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조선 문지연 기자] 닮았지만 또 다른 매력이 있다. '그 해 우리는'을 만든 이나은 작가가 곧바로 차기작인 '멜로무비'를 들고 나왔다. 신인 작가로서 '그 해 우리는'이라는 온라인 화제성 높은 작품을 내놨던 그가 이번에는 넷플릭스와 협업해 새로운 작품을 선보인 것. 그의 전작의 냄새가 아주 짙게 나기는 하지만, 또 다른 청춘들의 이야기를 담았기에 다음 이야기에 대한 궁금증도 생긴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멜로무비'(이나은 극본, 오충환 연출)이 취재진에게 일부 공개됐다. 1회부터 3회까지 총 3회가 취재진에게 먼저 공개된 '멜로무비'는 사랑도 하고 싶고 꿈도 이루고 싶은 애매한 청춘들이 서로를 발견하고 영감이 되어주며 각자의 트라우마를 이겨내는 영화 같은 시간을 그린 로맨스를 그린 작품. 이나은 작가가 '그 해 우리는'을 함께했던 최우식과 재회했고, '호텔 델루나', '스타트업' 등을 연출한 오충환 감독이 함께하면서 몸집을 키웠다. 또 박보영이 '멜로무비'에 합류하면서 기대감을 높였다.
3회까지 공개된 '멜로무비'는 '그 해 우리는'의 향기가 짙게 남았다. 두 남녀가 영문을 모를 이별 후에 갑작스럽게 재회한다는 것, 한 동네에서 살게 된다는 점 등 비슷한 부분이 한 두 가지가 아닐 정도. 심지어 극중 고겸(최우식)과 김무비(박보영)의 내레이션이 극의 주요 요소로 활용되고, 이들의 입을 통해서 이야기가 전개된다는 점에서도 익숙한 향기를 무시할 수 없다.
이들의 서사도 특별하지는 않다. 앞서 '그 해 우리는'에서 최웅(최우식)과 국연수(김다미)가 가정사로 인해 이별을 겪었고 이 이유로 인해 갈등을 겪었던 상황 역시 '멜로무비'에서 반복된다. 고겸이 김무비와의 사랑을 이어가기보다는 이를 포기하고 '현생(현실 생활)'에 집중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등장하는 것. 이들의 관계가 새롭게 이어지면서 밝은 로맨틱 코미디와 같은 분위기를 내지만, 내면에는 아픔을 간직하고 결핍이 있다는 것 역시 '그 해 우리는'에서 보던 전개다.
이 익숙함은 득과 독 모두가 될 수 있는 것. '그 해 우리는'이 젊은 세대에서 특별히 사랑을 받았던 만큼 '멜로무비' 역시 이와 같은 세대에서는 충분한 사랑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고겸과 김무비가 겪는 '현생'이 시청자들의 삶과 크게 다르지 않고, 현실적인 감정들이 교차하는 것 역시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을 터. 젊은 작가가 만들었기에 한정된 세대의 공감만 받을 것이라는 의견도 있지만, 이 중심은 오충환 감독이 적절하게 잡아주기 때문에 불안감은 상쇄된다.
무엇보다 이 드라마의 공감도를 높이는 것은 배우들의 연기다. 어딘가 허점이 존재하는 대본을 박보영의 연기가 채워낸다. 사실 등장인물의 이름이 '김무비'라는 점, 또 영화를 싫어하던 사람이 영화감독으로 데뷔한다는 점에서 개연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할 수도 있겠으나, 건조하게, 때로는 이기적으로 행동하는 김무비의 모습을 실존인물처럼 그려내는 박보영의 연기력이 이를 설득시키는 것. 최우식이 겉은 밝지만 속은 어두운 양면적 캐릭터를 그려내는 동안에 박보영은 특유의 사랑스러움을 무기로 시청자들의 마음을 완벽하게 파고드니 3회를 넘어서 10회까지의 김무비가 궁금해지도록 만든다.
이들 외에도 등장인물은 많다. 고겸과 김무비가 마치 우연의 일치 같은 만남을 여러 번 반복하는 동안에 현실감을 채워줄 홍시준(이준영)과 손주아(전소니)도 존재한다. 3회까지 공개된 내용을 지켜봤을 때 이들의 이야기가 특별히 궁금해지지는 않지만, 어쨌든 이들이 보여줄 현실 연애 역시 큰 축을 담당할 것으로 예상되는 바. '멜로무비'가 이 두 커플의 이야기를 어떤 감성으로 담아낼 수 있을지도 관전포인트가 될 수 있겠다.
오충환 감독은 '멜로무비'에 대해 "그럴 듯한 성공기나 사랑 이야기가 아니라 현실에서 부딪히고, 상처받고, 성장하는 인물들을 통해서 위로 받으실 것"이라고 예고했다. '멜로무비'가 '그 해 우리는'과의 기시감을 독 대신 무기로 활용할 수 있을지도 기대를 모은다.
문지연 기자 lunamoon@sportschosun.com