠올리게 할 정도로 남달랐다. 시기도 2024년 첫 문을 열었던 지난 1월. 오히려 힘을 쫙 뺀 데뷔라 그런가, 더 강한 인상으로 남은 것이다.

복잡한 세계관이나, 초이성적 노랫말이 아닌, 친근함이라는 정공법으로 다가가니, 대중의 순수한 감성도 꿈틀거린 듯하다. 이를 각종 차트의 지표도 말해주지만, '첫 만남은 너무 어려워' 구절 챌린지로 채워진 K팝 팬들의 알고리즘이 그 방증이다.

'첫 만남은 계획대로 되지 않아'로 '올해 처음'과 가요계 '첫 걸음마'를 산뜻하게 시작한 투어스가 앞으로의 만남은 어떻게 채워갈지, 또 실제 계획한 성장과 미래는 어떨지, 기대를 모은다.

정빛 기자 rightlight@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